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을까 말까? 망설이는 당신을 위한 팁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0 08:00
  • 호수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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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관계자 10인의 접종 경험담
의사가 권장하는 6가지 백신 접종 주의사항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에 대한 방역 당국의 세밀한 설득 필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누구나 앞다퉈 접종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다양한 이상 반응 이슈가 발생하면서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4월8일부터 60세 미만 등 특정 인구층에 대한 접종이 아예 중지됐다. 시사저널이 국내 의료인들로부터 백신을 직접 맞은 경험을 들어봤다. 집단면역을 위해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의 세밀한 설득 작업도 필요한 시점이다.  

의료 관계자 10인, 직접 백신 맞아보니⋯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40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 나는 40대 후반인데 별로 힘들지 않았다. 접종 다음 날 미열에 근육통이 있어 타이레놀을 먹고 하루 쉬었더니 좋아졌다.”

김기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40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집단면역이 필요하므로 그중 한 명이 되고 싶었다. 3월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접종 당일 저녁부터 몸살과 두통이 이틀 정도 지속돼 해열진통제를 주기적으로 먹었다. 접종 3일째부터 평상시로 돌아왔다.”

이소라 서울대병원 소아정맥주사팀 간호사(30대)

“3월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환자와 병원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접종에 동의했다. 접종 후 시간이 지날수록 열이 38도까지 오르고 전신 근육통으로 24시간 고생했다. 일정 간격으로 타이레놀을 먹고 회복됐다. 독감 백신 접종 때보다는 조금 강도가 심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찬 서울대병원 행정직원(30대)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희망이 커서 접종에 동의했다. 3월초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접종 당일 저녁부터 오한과 발열 증상이 생겼다.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않았다. 새벽까지 뒤척이며 꽤 고생했다. 다음 날 아침에 열이 내려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봤다. 주변 동료도 2명 중 1명꼴로 이상 증상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됐다. 집단면역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접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혜민 서울대병원 재난의료본부 교수(30대)

“재난의료본부 담당 교수로서 원내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자신과 주변인 보호)이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3월9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그다음 날 가벼운 열감과 피로감이 있었지만 타이레놀 복용 후 충분한 수면을 취하니 호전됐다.”

김주현 서울대병원 암정보교육실 간호사(40대)

“업무상 면역이 약한 암환자와 접촉하는 일이 많아 접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3월12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먼저 접종한 동료들이 고열과 두통을 호소해 접종 전에는 좀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약한 두통과 몸살 기운이 이틀 정도 있었던 것(독감 백신 때와 비슷) 외에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다.”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50대)

“우리나라에서만 접종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도 접종 중이고 이전에 임상시험을 거친 백신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브란스병원 임상과 의사(익명ㆍ40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5일 정도 접종 부위가 뻐근했다. 3일 정도 설사에 가까운 변을 봤다. 몸살 기운과 열감이 아주 조금 있었다. 일정 간격으로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백신을 맞고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다. 주변에 접종을 추천한다.”

세브란스병원 외래 간호사(익명ㆍ30대)

“금요일 오후 접종하고 저녁까지 접종 부위에 뻐근함이 있었고 다음 날 새벽 미열(37.3도)과 오한이 있었다. 심한 몸살 느낌의 근육통이 있어 자다 일어나 타이레놀을 먹었다. 오전 중에 심한 근육통이 지속됐고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어 타이레놀을 추가 복용했다. 일요일 오전 평소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동료 간호사들에게 접종을 추천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개인의 불안감을 줄이고 집단면역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접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브란스병원 행정직원(익명ㆍ20대)

“사실 접종 전에는 백신 후유증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접종 후 주기적으로 타이레놀을 복용해서인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후유증은 없었다. 후유증이 없으니 오히려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과학의 힘을 믿는다. 주변인들에게 접종을 권한다.”

