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재명 대세론’ 아직 섣부르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2 10:00
  • 호수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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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지지율이 지금 멈춰서 있는 세 가지 이유
추세성·확장성·결집성 모두 정체

4·7 재보선 이후 정치권은 서서히 차기 대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서 대권 판도는 요동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과 보수층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존재감은 상한가다. 재보선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보수 야권 지지층을 더 결집해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정치 참여나 대권 도전을 명확히 시사하는 발언 한 번 없었지만, 정치적 중량감은 다른 어떤 후보보다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물론 국민의힘 입장에서 볼 때 당 소속 인물이 아닌 윤 전 총장의 주가 상승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보수 야권 진영에 유력 후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적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여권은 위기 국면이다. 재보선 패배로 차기 대권 구도에 부담이 생긴 상황이다. 선거 결과로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층이 더 결집하고 친여 지지층이 이 지사 쪽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쟁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간신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수준이고, 대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정세균 전 총리도 아직은 바닥권을 못 벗어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강성 친문’의 성원을 받고 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은 정체되어 있다. 20%대 중반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추가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여권의 이재명 대세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은 섣부르다. 오히려 재보선 이후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 지사의 지지율은 위기 국면에 있다.

2020년 12월9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정세균 국무총리와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코로나19 홈케어시스템 운영단을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2020년 12월9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정세균 국무총리와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코로나19 홈케어시스템 운영단을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이낙연 지지 이탈층 온전히 흡수 못 해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위기인 첫 번째 이유는 ‘추세성’이다.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은 추세성이다.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지지율 상승세를 타는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와 JTBC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가장 선호하는 인물이 누구인가’ 물어보았다. 지난해 9월21~25일 조사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은 21.4%로 이낙연 당시 대표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했다.

가장 최근 조사인 올해 4월18일 조사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은 22.2%로 나타났다. 6개월 이상 지났지만 지지율에 거의 변화가 없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조사와 비교하면 지지율이 반 토막 나버렸지만, 그 이탈층을 흡수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동안 가장 지지율이 많이 오른 인물은 윤석열 전 총장이다. 약 4배 가까이 지지율이 더 높아졌다(그림①). 이 지사가 여권의 유력 후보로 조명받고 있지만 윤 전 총장의 상승 추세와 비교하면 허무할 정도로 지지율 변화가 없었다. ‘추세성’으로만 보면 이낙연 전 대표보다 앞선다고 희희낙락할 수준이 아니라 위기감을 느낄 긴장 국면이다.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위기인 두 번째 이유는 ‘확장성’이다. 대통령 당선을 위해 후보는 두 가지 이념을 견인해야 한다. 역대 양자 대결 구도에서 당선자는 상대방 후보와 비교할 때 중도층을 더 많이 가져가게 된다. 즉 자기 지지층인 보수나 진보층을 공고히 다진 다음에 중도층을 더 많이 확보하면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게 된다. 그만큼 중도 확장성은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중도 확장성을 최대한 발휘해 부산과 울산에서 보수 후보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중도 확장뿐만 아니라 지역 확장까지 이어진 성공적인 사례다.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를 받아 4월18일 실시한 조사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물어보았다. 윤석열 전 총장은 중도층에서 43.6%의 지지를 받은 반면, 이재명 지사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16.7%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보수 성향이 강한 무당층 지지율에서는 더 많은 차이가 난다. 윤 전 총장은 무당층 지지율이 51.7%나 되지만 이 지사는 고작 11.4%밖에 되지 않는다(그림②). 지난해 9월 이후 전체 지지율이 정체된 가운데 중도층 지지율과 무당층 지지율을 통해 본 이 지사의 ‘확장성’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확장성’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위기다.

8개월간 20%대 중반 지지율 못 벗어나

세 번째로 이 지사의 지지율이 위기인 이유는 ‘결집성’ 때문이다. 이 지사의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해 계속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친문 지지층’이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자기 지지층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지사가 25% 내외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과 진보층의 지지도 더 늘어났다. 그렇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보수층으로부터 받는 지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상태다. 리얼미터와 JTBC의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 지지를 분석해 보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은 45.4%, 진보층에서는 43.1%로 나타난다(그림③). 꽤 높은 지지율이지만 절반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재보선 이후 대선후보 지지율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국민의힘과 보수층 지지를 받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한층 더 올라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전히 견고해 보이지만 상승 추세는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주춤하지만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정세균 전 총리는 ‘제3의 후보’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바닥권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정도에 머물러 있고 재보선 패배 여파로 부동산과 검찰 개혁 관련 당내 잡음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7월 대법원 무죄 취지의 파기 선고 이후 지지율 상승 날개를 달았던 이 지사는 재보선 이후 지지율에 유의미한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놓고 많은 언론에서는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의 양강 구도라는 해석을 붙이고 있지만, 아직 양강 구도라고 보기에 이 지사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 정책을 내놓고 백신 수급 불황에 대해 러시아 백신 도입 이슈까지 제기했지만 지지율에 의미 있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다. 거의 8개월 가까이 20%대 중반의 지지율 ‘추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도층을 더 확보해야 하는 지지율 전쟁에서 윤 전 총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확장성’의 결핍이다. 이 지사는 대선후보로 등장하던 시점부터 ‘친문 지지층’의 결집을 요구받았다. 민주당과 진보층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문 대통령과 ‘원팀’이라는 실질적 평가는 받지 못하는 처지다. ‘추세성’ ‘확장성’ ‘결집성’ 차원에서 본다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금 최대 위기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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