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200일 지나면 제주도에 도달”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2 13:00
  • 호수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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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 발표…그린피스 “해양방류 하면 한국이 가장 위험”

한·일 간 또 하나의 쟁점이 떠올랐다. 일본 정부는 4월13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해양방류를 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결정했다. 일본 앞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면 언제쯤 우리나라 연안에 도달할까? 독일 킬대학 헬름홀츠 해양연구소는 방류된 지 200일 만에 제주도에, 이후 약 두 달 뒤에는 동해 앞바다에 도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 후인 2012년 ‘태평양으로 방류된 ‘세슘137’의 장기 확산 모델 시뮬레이션’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세슘137이 퍼지는 과정을 동영상으로도 공개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는 세슘 외에도 요오드·삼중수소 같은 방사성 물질이 법정 기준치 이상 포함돼 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은 “일본이 20년 이상 해양방류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오염물질이 우리나라 바다에 축적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도 “검사항목에 빠져 있는 많은 핵종이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식탁으로 올라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남 통영 지역 어업인이 4월26일 경남 통영시 정량동 이순신공원 앞 해상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규탄 통영대회’를 열고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연합뉴스

日, ‘오염수’ 대신 ‘처리수’란 말로 ‘성분 세탁’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왜란(倭亂)’ 강행으로 한반도가 들끓고 있다. '日本규탄' 깃발을 올린 어민들의 해상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자체의 ‘해양방류 철회 촉구 릴레이’ 챌린지 동참 행렬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들도 동참했다. 4월24일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회와 시민들이 5·18민주광장에 모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회 관계자들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해양방류 규탄 삭발식’을 가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사회봉사부는 4월23일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철회 촉구 기도회’를 열었다. 해피맘 광주지부와 경남태권도협회도 규탄대회에 동참했다. 방류 피해의 직격탄을 맞는 영남과 제주를 시작으로 호남·충청·강원까지 전국이 동시에 봉기(蜂起)했고, 점차 가열될 조짐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당시 냉각수 공급이 끊기고,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지금도 뜨거운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붓고 있다. 원전 내에 빗물과 지하수까지 유입되면서 하루 140톤씩 오염수가 나오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핵물질 정화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방사성 물질 일부를 제거한 오염수를 초대형 원통 탱크 1000여 개에 보관 중이다. 올 3월 기준으로 125만844톤이 발생해 저장용량(137만 톤)의 90%를 넘긴 상태다. 방류하지 않으면 내년 말 가득 찰 것으로 예상돼 더는 방류를 미룰 수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오염수 125만 톤에는 860조 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다. 리터당 평균 58만㏃ 수준이다. 1㏃은 1초에 방사선이 하나 나오는 양이다. 일본 정부는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처리하고, 삼중수소(트리튬)와 탄소-14(방사성 동위원소)만 남았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는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일본이 4월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태평양 해류 이동 흐름을 볼 때 한국과 중국등의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 배출 국제 기준치(6만㏃/L)보다 훨씬 낮은 1500㏃로 희석해 바다로 내보내기 때문에 과학적 관점에서 유해하지 않다는 논리다. ‘오염수’ 대신 ‘처리수’란 표현으로 ‘성분(成分) 세탁’을 고수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후쿠시마 오염수는 안전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삼중수소 반감기는 12.3년이다.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바다를 떠돌다가 12.3년마다 총량의 절반씩 방사선 에너지를 내놓고 헬륨으로 변환된다. 삼중수소는 산소와 결합한 액체 형태로 물에 섞여 있으면 물리·화학적으로 분리가 어렵다. 그래서 체내에 들어오면 몸속 유기화합물과 결합해 신체 특정 부위에 쌓일 수 있다. 한국물리학회에 따르면, 물속에 함유된 삼중수소를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인체에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 삼중수소는 유전자 변형, 세포 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으로 인체에 손상을 입힐 우려가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일본 정부는 ALPS를 거쳐 오염수에 들어 있는 62개 주요 핵종을 배출기준 미만으로 처리해 부지 내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본 언론들은 ALPS로 걸러내도 요오드-129·루테늄-106·스트론튬-90 등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오염수의 70% 이상은 기준치를 웃돌았고, 최대 2만 배에 해당하는 오염수도 발견됐다. 도쿄전력도 이를 인정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스트론튬-90·세슘·플루토늄·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핵종은 고유의 원자번호와 질량수가 있는 원자핵 또는 원자의 종류를 말한다. 서균렬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처리수(treated water)가 실제로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이 ‘음용수’로 한번 마셔보라”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4월20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앞바다의 수심 약 37m 수역에서 잡힌 조피볼락(우럭)에서 일본 식품 허용한도(1kg당 100㏃)의 2.7배 수준인 27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2월22일에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에서 1kg당 500㏃(기준치 5배)의 세슘이 검출됐다. 세슘은 원자핵 분열 때 나오는 방사능 오염물질 가운데 가장 위험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본 원자력재해대책본부는 후쿠시마현에 조피볼락 출하 제한 지시를 내렸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오염된 우럭이 후쿠시마 근해에서 잡혔다는 것은 일본이 오염수를 모두 수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오염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방류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정상적으로 처리하려면 최소 2조2600억원에서 많게는 203조5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해양방출·지층주입·지하매설·수증기방출·수소방출 등이 대안으로 검토됐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원자력시민위원회는 ‘대형 탱크 저장’과 ‘모르타르 고체화 처분’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경제성을 우선시했다. 가장 값싸고 편리한 해양방류를 선택한 것이다. 바다는 경계가 없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적도 부근 열대어종들이 구로시오해류를 따라 필리핀·대만·일본을 거쳐 우리 바다로 들어오고 있다. 구로시오해류는 북태평양 서부와 일본열도 남쪽을 따라 북쪽과 동쪽으로 흐르는 해류다.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 물고기들도 해류를 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우리나라 해역으로 올 수 있다. 방사능 오염수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정부는 20~30년에 걸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낼 계획이다.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연합뉴스

