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백신시대] 100년 만에 돌아온 백신경제 사이클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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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광란의 20년’ 후 경제 대공황 진입 주목

백신경제(Vaccine Economy)는 팬데믹(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기에 접어들 때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강하게 소비가 증가하고 경제가 회복되는 시기를 일컫는다. 전경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백신형 경제회복(Vaccine-Shaped Economy)’이라 부르기도 했다.

일례로 1920년 스페인 독감이 진정되자 세계경제는 급속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광란의 20년(The Roaring Twenties)’을 보냈다. 3차례의 경기 침체 국면에도 불구하고 이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4.1%를 기록했다. 1920년대 누적 산업생산 증가율도 61.1%에 달했다. 다우지수의 누적 상승률은 245%로, 1990년대 미국 경제 대호황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때 역할을 한 혁신기술이 자동차와 라디오였다.

하지만 이 ‘광란의 20년’은 단순히 경제적 호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독감 이후 미국 경제의 패러다임과 사회구조가 급격히 바뀌었다. 요컨대 자동차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에너지가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었다. 경기 호황으로 기업 이익이 급증하면서 신산업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패권국 자리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V자형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환경 측면에서 1920년대와 지금은 닮은 점이 많다”면서 “팬데믹을 거치면서 새로운 사회와 경제 도래, 혁신 사이클을 통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전환, 새로운 소비 사이클의 등장,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등이 지금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920년대 경기 호황에 따른 자산 버블과 보호주의 확산으로 미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1929년 다우지수 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 국면에 진입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부분 역시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박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광란의 20년은 가장 경계해야 할 리스크 중 하나다”라면서 “포스트 백신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오는 장밋빛 환상에 취하기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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