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떠나자 우클릭 행보…2030 등 돌리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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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서 사면론에 탄핵 부정론까지…전당대회 노림수?

‘김종인 체제’가 끝나자 국민의힘은 우클릭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하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는 동시에 탄핵 부정론까지 흘러나오면서다. 다만 당 차원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일부 인사들이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지지층 표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같은 국민의힘의 우클릭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당 지도부 선거에 출마한 주요 인사들 대다수가 보수·영남권이어서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야권의 보수화 흐름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4·7 재·보궐 선거에서 어렵게 확보한 2030 청년층의 등을 다시 돌리게 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압승, 기회는 이때다? 사면론에 탄핵 부정론까지 ‘우향우’

김종인 전 위원장 퇴임 이후 약 2주도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에선 ‘탄핵 부정론’이 공개적으로 등장했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인 서병수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서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서 의원은 “과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사법처리 되어 징역형, 벌금, 추징금을 내야 할 정도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전직 대통령을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촉구했다.

여기에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공개적으로 사면론을 꺼내들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도 “국민 공감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사면론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탄핵 부정론’은 즉각 진화에 나서면서도 사면론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당 중진을 중심으로 사면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당 전체 의견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전직 대통령들이 오랫동안 영어 생활하는 데 관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연초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사면을 건의하지 않았느냐”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월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에 억눌렸던 ‘보수’ 입김, 전당대회 앞두고 ‘폭발’

이 같은 기류는 김 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행적과 정반대된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 색채를 지우는 데 사활을 걸었던 김 전 위원장은 당 안팎의 비판을 무릅쓰고 대국민 사과를 강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전 체제에서 억눌려 있던 목소리가 김 전 위원장의 퇴임 이후 터져 나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당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강성지지층의 표심을 끌어 모아야 하는 국민의힘이 사면론을 의도적으로 꺼내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4·7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젊은 보수층이 국민의힘에 다수 영입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강성 보수 지지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지지층은 대체로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이들의 표심을 확보하려면 사면론에 불을 붙이는 게 필수적이란 해석이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국민의힘의 우향우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 대행을 비롯해 조경태·윤영석 의원 등 당대표 주요 후보군 대다수가 영남권인 데다 당내 영남권 의원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상황이다. 당내 선거에서 영남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의힘의 ‘보수화’에 브레이크를 걸 만한 인물이 없다는 의미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다만 국민의힘 초선을 중심으로 당의 우클릭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인 조수진 의원은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물러난 것은 역사와 국민에게 큰 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탄핵 부정론을 꺼내든 서 의원을 향해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2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선거 끝난 일주일 만에 사면론을 꺼내는 것은 국민들께 비춰주기에 ‘저 당이 이제 먹고 살 만한가 보다’라는 인상을 주기가 너무 좋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비대위원회의에서도 사면론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지 고작 5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이러니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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