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네이처에 일감 몰아줘 승계작업 나선 삼표그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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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역주행하는 중견기업 내부거래 실태 ① 삼표그룹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이 1대 주주인 에스피네이처, 승계 핵심사로 부상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대물림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 공정경제가 화두로 제시되면서 정부는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부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은 아랑곳 않고 내부거래에 골몰했다. ‘일감몰아주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견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차례로 분석해 보도한다.

삼표그룹은 현재 후계작업이 한창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이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된다.

삼표그룹은 현재 ‘정도원 회장→(주)삼표→삼표산업·삼표시멘트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 사장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 회장이 보유한 (주)삼표 지분 81.90%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정 사장의 (주)삼표 지분율은 14.08%에 불과하다.

대물림을 위한 작업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지분 승계의 지렛대로 지목돼온 계열사는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이다. 골재 생산업체인 삼표기초소재는 정 사장(78.98%)과 그의 누이인 지윤·지선(각 10.51%)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골재 생산업체였다.

이 회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내부거래에 의존하며 사세를 확장해 왔다. 실제 삼표기초소재의 내부거래율은 △2013년 68.72%(총매출 95억원-내부거래액 65억원) 2014년 61.76%(558억원-344억원) △2015년 61.01%(684억원-417억원) △2016년 61.84%(842억원-521억원) 등이었다.

또 정 사장(70%) 등 오너 일가 지분율 100%인 철스크랩 수집·가공업체 네비엔도 계열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3년 △71.89%(1566억원-1126억원) △2014년 55.27%(1617억원-894억원) △2015년 43.90%(2220억원-975억원) △2016년 59.20%(1884억원-1115억원) △2017년 72.54%(2535억원-1839억원) 등이었다.

내부거래를 통해 사세를 키운 두 회사는 에스피네이처에 합병됐다. 에스피네이처는 2017년과 2019년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을 각각 인수했다. 이밖에 남동레미콘과 알엠씨, 당진철도, 경한, 네비엔알이씨 당진에이치 등 정 사장의 사실상 개인회사들도 에스피네이처에 합병시켰다. 현재 에스피네이처는 정 사장(71.95%)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96.37%에 달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에스피네이처의 규모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2019년 말 기준 이 회사 총자산은 9808억원으로 2013년 대비 약 12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5528억원으로 10배 가량 늘었다. 에스피네이처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대부분 내부거래를 통해서다. 주로 사돈기업으로 분류되는 현대제철의 원료를 가공해 삼표산업 등 계열사에 판매하는 구조였다. 최근 6년 사이 에스피네이처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47.51%에 달했다.

에스피네이처는 현재 승계 재원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을 바탕으로 최근 6년간 정 사장에게 199억원을 배당했다. 에스피네이처는 또 향후 정 사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주)삼표와의 합병이나 지분 교환, 현물출자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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