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직‧간접 지분 100% 회사에 일감 ‘몰빵’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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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역주행하는 중견기업 내부거래 실태 ⑥ 이수그룹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이수그룹 제공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이수그룹 제공

[편집자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대물림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 공정경제가 화두로 제시되면서 정부는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부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은 아랑곳 않고 내부거래에 골몰했다. ‘일감몰아주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견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차례로 분석해 보도한다.

이수그룹의 모태는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경제 관료이자 삼성전자 회장을 지낸 기업인 김준성 명예회장이 1969년 설립한 이수화학이다. 이후 이수그룹은 화학‧IT‧건설‧바이오‧스마트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중견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이수그룹 사업 대부분이 기업간 거래(B2B)에 집중돼 있지만, 건설 계열사인 이수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브라운스톤’으로 대중에 친숙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수그룹은 현재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범 회장을 정점으로 ‘이수엑사켐→(주)이수→이수화학→이수앱지스·이수건설 등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지주사인 (주)이수를 다시 이수엑사켐이 지배하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다. 그룹에 대한 김 회장의 지배력은 확고하다. 그가 (주)이수의 2대 주주(26.6%)인데다, 최대주주(73.4%)인 이수엑사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에 대한 직‧간접 지분율이 100%인 셈이다.

이수그룹 내에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주목받는 계열사는 모두 세 곳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이들 회사는 공통적으로 김 회장의 직‧간접 지분율이 100%라는 점이다. 내부거래를 통한 수혜가 모두 김 회장에게 흘러가는 구조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이수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6년 내부거래 비중이 60.39%에 달했다. 그해 전체 매출 158억원 가운데 95억원이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그러나 2016년을 정점으로 이수시스템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이 회사 내부거래율은 2017년 59.90%(전체 매출 192억원-내부거래액 115억원)에서 2018년 53.80%(200억원-108억원) 2019년 42.44%(217억원-92억원)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40% 아래(39.86%)로 낮아졌다. 내부거래를 줄이면서 외부 일감을 늘려나간 결과다. 그러나 이수시스템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사인 (주)이수도 내부거래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배당수익과 상표권수익 등 지주회사 관련 수익을 제외한 내부거래 매출이 매년 130억~140억원 규모였다. 계열사에 대한 용역과 부동산 임대 매출이 대부분이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주)이수의 지주사 관련 수익 외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84.15%에 달했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이수엑사켐도 통행세 논란 중심에 선 바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이수화학이 생산한 석유‧정밀 화학제품 판매를 도맡아 매출을 올려왔다. 이수엑사켐 매출원가에서 이수화학으로부터의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평균 72.6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매출은 1530억원에서 2369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수엑사컴은 중간판매상 역할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올린 매출을 바탕으로 김 회장의 현금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 지난 2015년부터 4년 동안 매년 배당을 실시, 김 회장은 약 78억4000만원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이수화학의 사업기회를 유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수화학이 직접 수행해 매출을 올릴 수 있음에도, 사업기회를 김 회장의 개인회사에 넘겨 사익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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