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언택트·하이브리드로 '코로나 위기' 넘는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9 10:00
  • 호수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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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소매업 위기 탈출’ 전략…오프라인은 재앙이지만 온라인에선 기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시대전환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던 노년층마저 언택트(비대면), 온라인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케팅 기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초연결성이 대세다. 현대 마케팅의 구루(Guru)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 석좌교수는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등 파괴적 혁신기술과 기업의 마케팅 기법을 하나로 묶는 초연결성(Hyper-Connected), 초지능화(Hyper-Intelligent)가 앞으로 모든 기업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pixabay

한동안 유행했던 플랫폼 비즈니스도 이젠 과거의 유물이 되고 있다. 모두가 자신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꾸려지길 바라지만, 아쉽게도 플랫폼 기업 수는 과거보다 더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곳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텐센트 정도다. 그 뒤를 스냅챗·에어비앤비·우버 등 이른바 데카콘[Decacorn·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비상장 신생 벤처기업.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보다 상위 개념]이 뒤쫓는 모습이다.

유통시장에선 플랫폼과 언택트 마케팅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라이브커머스(Live-Commerce)는 이커머스(E-commerce)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개념이다. 중국의 왕훙(網紅)이 대표적이다. 인플루언서와 유튜버, BJ(비디오자키)를 통칭하는 왕훙을 영어로 직역하면 ‘키 오피니언 리더(Key Opinion Leader)’다.

중국 소매시장은 어떤 면에선 미국·유럽보다 트렌드가 앞선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은 무려 2조 달러(약 2260조원) 규모로 6000억 달러(약 680조원)인 미국보다 3배 이상 컸다. 플랫폼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 SNS와 이커머스를 결합한 앱인 샤오훙슈(小紅書)도 등장했다. 샤오훙슈에 콘텐츠를 집어넣는 것은 기업의 몫이 아니다. 이용자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자발적인 후기가 다른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네이버쇼핑에서 이용자들의 후기가 고객의 구매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은 아무나 못 해…그보단 소비자 경험

경동나비엔은 집콕 시대 소비자 편리성을 크게 높여 호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하루 일과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는 탓에 최근 가전시장의 키워드는 건강과 안전이다. 문제는 실내 공기 오염이 실외보다 5배나 심각한 점이다. 경동나비엔이 새롭게 개발한 나비엔 청정 환기 시스템 키친플러스는 소비자의 니즈(욕구)를 토대로 시스템이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공기청정·환기 기능 등이 갖춰진 기존 나비엔 청정 환기 시스템에 3D 에어후드, 주방집중급기 특화 덕트(Duct)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

경동나비엔이 서울대·서울시립대·미국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함께 진행한 ‘공동주택 미세먼지 대비 청정 환기제품 효과 검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요리 시 일반 환기장치 및 레인지후드를 작동했을 때보다 나비엔 청정 환기 시스템과 3D 에어후드가 연동된 키친플러스를 작동했을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총량이 현저히 줄었다. 일반 환기장치의 급기모드와 레인지후드를 동시에 켰을 경우와 비교하면 주방의 초미세먼지 총량은 평균 66% 줄어들었으며, 거실 또한 평균 57% 감소했다.

최근 해외 리테일(소매) 서비스 업체들이 또 하나 주력하는 비즈니스는 ‘하이브리드’다. 언택트 하나만으로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다른 기술 트렌드를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등 브랜드를 갖고 있는 SPC그룹이 선보인 ‘식사대용 가정간편식(HMR)’ 서비스가 좋은 예다. 사실 SPC의 파리바게뜨가 이런 식의 자체 배달 서비스 ‘파바 딜리버리’를 도입한 것은 2018년 9월부터다. 1100여 점에서 시작한 파바 딜리버리는 현재 2800여 점으로 서비스가 확대됐으며, 취급 제품도 200여 종에서 520여 종으로 늘어났다.

