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는 착한 기업? 이미지에 숨겨진 내부거래의 그림자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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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역주행하는 중견기업 내부거래 실태 ⑤ 오뚜기그룹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 ⓒ연합뉴스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 ⓒ연합뉴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대물림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 공정경제가 화두로 제시되면서 정부는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부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은 아랑곳 않고 내부거래에 골몰했다. ‘일감몰아주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견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차례로 분석해 보도한다.

오뚜기그룹은 선한 기업의 대명사다. 각종 선행과 미담이 외부에 알려지면서다. 이로 인해 ‘갓뚜기’라는 별명도 붙었다. 특히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이 부친인 고(故) 함태호 오뚜기그룹 창업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1500억원의 상속세를 모두 납부한 점도 주목받았다. 승계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해 세금을 회피해온 재벌가 관행과는 상반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과연 정상적인 방법으로 거액의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었을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오뚜기 오너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오뚜기그룹은 2017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또 같은해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행한 ‘대규모기업집단 외 일감몰아주기 사례분석’ 보고서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중견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이 한 라디오 채널의 패널로 참석해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오뚜기그룹 내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는 오뚜기라면이다. 오뚜기라면은 매년 99%대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에 의존해오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주)오뚜기와의 거래에 집중돼 있다. 오뚜기라면이 라면을 생산해 (주)오뚜기에 공급하면, (주)오뚜기가 이를 판매하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에도 오뚜기라면은 5571억원의 매출이 (주)오뚜기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의 상당 부분은 오너 일가에게 흘러가는 구조다. 오뚜기라면은 (주)오뚜기가 35.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오뚜기는 함 회장(27.31%)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44.06%에 달한다. 함 회장도 오뚜기라면 지분 24.70%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뚜기 오너 일가는 그동안 오뚜기라면의 배당을 통해 상당한 현금을 확보해왔다.

오뚜기라면이 함 회장의 회사라면, 오뚜기SF는 장남의 회사다. 3세 승계의 지렛대로 주목받는 계열사이기도 하다. 오뚜기SF의 지분 100%를 보유한 오뚜기SF지주 지분 38.53%를 함 회장의 장남 윤식씨가 소유하고 있어서다. 나머지 61.47%는 (주)오뚜기가 가지고 있다. 오뚜기SF 역시 그동안 매출의 상당 부분을 내부거래로 채워왔다.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 512억원 가운데 79.42%에 해당하는 407억원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상미식품과 알디에스, 풍림피앤피 등은 오너 일가의 지분은 전무하다. 그러나 이들 계열사는 모두 (주)오뚜기의 100% 자회사다. 오너 일가가 (주)오뚜기를 통해 간접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회사의 매출 상당 부분은 그룹 계열사들이 책임져줬다. 상미식품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 1153억원 중 96.77%에 해당하는 1115억원을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알디에스와 풍림피앤피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도 각각 91.29%(매출 234억원-내부거래액 213억원)과 68.71%(763억원-524억원)에 달했다.

오뚜기물류서비스는 두 단계를 거쳐 오너 일가의 지배를 받고 있다.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의 100% 자회사고,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주)오뚜기(85.24%)와 오뚜기라면(14.76%)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매년 계열사의 지원에 힘입어 매출을 올려왔다. 실제 지난해 전체 매출 148억원 중 내부거래 비중은 77.83%(115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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