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후계자’ 서민정의 험난한 승계 방정식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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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핵심 3사 실적 모두 뒷걸음질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 ⓒ아모레퍼시픽 제공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후계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다. 현재 후계자로 지목되는 인물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한 그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는 평가다.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서씨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하다 2017년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6개월간 근무한 뒤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에서 석사를 마친 뒤 2019년 10월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서씨는 최근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을 전담하는 핵심 요직인 그룹전략실로 자리를 옮겼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문제는 경영권 지분 승계다. 물론 서씨가 31세의 젊은 나이임을 고려하면 지분 승계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국내 재벌가 후계자 대다수가 경영수업 시작을 전후로 지분 승계 작업을 벌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씨 역시 이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씨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주사인 (주)아모레퍼시픽그룹(상장명 아모레G)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는 현재 아모레G 지분 53.9%를 보유한 서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다. 2006년 아모레퍼시픽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서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은 결과다. 2대 주주이긴 하지만 지분율이 2.93%에 불과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분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서씨가 보유 중인 이니스프리(18.18%)와 에뛰드(19.5%), 에스쁘아(19.52%) 등 비상장 계열사가 활용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동안 재벌가에서는 후계자 소유의 비상장사에 그룹 차원의 일감을 몰아줘 사세를 확장한 뒤, 이를 승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일종의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 정부가 규제의 수위를 날로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씨로선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 화장품업체들의 성장 여부가 경영권 지분 승계로 직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룹 전반의 실적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유커(游客·중국인 단체관광객)’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실제 그룹 내 주력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4조4322억원과 영업이익 14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6%과 66.6% 줄어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매출이 4조원대로 떨어진 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1945년 창립 이래 줄곧 지켜온 화장품업계 1위 자리를 경쟁사인 LG생활건강에 내줘야 했다.

서씨가 지분을 보유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에스쁘아 등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효자 역할을 해온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37% 줄어든 34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전년보다 89%나 감소했다. 이니스프리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에뛰드와 에스쁘아는 지난해 180억원과 2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이런 실적 악화의 배경이 사드 보복과 코로나 사태 여파 외에도 면세점과 로드숍에만 의존하는 등 유통채널을 다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국내‧외 직영점은 매장을 폐쇄하고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 확보를 통한 화장품 명가 재건 작업에 팔을 걷어 부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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