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데 ‘친문’ 눈치 보는 민주당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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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가늠자’ 지도부 경선에도 손 뻗친 친문…‘도로 친문당’ 우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 열린 재보선 결과에 대한 공동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 열린 재보선 결과에 대한 공동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새 지도부 구성으로 쇄신을 꾀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이 시작부터 내홍에 휩싸였다. 선거 패인 분석에서 ‘친문(친문재인)’과 비주류 간 입장차를 보인 데다, 새 지도부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친문 일색이어서다.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친문 2선 후퇴론’은 친문계의 입김에 힘을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오는 16일과 다음달 2일에 각각 원내대표 선거와 임시전당대회를 치른다. 이날(12일) 먼저 막을 올린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는 ‘친문’ 윤호중 의원 대 ‘비주류’ 박완주 의원의 양자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보궐선거 참패 이후 치러지는 첫 당내 선거인만큼,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쇄신 방향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다만 무게중심은 벌써 윤호중 의원에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문 인사이자, 이해찬 전 대표 체제에서 당 사무총장을 지내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최근까지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기도 했다. 대항마로 나선 박완주 의원은 운동권의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오는 16일 윤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다면 친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윤호중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윤호중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게다가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1일 최고위원도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도록 방향을 튼 상황이다. 당초 중앙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하기로 했지만, 당내 친문 의원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이 같이 수정 의결한 것이다. 전당대회는 중앙위보다 권리당원들의 표심이 강하게 작용하는 터라, 사실상 친문의 지지를 받는 인사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친문 강성 지지층의 입김은 통렬한 반성문을 내놓았던 2030세대 초선 의원들에게도 작용했다.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친문을 저격했던 초선 의원들이 불과 이틀 만에 “반성문이 오독됐다”며 꼬리를 내리게 만들면서다. 지난 9일 발표한 반성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무리하게 지킨 것이 민심 이반의 한 이유’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친문의 타깃이 됐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조국의 배신자’ 혹은 ‘초선 5적’이라 불리며 난타를 맞았다. 이에 이들 다섯 명의 의원은 11일 “참패의 원인을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 청년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4·7 재보선참패후 더불어민주당의 쇄신 진로를 위한 재선의원간담회에서 조응천 의원이 참석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4·7 재보선참패후 더불어민주당의 쇄신 진로를 위한 재선의원간담회에서 조응천 의원이 참석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다만 친문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에서도 ‘친문 2선 후퇴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12일 “당내 경선에서 지금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가면 앉아서 죽는다”고 지적했다. 최고위원을 전당대회에서 뽑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그거(최고위원 전당대회 선출) 주장하는 분들이 다 전당대회 하면 메리트가 있는 분들”이라며 “오만한 것이다. 기득권을 못 버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같은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뻔한 인물로 나서면 뻔한 구도로 갈 수밖에 없고 뻔한 패배를 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 원내대표 선거, 전당대회에서 인물로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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