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대승’에도 웃을 수 없는 야권…국민의힘 앞에 놓인 암초 셋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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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야권 통합·당권 경쟁·리더십 부재 극복할까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가운데),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비상대책위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비상대책위원들과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 대승으로 한껏 고무된 야권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야권 통합’ 주도권을 둘러싸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신경전이 본격 신호탄을 쏘아올리면서다. 합당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됐던 국민의힘은 리더십 부재 속 당권 경쟁이 조기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내부 교통정리부터 해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당이 합당을 둘러싼 치열한 샅바 싸움을 예고한 상태여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당 안팎으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야권 통합 둘러싼 신경전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2일 합당을 둘러싸고 날선 발언을 주고 받으며 기싸움을 벌였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야권은 대통합과 정권교체의 기조에 맞는 내용을 채워야 한다”며 “우리가 잘해서 이겼다는 교만에 빠지는 순간, 야권의 혁신 동력은 약해지고 정권 교체에 대한 절박함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합당 방식을 둘러싼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앞서 주 대표 대행은 8일 안 대표와 오찬에서 “원하는 합당 방식을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안 대표는 “당내 의견수렴이 먼저”라고 답하며 ‘밀당’을 벌였다.

현재 두 당 지도부는 서로 이번 재·보궐선거 압승의 주역임을 내세우며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의 복심으로 꼽히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라는 헌신적 견인차가 없었다면 (국민의힘의 압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같은 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세 사람뿐으로 실체가 없다. 야권이란 것도 몇몇 사람이 자기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부르짖는 것인데 무슨 놈의 야권인가”라고 일갈했다.

국민의당이 내민 재·보궐선거 승리 ‘청구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은 앞으로 야권 개편에서 주도권을 뺏길 우려 속에 속내가 복잡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 전 위원장이 연일 야권을 향한 날선 비판을 던지고 있어 이 부담도 함께 뚫고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힘 청년자치기구인 청년의힘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청년을 위한 정당이 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청년자치기구인 청년의힘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청년을 위한 정당이 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놓고 계파 갈등 빠져드나

제1야당 지도부 자리를 놓고 당내 갈등도 예상된다. 4·7 재·보궐선거 다음날 국민의힘 초선 의원 56명이 발표한 성명서가 발단이다. 이들이 성명서에서 “특정 지역 정당이란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나가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영남권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잇따랐다. 이에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주 대표 대행은 “TK나 PK가 기득권을 가지고 당 운영을 좌지우지하거나 이런 것이 없다. 스스로 한계 짓는 그런 용어나 이런 것은 조심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차기 당권 경쟁에서 지역 계파 구도로 대립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보수의 텃밭인 영남, ‘윤석열 대망론’을 등에 업은 충청, 중도 이미지를 위한 수도권 인사들의 경쟁이다. 영남권에선 주 대표 대행과 조경태·윤영석·하태경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정진석·홍문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권영세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저울질을 하고 있다. 초선인 김웅·윤희숙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지역과 중도·보수, 초선과 중진 등으로 쪼개진 세분화 된 계파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커지면 재보선 승리가 무색하게 과거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나오는 실정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지도부 ‘김종인 리더십’ 대체할까  

김 전 비대위원장이 주도한 당 쇄신이 일단 성공을 거둔 만큼, 이를 바탕으로 내년 대선을 이끌어낼 리더십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대선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리더십 부재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민의힘 내부에는 형성돼 있다.

하지만 야권 통합과 당권 등을 둘러싼 내부 경쟁이 시작된 만큼 하루빨리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 재추대설도 거론됐으며, 여전히 그가 야권 재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구도가 점점 복잡해져가는 야권 재편의 방정식 속에서 지도부의 면면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도 야권에 대한 기대 보다 여권에 대한 실망감이 주된 원인이었던 점에서 야권의 때 이른 축배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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