[시론] 권력 성공의 필요조건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2 17:00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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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의 차이는 첫 임기 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느냐 여부다. 참여관찰과 커뮤니케이션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 인터뷰와 백악관 홍보·공보를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실과 대변인실 조직의 변화를 연구한 ‘대통령의 메시지’가 내린 결론이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국민, 언론 그리고 정치권과의 소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위해 어떻게 적절한 역량의 조직화를 했느냐가 권력의 성패를 좌우한다. 성공한 대통령들은 자신의 비전과 정책은 물론 국내외 현안에 대한 입장과 계획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정치적 지지를 획득했다.

매일 두 번 열리는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와 기자회견 등은 대표적인 권력의 소통 방식이다. 트루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젠하워는 한 달에 두 번씩 기자회견을 했다. 연평균 41회와 24회 기자회견을 한 대통령들이다. 닉슨과 레이건 대통령은 이들보다 낮아 연평균 7회와 6회에 그쳤지만 아버지 부시는 연평균 36회, 클린턴과 아들 부시는 25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1943년부터 워싱턴을 취재한 헬렌 토머스 기자는 “저돌적인 기자 없이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없고, 기자회견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회견은 대통령에게 정기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이 사회의 유일한 공개 토론의 장이다. 만일 기자회견이 없다면 대통령은 칙령을 내려 통치하거나 왕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부시는 “민주주의 정신과 전통에 따라 질문에 답하겠다”고 했다. 이라크 전쟁 직전에 꼭 기자회견을 해야 했느냐는 물음에 “이라크 전쟁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은 백악관이 무엇을 왜 하는지에 대해 대통령이 대답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왜 하는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소통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소통은 권력에 대한 인식에서 갈린다. 대통령이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능숙하면 조직도 그렇게 된다. 가장 성공적인 커뮤니케이터로 평가되는 레이건의 베이커 비서실장은 “우리는 소통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대통령은 대중과 소통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쉽게 일했다”고 말했다.  

행정부와 백악관의 참모조직은 대통령의 거울이다. 참모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조직이 아니라 대리조직이라는 것이다. 베이커가 “모든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 참모는 대통령의 장단점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으로부터 나오지 않는 권력이란 없다”고 한 이유다. “미래에는 다른 이들에게 능력을 부여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언급이 새삼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월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월례 브리핑은 사라지고 지난 한 해 소통수석의 공식 브리핑이 5회에 그쳤는지 설명되는 대목이다. “기자회견만이 국민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을 많이 했고 비록 작은 그룹의 국민이긴 하지만 양방향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는 것이 대통령의 언급이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작년 새해 회견 이후 1년 만이다. 이전과 달리 쟁점 사안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밝히며 최대한 균열을 봉합하려는 조정자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와 당·청 간 정책과 의제 조율 실패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는 논평이 교차한다. 지금까지 대통령 브리핑 5회와 인터뷰와 간단한 질의응답까지 합해 기자회견 7회는 부족하다. 소통, 권력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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