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그다음 세상은 ‘메타버스’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9 12:00
  • 호수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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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의 시간이 동시 존재…스타트업엔 새로운 ‘기회의 장’ 될 수도

신세계의 문이 열렸다. 현실과 가상의 시간이 동시에 움직이는 이른바 메타버스(Metaverse)의 세상이 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옥철을 타고 ‘9to6’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상품을 팔기 위해 점포를 내지 않아도 가상의 아바타(virtual Being)가 나를 대신해 경제활동을 해 주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4월 ‘포트나이트’라는 메타버스에서 미국의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콘서트를 열어 2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캐나다 작가 크리스타 킴의 작품 《마스하우스(Mars House)》는 50만 달러에 팔렸다. 그런가 하면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는 뉴욕증시에 상장해 시가총액 기준으로 현대자동차를 넘어섰고, 네이버Z가 2년 전 론칭한 한국형 로블록스 ‘제페토’는 이용자 수가 2억 명을 넘은 지 오래다.

4월22일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관련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월드 IT쇼 2021(WIS 2021)’에서 SKT 홍보 모델이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체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4월22일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관련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월드 IT쇼 2021(WIS 2021)’에서 SKT 홍보 모델이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체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메타버스 콘서트 수익 2000만 달러 “실화냐?”

이처럼 지금은 엔터와 NFT(대체불가능토큰) 아트, 게임 분야 등에서 발 빠르게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다른 산업 분야보다 디지털화가 쉬운 점이 작용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현실세계의 경제활동이 그대로 가상세계에 덮어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4D의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에서 돈을 벌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 기반 소호창업자 관점이다.

먼저 스타트업 관점에서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해야 할지 예측해 보자. 메타버스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크게 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첫째, 하드&소프트웨어, 즉 인프라 단계다. 건축으로 치면 토목공사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개발엔진, 클라우드 컴퓨팅, 통신기술, XR(Extended Reality), HMR(Head mounted display), 블록체인 기술 등이 있다. 이러한 분야는 주로 대자본이 담당하는 영역이어서 쉽게 도전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개발엔진은 유니티, 저장장치인 클라우드는 아마존의 AWS, 5G와 같은 통신기술은 삼성과 애플, 뷰어글라스인 HMR은 페이스북과 애플이 선도하고 있다. 그 외에도 뇌 활동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뉴로테크와 오감 재현 기술인 햅틱(Haptic)은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뉴럴링크와 테슬라수트 등이 견인하는 상황이다.

둘째, 플랫폼 단계다. 건축으로 치면 집을 짓는 단계다. 바로 이 단계에서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활발해질 것이다. 플랫폼은 앞서 언급한 인프라를 이용해 얼마든지 새로운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닌텐도의 ‘동물의 숲’, MS의 ‘마인크래프트’ 그리고 ‘빅히트’의 자회사인 beNX가 팬커뮤니티를 콘셉트로 개발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등이 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던 지난 2003년 필자는 색다른 도전을 했다. 현실세계의 빌딩을 인터넷 안의 사이버 스페이스에 건축해 분양해 보면 어떨까. 1층은 은행이나 쇼핑몰을 입점시키고, 각 층을 프랜차이즈·벤처 등 업태별로 분양업체에 팔면 분양업체가 해당 층을 여러 칸으로 나눠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구조로 건축사를 통해 설계했다. 각 사무실 입구에서는 가상비서가 안내하고 상담하며 사업설명회를 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두 개 층은 매매가 이루어졌으나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빛을 보지는 못했다.

색다른 아이디어도 있었다. 당시 김유리 작가의 인터넷 소설 《옥탑방 고양이》가 드라마로도 인기를 끌던 때였다. 이 드라마는 당시 거북스러운 혼전동거를 소재로 했지만 시청률이 35%를 넘나들었다. 이때 스치는 생각이 “앞으로는 동거가 자연스러운 시대가 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이버 동거빌리지’를 구상했다. 원룸을 임대하고, 짝을 찾고, 의류를 팔거나 인테리어용으로 가상의 상품을 구입하게 하는 등의 수익모델로 기획했다. 하지만 이 역시 개발의 한계를 느껴 포기해야 했다. 지금의 메타버스다.

필자는 지금도 동거월드 플랫폼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NS 이용자를 분석해 보면 40~50대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30대는 인스타그램, 10대는 제페토에 모인다. 하지만 20대는 놀 공간이 없다. 최근 음성 기반 플랫폼 ‘클럽하우스’에 놀이터가 생기긴 했지만 오감으로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 이 점이 동거빌리지 메타버스가 유망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또 다른 스타트업 영역은 메타버스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기술 분야를 들 수 있다. 요컨대 챗봇 같은 디지털 휴먼테크, NFT 같은 블록체인 기술, 그래픽이나 미디어아트 같은 콘텐츠 구현기술, MR, 특히 AR기술 등은 스타트업 영역으로 볼 수 있다. 현실세계의 도매나 중개상 같은 링커(Linker) 부문이 대표적이다. 메타버스 공간을 분할해 파는 부동산 중개, 이용자들이 만든 아이템을 모아 판로를 열어주는 사업모델, 메타버스 광고대행사, 이벤트 기획사, NFT서점 등 메타버스 안에서도 현실세계처럼 다양한 사업모델이 나타날 것이다.

 

플랫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응용 가능

그렇다면 개인 이용자는 단지 소비자로 남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공간 지각능력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수많은 커리어트랙이 나타날 것이며 생산자면서 소비자인 프로슈머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이러한 콘텐츠 단계다. 집이 완성되면 인테리어, 비품과 같은 물상을 채워야 하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 안에서도 건축가, 디자이너, 작가, 컨설턴트, 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때로는 5일장처럼 주기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장터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게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디자인해 팔고 있는 창작자들처럼 이용자는 누구나 제품과 서비스를 제조, 소유, 판매 또는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어느 한 사람이나 기업이 통제해선 안 된다는 점, 이용자 상호 간에 교감이나 교환이 가능한 체계여야 하고, 이용자는 제한 없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용시간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이는 메타버스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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