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양정철, 훈수 두는 김종인…몸 푸는 與野 킹메이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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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vs윤석열 양강구도 속 변수 주목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여야 ‘킹메이커’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여권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미국에서 귀국했다. 야권의 김종인 전 국민의힘 위원장은 장외에서 잠룡들과 접촉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각각 지난 총선과 재보궐 선거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인물들인 만큼, 이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형국이다.

여야의 킹메이커들이 벌써부터 출격을 준비하는 배경에는 ‘윤석열-이재명’ 양강으로 좁혀진 대선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구심점으로 한 야권의 대권 청사진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해석이다. 여권의 ‘제3후보론’도 보다 탄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 시사저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 시사저널

양정철, 민주당 SOS에 예상보다 이른 복귀?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킹메이커로 통하는 양정철 전 원장이 최근 귀국했다. 지난 1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로 떠난 지 석 달 만이다. 양 전 원장은 귀국 후 자가 격리를 마친 상태로, 현재 소수 인사들만 접촉하며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양 전 원장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마무리되는 9월 이후 돌아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예상보다 빨리 귀국길에 올랐다. 민주당의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서둘러 귀국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면초가에 처한 민주당이 상황을 수습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주변 권유 때문에 귀국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양 전 원장이 오는 5·2 전당대회 이후 정치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와 함께 당내 경선판을 짜는 데 관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양 전 원장의 움직임에 따라 여권 내 제3의 대선 후보 등판론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윤석열에 퇴짜 맞고 청사진 다시 짜나

야권의 김종인 전 위원장의 경우 국민의힘을 떠난 이후에도 장외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야권 잠룡들과 만남을 이어가면서다. 이달 초에는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났고, 지난 주말에는 당내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났다. 사석에서 그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야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이 야권의 잠룡들과 접촉면을 늘리기 시작한 데에는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에게 적극적 러브콜을 보내던 김 전 위원장이 기대만큼의 화답을 얻지 못하자, 다른 후보를 미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거나 레이스를 끝마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윤 전 총장은 야권의 노골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르면 5월부터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일단 그는 현재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회 분야 원로들을 잇따라 만나며 대권 수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공개 메시지는 내놓지 않는 것이다. 야권 재편이 끝날 때까지 몸값을 충분히 끌어올리기 위해 등판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이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를 향한 보수 야권의 견제 수위는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이란 평가를 받는 ‘적폐수사’ 행적과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공개적인 질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터져 나오면서다.

윤 전 총장이 수사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돼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정권과 함께 소위 적폐수사를 현장 지휘했던 윤 전 총장은 ‘친검무죄, 반검유죄’인 측면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며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일갈했다.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불협화음을 매듭짓지 못하면 그의 대권 레이스에는 빨간 불이 켜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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