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바이든 시대’…미리 보는 4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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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트럼프 유산 지우기’ 본격화
동맹 복원, 코로나19 극복, 사회 통합에 주목

‘바이든 시대’의 막이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낮 12시(이하 현지 시각) 취임식을 기점으로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트럼프 유산 지우기’에 본격화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려나갈 향후 4년의 임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의 총 44년의 정치경력을 토대로 백악관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는 물론 미국 의회 상하원까지 친정인 민주당이 독식한 터라, 바이든 대통령의 거침없는 국정운영 드라이브에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행정부와의 단절을 공언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의 모습 ⓒ UP연합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의 모습 ⓒ UPI연합

‘트럼피즘’의 종식…동맹 회복하고 북‧미관계도 전환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취임사 첫 일성으로 ‘미국 우선주의의 종식’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 번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와 발전, 안보를 위한 강력하고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정책을 뜯어 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대외 정책 기조의 변화를 공언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 정부의 외교안보팀 지명자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안보팀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며 “미국은 동맹과 협력할 때 가장 강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취임사는 이러한 대외 정책을 집약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약속한 만큼 한국과의 동맹 관계도 공고해질 전망이다. 다만 대북 문제에 있어서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해“북한 문제는 미국의 행정부를 늘 괴롭혔고 계속 나빠져 왔다”며 “전반적 접근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바이든 정부에서 외교 정책을 총괄할 블링컨 지명자가 대북 관계의 전환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에서 북‧미 관계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을 앞에 두고 선서를 하고 있다. ⓒ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을 앞에 두고 선서를 하고 있다. ⓒ AP연합

코로나19 위기, 사회 분열 어떻게 풀어나갈까

미국 내부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코로나19 대책이다. 전임 행정부의 외면 속에서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는 누적 40만 명을 넘어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인 사망자 수에 근접한 숫자다. 누적 확진자 규모는 2480만 명을 넘겼으며, 2위인 인도(1059만 명)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코로나19 위기를 진화하지 않으면 경제회복은 요원하고 민심까지 동요할 수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취임하자마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코로나19 대책에 칼을 뽑아들었다. 백신 접종 일정과 맞추어 미국에서의 코로나19 위기가 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깊어질 대로 깊어진 미국 사회의 분열 해소도 급선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불복으로 인해 미국 사회는 ‘친트럼프 대 반트럼프’로 나뉘어 극렬히 대립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나를 지지한 사람만이 아닌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미국의 통합에 영혼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통합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그리는 통합의 방점은 ‘민주주의의 회복’에 찍혔다. 그는 취임사에서 의회 난입 세력 규탄과 인종차별 근절을 언급하면서 “이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역사를 공포가 아닌 희망, 분열이 아닌 통합, 어둠이 아닌 빛으로 써 내려가자”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의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첫 업무로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와 연방 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의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첫 업무로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와 연방 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 AP연합

아른거리는 트럼프 그림자…탄핵 블랙홀 탈출 급선무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미래가 마냥 빛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의회의 초점이 탄핵심판에 맞춰지면서, 인준 청문회 등의 일정이 줄줄이 밀린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식 출범한 이후에도 아직까지 인준청문회를 통과한 각료가 한 명도 없다. 또 코로나19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개혁과제에 공화당이 반대 기류를 보이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별사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올 것, 곧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정계 복귀를 암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미국 정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탈당한 뒤 플로리다주를 터전으로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극심한 사회 분열을 초래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을 없애지 못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동력은 약해질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초기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없애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퇴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일(현지 시각) 지난 4년간 생활해온 백악관을 나서 사우스론에 대기하고 있는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인근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자신들이 거주할 개인 별장 마러라고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향했다. ⓒ 연합뉴스
퇴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일(현지 시각) 지난 4년간 생활해온 백악관을 나서 사우스론에 대기하고 있는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인근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자신들이 거주할 개인 별장 마러라고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향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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