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철수 “나의 간절함과 국민의힘 절박함 만나면 승리”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2 14:00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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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① ‘야권 1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4연패한 국민의힘, 존폐 위기에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 달 반 남기고 야권에서 ‘자강론’과 ‘연대론’이 정면충돌했다. 당명마저 비슷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대립은 ‘초반부터 밀려선 안 된다’는 기싸움 성격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반문(反文) 빅텐트’를 내세우지만 ‘누구를 중심으로 모이냐’에서는 ‘동상이몽’이다.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외모가 다소 달라져 있었다. 눈썹만 부분 염색해 그런지 인상이 한결 강해졌다. “염색 후 사람들이 ‘철(鐵)수’라고 부른다”는 말에선 여유도 느껴졌다. 3개월 전 안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랬던 그가 불과 3개월 만에 마음을 바꾼 건 왜일까. 그는 “작년 12월말 여권의 폭주로 의회민주주의가 망가지는 걸 보면서 대선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마를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되면 코로나19와 집값 문제 해결”

행보도 ‘반 박자’ 빨라졌다. 이번 출마 선언도 그렇다. 여권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던 세밑, 야권에선 처음으로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국민의힘과 힘겨루기가 계속되자, 야권 후보들을 모두 아우른 ‘원샷 경선’을 선제적으로 제안한 것도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거절하면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지만, 명분은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대표와의 만남은 1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안 대표는 “시장에 취임하면 코로나19와 부동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면서 자신이 꿈꾸는 미래 서울의 모습을 △자유·창의 도시 △첨단 스마트 도시 △글로벌 선도 도시 △청년들이 제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청년 행복 도시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올해로 정계 입문한 지 10년째라고 봐야 할까.

“아니다. 9년 됐다. 2011년 박원순 전 시장이 등장했을 때 차기 정치인으로 함께 거명되긴 했는데, 그 뒤 1년 동안은 학교(서울대)에 있었다.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건 2012년 9월19일부터다.”

9년 전 ‘새정치’를 슬로건으로 들고나왔는데, ‘안철수식(式) 새정치’는 여전한가.

“똑같다. 아까도 말했지만 2011년에는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현직 교수였지 정치인이 아니었잖나. 여론조사에 이름이 오르내렸는데, 두세 달 지나면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오래가더라. 2012년부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를 바라봤다. 대체로 우리 국민이 정치에 실망한 건 세 가지였다. 첫째 사익추구·부정부패 정치, 둘째 패거리 정치, 셋째는 왕처럼 군림하는 정치였다. 내가 생각한 새정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공공을 위한 봉사정치, 실용정치, 문제 해결 정치다.”

주변 사람들과 스킨십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던데.

“내가 평생 가장 오래 했던 게 ‘영업’이다. 나보다 인맥이 많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의사, IT(정보기술) 전문가, 벤처기업 CEO(최고경영자), 카이스트(KAIST)와 서울대 교수를 거쳐 정치를 하게 됐는데 그때마다 가장 어려웠던 게 인맥부터 다지는 일이었다. 괜히 정치권에서 나를 사회성 없는 사람인 것처럼 공격한다.”

왜 함께하던 사람들이 떠나간 뒤, 안 대표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걸까.

“내가 제3의 길을 가서다. 큰 당에 속해 있으면 보호해 주지 않나. 나는 양쪽에서 모두 공격받았다. 대법원 판결문에도 있지만 지난 2017년 대선 때, 많이 지우고도 남아 있는 내 음해성 댓글이 8800만 개다. 드루킹이 거의 모든 뉴스와 댓글을 조작했는데, 이 정도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여론조작 사건이다. 살아남은 게 기적이다.”

일각에선 ‘철수하는 정치인’이라고 비판한다.

“그것도 이미지 조작이다. 처음 두 번의 선거는 선의로 양보했다. 그 뒤로는 제3당 후보로 끝까지 갔다. 내 이름대로 ‘안(No)철수’ 했다(웃음).”

지난해 9월 인터뷰 때 서울시장 선거에 안 나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다. 대선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가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내가 야권에서 2위 후보이지 않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역 정치인이 아니니 야권 정치인 중에선 내가 선두다. 이걸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차에 12월 중순 세 가지 일이 동시에 터졌다. 민주당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밀어붙여 의회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장면을 봤다. 윤 총장 징계위도 열렸다. 법치주의가 망가진 일이었다.”

나머지 한 가지는.

“연말에 대통령이 백신 4400만 명분을 확보했다는 담화를 내더라. 의사 입장에서 너무나 분노했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만 계약한 때였는데 마치 4400만 명분을 한 것처럼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4400만 명분으론 부족하다. 선진국들은 전체 인구의 2~5배를 미리 계약했다. 인구 2배분을 계약해도 인구수만큼 백신을 받을까 말까인데. 더군다나 백신 효능도 100%가 아니잖나. 4400만 명한테 백신을 맞추면 3000만 명 정도에서 항체가 생긴다. 그런데도 충분하다고 하더라. 그걸 보면서 ‘이런 정부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제(1월19일) 야권 후보 모두가 참여하는 ‘원샷 경선’을 제안했는데, 국민의힘이 거절했다.