한국 반발을 통상적인 ‘반일 정서’로 치부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이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일본과 가깝고 태평양 해산물을 많이 먹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일본은 즉시 제소했고, 오랜 공방이 이어졌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18년 9월 일본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잠재적 위험 국가’임을 내세워 1심 패소 판정을 뒤집고 2019년 4월 최종심에서 결국 이겼다. 

이번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은 ‘어업 1번지 전남’을 또다시 긴장시켰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일본 수산물이 우리 지역 수산물과 섞이지 않도록 원산지 단속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시와 진도·해남군의회는 4월26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광주·전남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동참했고, 어민들은 대규모 해상시위를 벌였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오염수 방류 철회 규탄대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4월27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정부도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국제해양재판소 잠정조치와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한국에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정보를 차단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서균렬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자료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갈 수는 있어도, 변론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국제해양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지만, 지금으로선 안갯속이다.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이를 통해 오염수 방류 과정 감시에 참여하는 게 일본에 훨씬 효과적인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그동안 원전 오염수 정보를 숨겨왔다. 특히 해양방출 이후에도 국제적인 검증 과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IAEA 조사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일본에 IAEA 조사단이 파견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보여온 태도를 보면 실제 조사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IAEA 역시 일본의 해양방류 결정에 대해 “국제적 관행”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혀 이 문제를 둘러싼 국제 역학구도가 일본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에도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며 무시했다. 특히 한국의 반발을 통상적인 ‘반일 정서’라고 치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된 오염수, 200일 만에 제주 바다에 도착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 후쿠시마는 일본 동쪽에 있다. 이곳에서 방류되는 오염수는 구로시오해류를 따라 태평양으로 이동한다. 이후 미국과 적도를 거쳐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아시아로 되돌아온 뒤 대마난류(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유입되는 해류)를 타고 우리 바다로 유입된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해 7월 발간한 ‘우리나라 주변 바다 해류모식도’에 설명돼 있다. 이에 따르면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될 방사성 물질은 구로시오해류를 따라 북태평양으로 흘러간 뒤 캘리포니아해류를 거쳐 북적도해류를 타고 다시 구로시오해류와 합류한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필리핀해(海)에서 구로시오해류를 만난 방사성 물질은 대만해(海)를 거쳐 일부는 대마난류를 타고 우리나라 바다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진이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의 영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경우 200일 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 해역에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 해양학자인 이노마타(Inomata) 등이 지난 2018년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 동해안에도 유의미한 양(5%)의 오염수가 유입됐다. 이후 후속 연구가 없어 총량 예측은 불가능했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입증된 셈이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4월12일 국정감사에서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처리했더라도 오염돼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며 “바다에 방류하면 북태평양 해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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