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성착취물 등 제재할 수 있는 법안 만들겠다”
  • 조해수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2 10:00
  • 호수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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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특집 ⑧]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아동 및 디지털 성범죄 분과 위원장) 인터뷰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갑)은 전자공학과(경북대)를 나오고 여성단체(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초선임에도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아동 및 디지털 성범죄’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2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양 의원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 법안에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처벌, 성착취물 제작 범죄 공소시효 폐지, 사법경찰관의 위장수사 허용 등이 포함돼 있다. 양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가 날아다니고 있다면, 우리의 법과 체계는 기어가는 수준”이라면서 “성착취물의 온상인 ‘다크웹’을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침내 통과됐다.

“감격스러웠다. 디지털 성범죄만큼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국회에 들어왔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범죄자는 하늘을 날고 있는데 우리 법과 체계는 걷기는커녕 기어가는 수준이다. (그래서) 아동 및 디지털 분과 위원장에 자원했다. 이번 법안에 포함된 위장수사의 경우, 법무부가 엄청나게 반대했다. 형사소송법에 ‘잠입수사, 위장수사’라는 정식 용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위장수사를 하지 않으면 범죄자를 도저히 검거할 수 없다. 끝까지 밀어붙여 마침내 통과시켰다.”

현행법에는 ‘디지털 성범죄’라는 용어도 없는데.

“디지털 성범죄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는 것은 온라인상의 성착취물 교환, 판매, 구입 등에 대한 규제가 총체적으로 정비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총선 후보 시절부터 ‘디지털 성범죄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n번방 사건 이후 ‘시청·소지죄’가 신설되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보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을 국민들이 꼭 좀 알았으면 좋겠다.”

성범죄와 관련해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법안이 있다면.

“‘보호수용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것은 조두순이 출소하면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셨기 때문이다. 현재 법무부는 인권침해를 이유로 이 법안을 굉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황교안 법무장관 시절에는 법무부에서 이 법안을 추진했었다. 이 법안은 살인죄 2회, 성범죄 3회 이상 누범자들과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의 경우 초범자까지 포함해 적용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저녁에 잠은 일정 장소에서 자야 한다. 또한 심리치료, 정신치료를 병행하면서 안전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n번방 이후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여러 법안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다크웹’에 대한 법안은 없다.

“디지털 성범죄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 ‘플랫폼’ 문제다. 성착취물이 국내에 있는 서버에서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해외 서버에서 유통된다. (성착취물이) 너무 빠른 속도로 자유롭게 이동한다. 해외 공조가 필수적인데, 여기에는 경찰청, 외교부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공조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필요하다. 다크웹은 사실 통제가 불가능하다. AI(인공지능)까지 결합되면 더 추적하기 힘들 것이다. 성착취물 유포자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타기팅해 판매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반대로 정부는 이를 적발할 수 있는 AI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한 R&D(연구·개발) 비용에는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다크웹을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제가 앞장서겠다. 꼭 법안을 만들겠다.”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안을 발의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게 현행법 해석의 문제였다. 현행법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위장수사가 대표적이다. 그런 것이 참 안타까웠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국회의원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디지털 성범죄는 국회의원들이 경험해 보기 힘든 일이다.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그러나) 저의 경우에는, 전자공학과 출신인 데다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디지털 성범죄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국회에 들어오면서 의정활동의 양대 축을 정했다. 그중 하나가 여성·아동·청소년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악질적인 범죄다. 다크웹도 당연히 국가가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가족부(여가부)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10.1% 늘어난 1조2325억원이다. 전체 정부 예산(약 558조원)의 0.2%에 그쳤는데.

“여가부 예산이 1조원을 넘긴 것도 몇 년 되지 않았다. 여가부가 하는 일은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도와주는 부처이기 때문에 조금 더 강력해져야 한다. (그런데) 여가부의 업무는 보건복지부나 다른 부처와 연계돼 있는 것이 많다. 여가부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범위가 작고, 성과물도 안 나오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폐지론’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가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를 ‘가족’으로 봤을 때, 여가부는 이 ‘가족’을 지키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범죄와 관련해 해바라기센터를 운영하는 등 피해자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여가부가 조금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지지동반팀(02-2275-2201, digital_sc@hanmail.net),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 www.women1366.kr/stopds),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02-817-7959, hotline@cyber-lion.com)에서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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