막 만든 제품을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전해 주고 있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매장에서 빵이 나오는 시간을 ‘해피오더 앱’을 통해 알려준 게 시작이라면 지난해 10월 첫선을 보인 HMR 브랜드 ‘퍼스트 클래스 키친(First Class Kitchen)’은 하이브리드 리테일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서양식인 ‘웨스턴 밀’에 이어 아시안 음식인 ‘아시안 퀴진’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자체 외식 브랜드인 이탈리안 음식 브랜드 라그릴리아, 아시안 누들 앤 라이스 브랜드 스트릿(StrEAT)의 노하우가 반영된 다양한 제품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갓 구운 빵을 소비자에게 바로 전해 주는 파리바게뜨의 ‘파바 딜러버리’ 서비스ⓒspc
갓 구운 빵을 소비자에게 바로 전해 주는 파리바게뜨의 ‘파바 딜러버리’ 서비스ⓒspc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 상부상조도 달라진 풍경이다. 신세계와 네이버가 지분을 교환한 것이나 롯데 등 대형 유통 공룡들이 온·오프라인을 한데 합친 ‘옴니 채널(Omni Channel)’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한 가지로만 승부를 걸어서는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 전역에 2253개 매장을 보유한 미국 5대 할인점 앨버트선즈(Albertsons)는 최근 구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구매 편의성을 높이고 매장 내에서 재미있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앨버트선즈는 구글맵을 통해 매장별로 배달 및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페이를 통한 결제도 가능하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를 키운다는 전략에 따라 지난해 5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이마트 월계점에 ‘P.P센터’를 개설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가는 ‘Picking & Packing’의 약자 P.P센터로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부문에서 각각 20%씩 매출이 늘어났다. 현재 이마트 P.P센터는 전국 110여 곳에 포진해 있다. 스타벅스 온라인 숍도 비슷한 구도다. 이용자가 빵·샌드위치·주스 등 스타벅스에서 구매한 제품을 SSG닷컴 새벽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SSG닷컴으로 구매한 애플 제품을 이마트 에이스토어(A Store)에서 받아가는 애플 옴니 서비스도 비슷한 개념이다. 여기에 이마트는 최근 자사가 개발한 이마트앱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면서 최저가격 보상제와 e머니 등을 새롭게 론칭했다. 500개의 대표 생필품을 대상으로 구매 당일 오전 9~12시 홈플러스·롯데마트·쿠팡 등 각 이커머스 사이트와 이마트 가격을 비교해 더 비싸게 구매한 제품의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 주는 방식이다. e머니는 구매일 기준 하루 최대 3000점까지 확보할 수 있으며 30일 이내에 사용이 가능하다.

생수 시장도 온라인 결제, 오프라인 배송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농심 백산수는 백산수 앱을 통해 구매 시 일반배송은 5%, 정기배송은 15%의 마일리지를 적립해 정기배송을 유도하고 있다. 백산수는 미네랄 함량 및 구성비가 이상적인 생수로 평가받는다. 농심은 물 전문가로 알려진 신호상 공주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백산수가 마그네슘(Mg)과 칼슘(Ca)의 비율이 0.9 이상이라고 밝했다. 생수의 경우 이 비율이 1에 가까울수록 건강수로 분류한다. 이 밖에도 백산수는 다른 물에 비해 노폐물은 많이, 마그네슘·칼슘·칼륨 등 몸에 좋은 미네랄 성분은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이 이마트앱을 선보이면서 진행한 최저가 보상제 이벤트ⓒSSG닷컴
SSG닷컴이 이마트앱을 선보이면서 진행한 최저가 보상제 이벤트ⓒSSG닷컴

유럽, 10명 중 1명이 온라인으로 식품 구매

필립 코틀러 교수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고객의 구매경로를 연구하면서 인지(Awareness)·호감(Appeal)·질문(Ask)·행동(Action)·옹호(Advocacy) 등을 나타내는 ‘5A’를 강조한 것도 흥미롭다. 코틀러 교수는 고객의 역할을 다양한 미디어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대상으로 봤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의견을 판매 채널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서비스 생산 과정에 소비자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개발한 ‘Global (글로벌) X ETF랩’에는 이러한 개념이 포함됐다. 클린에너지·클라우드·디지털 헬스케어·게임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테마의 혁신기업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 X ETF랩은 3월5일 현재 누적 잔고액이 1300억원을 넘는 미래에셋증권의 대표 테마형 ETF랩이다. 이 상품에는 올 들어 27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 이상이며, 중도입출금과 중도해지가 가능하다. 역외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되는 만큼 해외주식 양도세 분리(단일세율 22%) 과세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코로나19는 오프라인 시장에는 재앙을 만들었지만,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딜로이트 글로벌 컨슈머 트랙커에 따르면, 유럽인 10명 중 1명이 온라인을 통해 식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유럽인이 온라인으로 비(非)식품이 아닌 식료품을 산다는 것은 놀라운 변화”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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