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야권 보수 3인방…국민의힘 향후 진로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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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김종인 떠난 자리에 남은 ‘강경파’ 황교안·나경원·홍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월1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2019년 9월16일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삭발을 하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국민의힘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지도부 교체로 쇄신을 꾀하고 있지만, 오히려 강경 보수 기조의 자유한국당 시절로 ‘유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중도 노선을 걸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자마자, 그 빈자리에 강경 보수 인사들의 입김이 채워지면서다. 특히 한국당 당시 지도부였던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본격적으로 몸 풀기에 나선 데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복당 채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도로 한국당’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먼저 지난 총선에서 참패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황 전 대표는 4·7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월 참회록 《나는 죄인입니다》를 출간하며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건 데 이어 최근에는 각종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SNS 활동을 하며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외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황 전 대표와 한국당의 강경 투쟁을 이끌었던 나 전 원내대표는 최근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갑작스럽게 원내대표 소임에서 내려와야 했던 2019년 초겨울은 아쉬움을 남긴다”며 “누군가는 역사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당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 내에서는 “나 전 원내대표가 출마한다면 당 대표 경선의 다크호스가 될 것”이란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들과 함께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강경 보수 이미지 탓에 지난 총선에서 공천 받지 못하고 탈당했던 홍 의원이 최근 국민의힘에 복당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다. 홍 의원은 지난 15일 “복당 문제를 당과 대립각을 세워 풀어갈 생각은 없다”면서도 “외부 사람도 합당하고 영입하자고 외치는 마당에 일시 외출했던 자기 집 사람의 귀가도 막는다면 당원과 국민들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이나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작 자신의 복당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다.

4월30일 오전1시쯤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밖에서 드러누워 복도를 점거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2019년 4월30일 오전1시쯤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밖에서 드러누워 복도를 점거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강경파에 힘 실리면 민심 달라질 수도

그러나 이들이 목소리를 키울수록 한국당이 20대 국회 당시 보였던 강경 보수 행적이 덩달아 소환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장외투쟁, 단식, 삭발 등을 전략으로 내세우며 ‘태극기 보수’ ‘아스팔트 우파’라는 이미지를 얻은 바 있다. 나 전 원내대표의 경우 서울시장 경선을 거치며 중도 인사를 캠프에 섭외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희석시킨 했지만, 여전히 강경 보수 꼬리표를 떼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직후 때 아닌 탈당 부정론과 사면론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일을 저질렀느냐”며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아직까지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사면 요구는 시기상조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다.

이처럼 과거 한국당 시절 인사들이 속속 기지개를 켜거나, 사면론과 같은 강경 발언이 표출되는 이유는 ‘김종인’이라는 가림막이 없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의 강경 보수 색채를 지우는 데 사활을 걸었던 김종인 전 위원장 체제에서 억눌려있던 목소리들이, 그의 퇴임 이후 터져 나온 것이란 해석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보수화가 진행될수록 4·7 재보궐 선거에서 어렵게 얻은 2030 중도층 표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tbs 의뢰, 23~24일 조사, 전국 성인 101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4.9%포인트 떨어진 29.1%를 기록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도로 한국당’ 우려에 대한 민심의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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