“시간을 갖고 내부에서 논의할 거라고 본다. 내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양쪽 지지자들이 이탈하지 않고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모이는 게 중요하다.”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인가.

“아니다. 그래서 실무협의를 하자고 제안한 거다. 우리도 실무대표를 뽑고 기다릴 테니, 그쪽(국민의힘)도 빨리 뽑아 3월 전 협상이 진행되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선(先) 입당’을 요구하는데.

“그건 탈당 요구나 마찬가지다. 난 공당의 당대표다. 의원들이 있는 원내 정당인 데다 당원들도 있고 지지율이 10%대다. 내가 탈당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해 후보가 되면 이들이 따라오겠나.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공당 대표에게 탈당을 요구한 적이 없다.”

실현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당 대 당 통합’을 제안한다면.

“그것도 김 위원장이 단칼에 거절했으니… 그래도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말하는 걸 보면 예전보다 진전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예전엔 야당이 우리(국민의힘)밖에 없다고 했던 분이었으니까. 정권교체가 돼야 나라를 살린다. 나라를 살리겠다는 목표는 같다.”

‘국민의 뜻에 따르자’고 했는데 100% 완전 경선제 요구로 이해하면 되나.

“그것 말고도 세부적으로 협의할 게 굉장히 많다. 단일화의 목적과 방법, 마지막으로 당선 후 정책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지 등 크게 세 가지를 협의해야 한다.”

이걸 다 합의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그래서 3월부터 시작하면 안 된다는 거다. 김종인 위원장은 안 늦는다고 하는데, 아니다 늦다. 나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경선 플랫폼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만약 내가 입당하면 다자 구도가 안 되나.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다.”

1월1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체 채취 의료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김 위원장은 자강론(自强論)을 말한다.

“전략적인 발언일 것이다. 반드시 단일화가 돼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 민주당처럼 한 정당이 이렇게 강고한 조직을 가진 적이 없었다. 여론조사에서 야권이 10~20% 앞선다 해도 결국 박빙 승부가 될 것이다. 쉬운 선거가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민주당은 싫지만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다 합쳐야 한다.”

그게 안 대표 자신이라는 건가.

“이길 확신이 있고 서울시정을 잘 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코로나19와 민생 문제가 심각하다. 나는 의사인 데다, 벤처기업가로 일자리를 만들어봤다. 지금은 중도를 얼마나 내 편으로 끌어오느냐의 싸움이다. 나는 야권의 지지를 확장시킬 수 있는 후보다. 강북에서 국회의원을 했고 사는 곳도 노원구다. 때문에 강북에서 지지가 유독 많다.”

강성 보수층은 안 대표에게 여전히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분명한 건 기존 국민의힘 지지층만으로 민주당과 일대일로 싸워선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4연패를 했다. ‘태극기’분들은 누구보다 애국심이 높은 분들 아닌가. 야권 단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차기 대선 출마의 꿈은 아예 접은 건가.

“이번에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 5년 계획을 이야기했다. 1년 만에 하기 힘든 일이지 않나. 이게 답이 될 것 같다.”

만약 나중에 국민이 원한다 해도?

“내가 할 일은 시장이 돼서 혁신적인 시정(市政)을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거다. 대선보다 서울시장 재선이 목표다.”

당선 또는 후보 단일화 후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도 있을까.

“모든 것은 지지층의 생각에 달려 있다. 이들이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

당원들이 동의하면 국민의힘과 함께할 건가.

“당원들이 원한다면 그걸 이루는 게 당대표가 할 일 아닐까. 필요하면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할 수도 있다. 함께 승리를 경험하면 의견이 같아질 수 있다.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도 있고. 그게 대선 전망을 높이는 거다. 그게 내 역할이다.”

단일화에 실패해도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를 것인가.

“단일 후보로 안 뽑힐 확률이 없다고 본다. 4연패한 국민의힘은 지금 당이 존폐 위기에 있다. 절박할 거다. 나도 나라를 바꿀 생각이 간절하다. 절박함과 간절함이 만나면 단일화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윤석열 총장이 등장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내 예전(2011년) 모습이 떠올랐다. 윤 총장도 아마 고민하지 않을까. 당시 나에 대한 열망이 ‘혁신과 미래’였다면 윤 총장에 대한 열망은 ‘공정과 법치’다. 지금 윤 총장은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윤석열 열풍’에 대해선 긍정적인가.

“국민의 열망을 잘 담아 정권교체를 가져오는 것은 야당 지도자의 몫이다. 윤 총장도 이런 역할을 함께 하면 좋겠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지난해 이미 ‘이렇게 큰 공사는 시장대행이 결정할 일이 아니고 새로 선출될 시장에게 결정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강행됐다. 당선되면 총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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