 

의사가 권장하는 접종 전후 주의사항 6가지 

(접종 전)

1) 접종 당일 컨디션 살피기 

몸이 쑤시거나 아프거나 평소와 달리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 백신 접종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 백신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 접종 자체가 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백신 금기증 파악

아나필락시스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안 되는 금기증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다. 급성 호흡곤란, 혈압 감소, 의식 소실 등 쇼크 증세와 같은 심한 전신 반응을 보인다. 독감 백신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사례는 인구 100만 명당 1명꼴인데, 코로나19 백신에서는 그보다 10배 많이 발생한다. 특정 음식이나 약물에 대한 발진·부종·두드러기·알레르기 등과 같은 이상 반응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금기증이 아니므로 백신을 맞아도 된다. 다만 접종 전 의사가 예진할 때 이런 점을 밝히고 접종 여부를 재확인하는 것이 이롭다.

3) 타이레놀 준비

접종 후 고열, 근육통, 접종 부위 통증과 같은 이상 반응이 생길 수 있다. 고령자보다 40세 미만 젊은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이상 반응은 백신을 맞은 직후보다 당일 저녁이나 다음 날 주로 발생한다. 증상이 심하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도움이 되므로 미리 준비해 둔다. 타이레놀은 진통·해열 작용을 한다.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들 약품은 소염 작용도 있어 항체 형성에 방해가 될지 모른다. 물론 의학적으로 이들 약품이 항체 형성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는 없으나, 혹시 모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타이레놀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접종 후)

1) 대기실에서 최소 15~30분 관찰

주사를 맞은 후 바로 접종 기관을 떠나지 말고 최소 15~30분 대기실에 머물면서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살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대개 접종 후 15분 이내에 발생하는데 호흡곤란·흉통·복통·혈압저하·두드러기·실신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에피네프린 주사를 맞으면 완치된다. 

2) 2~3일 안정 취하기

주로 40세 미만의 젊은 사람에게서 접종 후 2~3일 고열, 근육통, 접종 부위 통증, 심지어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백신을 맞은 날부터 2~3일은 특별한 약속을 잡지 말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이 심하면 직장에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는 편이 이롭다.

3) 타이레놀 복용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준비해 둔 타이레놀을 먹는다. 다만 체온이 38.5도 미만이거나 이상 반응이 시작된 지 24시간 이내라면 해열제를 먹지 않고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휴식을 취해도 된다. 그러나 열이 38.5도 이상이면 타이레놀 복용을 권장한다. 타이레놀을 복용해도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 의식이 혼미해지는 경우, 팔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호흡곤란이 생긴 경우라면 119의 도움을 받아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접종 꺼리는 20%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 3명 중 2명은 백신 접종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집단면역 형성에 필요한 70% 접종보다는 낮은 수치다. 국민의 약 20%는 백신 접종을 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가 다양한 만큼 이들을 설득할 때 세밀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3월24일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3월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에서 국민의 67.8%는 백신을 접종받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이유로는 가족의 감염 예방(79.8%), 사회적 집단면역 형성(67.2%), 자신의 감염 예방(65.3%) 순으로 집계됐다. 

백신 접종 의향 비율은 이전 인식조사 결과보다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이 여전히 5명 중 1명꼴이다. KBS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3월19일 발표한 인식조사(3월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72명 대상)에서 백신을 접종받을 의향이 있는 사람은 65.4%, 접종받을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20.7%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로는 백신 부작용 등 안전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응답이 51.2%로 가장 많았다. 또 원하는 백신을 선택할 수 없어 불만이라는 응답도 30% 가까이 나왔다. 

매튜 혼지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팀은 2018년 24개국 5000여 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사람의 동기를 연구한 바 있다. 그 결과, 백신을 거부하는 심리적 뿌리를 크게 4가지 군집으로 나눌 수 있었다. 음모론적 사고를 가진 사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저항하는 사람, 바늘이나 주사에 대한 공포가 있는 사람, 사회의 개인 통제에 불만인 사람 등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주저하거나 꺼리는 사람들을 설득할 때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접종률이 오른다. 즉 주변 사람들이 주사를 맞고 아무 이상 없는 것을 보면 접종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접종률이 높아지면 방역을 완화할 여건도 생긴다. 예컨대 해외여행 후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는 등의 방역 완화 정책을 병행하면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접종받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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