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마이웨이’, 文정부 뒤흔든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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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부동산·방역 대책으로 존재감 키우는 吳…文 지지율은 ‘휘청’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격적인 ‘마이웨이’ 행보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기존 정책 기조와 정반대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가 하면, 독자적인 거리두기 체계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오 시장이 문 정부에 날을 세울수록 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정부 여당으로선 다시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될 전망이다.

10년 만에 금의환향한 오세훈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새 판 짜기’에 나섰다. 시작은 부동산 정책이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처음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 추진 의지를 밝히며 부동산 정책 행보를 시작했다. 이날(13일)에는 야권 인사로선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공시가격 제도 개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부동산 민심이 이번 보궐선거 판도를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오 시장도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화상을 통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화상을 통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막 오른 오세훈 시즌2…‘문재인 지우기’ 시동?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오 시장과 정부의 충돌은 이미 예견된 바다. 오 시장이 선거운동에서부터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한강변 아파트 35층 높이 규제 완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개선 등은 공공 주도 개발 사업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된다. 가뜩이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공공 주도 부동산 개발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최대 지자체인 서울시조차 정부 기조에 반하는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정부로선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코로나19 방역 대책도 예외는 아니다. 오 시장은 현재의 거리두기 체계를 ‘규제방역’이라고 지칭하고는 “동네 상권을 무너뜨려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12일 ‘서울형 거리두기’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간이 자가진단 키트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업태별로 영업시간을 차등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울시는 이번 주 내로 매뉴얼을 완성해 늦어도 내달 초부터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 ⓒ 연합뉴스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 ⓒ 연합뉴스

吳가 짠 판에 휘둘릴라…與 “오세훈 멈춰!” 한 목소리

그러나 오 시장의 독자 행보에 대한 정부 여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과 방역 대책을 주관하는 각 부처 장관들이 잇따라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 시장이 주장한 자가 진단키트의 낮은 정확성을 문제 삼았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오 시장을 향해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방역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시장이 주장한 공시가격 제도 재검토와 관련해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국적 통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공시가격은 부동산가격공시법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이 1421만호 전수조사를 통해 산정한 가격이다. 정부가 임의로 조성할 여지가 없다”며 “일부 지자체의 문제제기가 사실은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吳 존재감 커지면 文 레임덕 부추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와 각 부처가 같은 입장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코로나 방역이든 부동산 문제든 서울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전국적 해결이 가능한 만큼, 충분한 소통으로 각 부처와 서울시가 같은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면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호흡’을 강조한 것이지만, 정부와 엇박자 조짐을 보이는 오 시장을 향한 ‘우회적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오세훈표’ 정책에 쉽사리 호응하지 못하고 있다. 섣불리 동조했다가 오 시장이 짠 판에 휘둘릴 가능성이 남아있어서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YTN 의뢰, 4월5~9일, 18세 이상 4만3755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1.2%포인트 떨어진 33.4%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다. 오 시장이 존재감을 키울수록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 리얼미터
ⓒ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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