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의 혹독한 CEO 신고식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7 10:00
  • 호수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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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껐지만 또 다른 시한폭탄 ‘째깍째깍’…잇단 악재에 업계 2위 수성도 ‘불안’

삼성의 5개 금융 계열사 중에서 삼성카드는 유독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업황 악화로 최근 10년여 동안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1조원을 웃돌던 순이익은 현재 3000억원대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주가 역시 지난 10년간 6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이 기간 4명의 CEO가 ‘체질 개선’을 외치며 취임했지만 경영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삼성카드에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됐다. 박스권에 갇혀 있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삼성카드의 매출(영업수익)은 3조3671억원으로 전년(3조2934억원)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5343억원으로 18.8%나 폭증했다. 삼성카드의 영업이익이 5000억원대를 돌파한 것은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3988억원으로 1년 만에 15.9%나 늘어났다. 아쉽게 ‘4000억원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순이익이 금융권 실적 평가의 중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향후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 반등이 김대환 사장 취임 후 1년 만에 나온 성과여서 주목되고 있다.

“실적 반등 신호탄” vs “코로나 착시 현상”

금융권의 평가는 달랐다. 최근의 실적 반등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게 금융권 일각의 시각이다. 한 금융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외여행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나 무이자 행사 등이 대폭 축소됐다. 그 비용이 순이익에 반영되면서 이익이 증가한 것처럼 보인 것”이라면서 “실상은 비용 절감에 따른 ‘불황형’ 실적 반등”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삼성카드는 김대환 사장 취임 이후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런 악재가 계속될 경우 업계 2위 자리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우려되는 부분이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마이데이터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한 곳에 개인 신용정보를 모아 관리하는 서비스다. 최근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나 빅테크와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자 ‘필승 카드’로 내놓은 사업이다.

삼성카드 역시 일찌감치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으면서 신사업 진출에 ‘급제동’이 걸렸다. 관련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는 8월까지 삼성카드가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카드는 금융위 심사에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징계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금융위가 최근 심사 일정을 계속 미루면서 사업 좌초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올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지게 된 점도 삼성카드에는 부담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카드의 카드론 비중은 23.95%다. 현대카드(11.08%)와 롯데카드(4.95%), KB국민카드(4.28%), 신한카드(4.04%)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법정 최고금리가 4% 낮아질 경우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 등을 통해 실적을 메워온 삼성카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삼성그룹 임직원의 복리후생 목적으로 만들어진 삼성결혼도움방의 가맹점 갑질 논란과 삼성카드 모집인의 불법 영업으로 인한 금감원 제재 이슈도 최근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의욕적으로 출발한 ‘김대환호’에는 하나같이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사실 삼성 CEO에게 삼성카드 사장 자리는 녹록한 곳이 아니다. 재무통으로 ‘삼성의 금고지기’라는 별명이 붙었던 최도석 전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구조본과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등을 거쳤다. 삼성의 ‘60세 은퇴’ 룰을 깨고 2010년 정기인사에서 승진했을 정도로 오너가의 신임이 컸다. 하지만 그는 2011년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삼성카드 대표에서 경질됐다.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사안을 축소 보고하면서 일이 커졌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최 부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를 맡은 인사가 최치훈 사장이다. 최 사장 역시 GE에서 영입한 ‘혁신형’ CEO로, 삼성전자 사장과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을 거쳐 삼성카드에 입성했다. 하지만 임기 초 현대카드 상품 표절 의혹에 이어 자영업자 단체에 거짓 공문을 보내면서 홍역을 처렀다. 당시 삼성은 삼성테크윈(한화테크윈) 비리 사태 직후여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시사저널 포토

취임 2년 차인 김대환 사장 행보 주목

물론 최 사장 취임 후 삼성카드의 실적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취임 이듬해인 2012년 영업이익은 1조원, 순이익은 7500억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2013년 매출은 물론이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다시 급감했다. 결국 최 사장은 그해 연말 인사에서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나마 원기찬 전 사장이 가장 장수한 CEO였다. 원 사장은 2014년 3월 공식 취임했다. “삼성의 1등 DNA를 삼성카드에 접목시키겠다”는 게 취임 일성이었다. 원 사장은 2018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6년간 삼성카드의 CEO를 맡았다. 하지만 원 사장도 실적 개선에는 실패했고, 지난해 3월 CEO에서 물러났다. 취임 2년 차인 김대환 사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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