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사태의 불안한 봉합…文대통령은 어디에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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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문 대통령 ‘침묵’의 의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거취 결정을 일임 받은 이후 사흘째 침묵하고 있다. 사의 파동의 계기로 지목되는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 수석의 사의 파동으로 일주일 넘게 정국이 요동치고 있지만, 당사자나 인사권자 모두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내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신 수석의 거취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신 수석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적절한 시점에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민정수석 교체설’이 힘을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비서실 신현수 민정수석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비서실 신현수 민정수석 ⓒ 연합뉴스

민정수석 항명에 “박근혜 사과하라”던 文대통령…본인은 ‘침묵’

지난 22일 신 수석이 청와대에 복귀한 이후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사태가 일단락됐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한 것인지, 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삼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사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공개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신 수석은 청와대에 복귀한 이후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정상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공개 입장을 표명할 기회가 있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사의 표명을 했을 때와는 다른 태도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반려와 재신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침묵은 과거 본인이 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했던 민정수석 항명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던 것과 정반대라 비판에 직면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1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당권주자 시절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김영한 민정수석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정과 갈등을 빚으며 사표를 제출하자 “민정수석의 항명 사표 태풍이 국가의 기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6년이 지나 현재 자신의 청와대에서 비슷한 사태가 발생했으나, 문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15년 1월11일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의 모습. 그는 이날 합동연설회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영한 민정수석의 항명 사표를 야기한 박근혜 청와대를 강하게 비난했다.  ⓒ 연합뉴스
2015년 1월11일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의 모습. 그는 이날 합동연설회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 사표를 야기한 박근혜 청와대를 강하게 비난했다. ⓒ 연합뉴스

청와대의 석연찮은 ‘문 대통령 패싱 논란’ 해명

신 수석의 거취 이외에도 문 대통령이 밝혀야 할 것은 또 있다. 2월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 대통령의 재가를 먼저 받았는지 여부다.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박 장관이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을 ‘패싱’하고 인사안 발표를 강행한 것이라, 야권에선 ‘박범계의 국정농단’이란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 “추측 보도를 삼가 달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의 재가 시점을 공개하란 요구에 대해서는 “통치 행위이다.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범계 장관 역시 인사안 발표 과정을 설명해달라는 요구에 “청와대의 답변으로 갈음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장 야권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6년 전) 본인 스스로 그렇게 공격해놓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알 필요 없다. 그냥 조용히 하세요. 국민들은 가만히 있으세요’ 이렇게 한다”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라는 최고 권력 핵심부에서 권력누수 현상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통치행위’라고 하면서 그 과정을 설명하지 않는다”며 “조선시대의 왕인가. 권력암투가 구중궁궐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밀실행정을 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 연합뉴스·시사저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 연합뉴스·시사저널

박범계와 어정쩡한 동거 어쩌나…신현수, 조건부 신임설에 힘 실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일단락됐다”는 청와대의 해명과는 달리, 이번 사태가 불안한 상태로 봉합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 수석이 일단 청와대에 복귀했지만, 그간 불거진 청와대 내부 잡음이 사그라들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 인사로 마찰을 빚은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어정쩡한’ 동거가 계속되는 한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이 지난 22일 청와대로 돌아와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신 수석이 민정수석 자리에 남아있는 한 박범계 장관과 또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리라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퇴임 이후 대규모 검찰 인사가 예정된 만큼, 신 수석이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면 법무부와 다시 대립모드를 연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여권 내부에선 항명 사태가 반복되거나 갈등이 증폭될 경우 신 수석이 경질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더군다나 민정수석실 소속 김영식 법무비서관과 이명신 반부패비서관이 사의를 표한 상태여서 ‘조직 개편’이라는 교체 명분도 확보한 상태다. 교체 시점은 이르면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 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7월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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