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인 광풍]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심으로 투자하라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3 10:00
  • 호수 16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테크_금융] 9000개 넘는 알트코인 중 5%만 생존…투자 포인트는 ‘옥석 기리기’

뉴욕 증권거래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규모 때문에 ‘빅보드(Big Board)’라고도 불린다. 1817년 뉴욕증권거래위원회로 공식 설립됐고 1963년부터 현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Intercontinental Exchange)가 상장돼 있는데, 시가총액이 670억 달러(약 74조5000억원) 정도 된다. 4월초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상장됐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85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550억 달러 정도로 떨어졌다.

걸음마 단계인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증권거래소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게 맞는 일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결론은 코인베이스가 터무니없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평가의 근원이 가상화폐 버블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났다.

코인베이스가 높은 평가를 받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올 1분기에 이 회사가 8억 달러(약 89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한 해 이익의 두 배에 달한다. 지금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3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숫자를 놓고 주가가 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가순이익배율(PER)을 계산해 보면 30배가 나온다. 뉴욕거래소 모회사의 PER과 유사한 수치다. 가상화폐 시장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임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평가로 치부할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이익 변동성이다. 2019년 적자를 기록했던 코인베이스가 1년 만에 대규모 이익을 낼 정도로 실적이 들쑥날쑥하므로 이익의 전부를 인정해 주기 힘들다는 논리가 통할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가상화폐 거래가 제도권 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인정해 줄 만하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된 4월14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 마켓사이트 앞에서 코인베이스의 한 직원이 샴페인 병을 들고 축하하고 있다.ⓒAP연합·pixabay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된 4월14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 마켓사이트 앞에서 코인베이스의 한 직원이 샴페인 병을 들고 축하하고 있다.ⓒAP연합·pixabay

비트코인,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아

4월 중순 6만4000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이 2주 사이에 4만7000달러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전 세계에서 코인에 투자됐던 돈 220조원이 하루에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코인베이스 상장 직전 최고였던 가상화폐에 대한 기대가 상장을 계기로 낮아진 결과다. 미국 연준(Fed·연방준비제도)부터 한국은행까지 많은 중앙은행이 가상화폐의 투기성을 지적하고, 미국 정부가 고소득층에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를 20%에서 39%까지 올리겠다고 얘기한 것도 가상화폐 가격 하락에 일조했다.

가격이 하락했지만 비트코인만 보면 여전히 악재보다 호재가 많다. 우선 그동안 반신반의하던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자산운용회사 중에서 비트코인을 투자이익뿐 아니라 위험을 헤지하는 수단으로 보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아크인베스트의 경우 전체 자산의 2% 정도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전체 자산 가치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고, 5%를 투자하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다른 암호화폐는 몰라도 비트코인은 제도권 내에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이다.

중앙은행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코인베이스가 상장하던 날 연준은 ‘암호화폐는 투기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정부기관도 암호화폐가 돈세탁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화폐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해야 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행동이다.

비트코인은 교환의 매개물로 만들었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 교환의 매개물이 되기 위해서는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하루 15% 이상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으니 그 기능을 할 수 없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치 저장 수단으로는 확실히 자리 잡았다. 좋지 않게 보는 쪽에서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할 근거가 없는데 어떻게 가치 저장의 수단이 될 수 있느냐”고 얘기한다. 하지만 금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71년 8월15일 미국 정부가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금 1온스는 35달러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1700달러를 넘으니까 50년 사이 50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사람들이 금의 가치가 50배 이상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인정받고 있는 건데, 비트코인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최소한 ‘비트코인 가격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아직 정확한 가치를 산정할 방법이 없다는 점인데, 그래서 급등과 폭락이란 투기적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래 가능성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그렇다면 암호화폐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안일 것이다. 암호화폐는 둘로 나뉜다. 하나는 비트코인,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알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코인을 통칭해 알트코인이라 부른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알트코인만 9000개가 넘는데, 개발이 이어지는 만큼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이미 제도권 내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가격도 암호화폐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비트코인이 50% 오를 때 다른 코인은 10배 넘게 오르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에 알트코인에 손이 더 갈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비트코인의 장점이 명확해진다.

알트코인에 투자할 때는 해당 코인을 만든 목표를 살펴봐야 한다. 알트코인은 만든 목표와 주체가 존재하는 코인이다. 지난 2017년 여러 알트코인이 발행 목표를 밝힌 백서를 공개하면서 가상화폐 붐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당시 목표가 불분명한 코인까지 따라 올랐다가 크게 하락해 홍역을 치렀던 만큼 알트코인 투자는 미래 가능성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더리움 역시 비교적 목적이 명확한 알트코인이다.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와 결제뿐 아니라 계약서 등 애플리케이션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확장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높은 확장성 덕분에 이더리움에 기반해 많은 토큰이 만들어졌고,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괜찮은 자산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수익을 추구하면 투자가 되고, 그 한계를 지키지 못하면 투기가 된다. 코인 전문가들은 현재 있는 알트코인 중 많으면 5%, 적으면 1%밖에 생존하지 못할 거라 얘기한다. 믿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