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테슬라 中 전기차 시장 공략 ‘빨간불’
  • 이창원 시사저널e. 기자 (won23@sisajournal-e.com)
  • 승인 2021.05.06 10:00
  • 호수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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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례 사과에도 ‘불매운동’ 분위기 여전…韓 완성차 기업 ‘반사이익’ 기대는 어려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악재를 만났다. ‘2021 상하이모터쇼’에서 벌어진 이른바 ‘기습 시위’로 중국 내 테슬라 불매운동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당국도 테슬라에 대한 기존의 우호적인 태도를 전환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각종 사고가 발생해도 꼿꼿한 자세로 대응해 왔던 테슬라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현지에서 테슬라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2019년 구축한 중국 상하이 생산공장을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 선점에 힘을 쏟아왔던 테슬라로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테슬라는 적극적인 해명과 이례적인 사과로 성난 중국 내 여론을 돌리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이 자국 전기차 기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일각에서는 테슬라 상하이 생산공장 폐쇄·퇴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Xinhua
테슬라는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Xinhua

기습 시위 ‘배후설’ 제기했다 되레 ‘된서리’

테슬라의 위기는 4월19일(현지시간) 상하이모터쇼에서 테슬라 ‘모델3’ 차주 장아무개씨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刹車失)’는 글귀와 함께 테슬라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기습 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장씨는 2019년 구매한 ‘모델3’ 차량에서 지난 2월 브레이크 작동에 문제가 발생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차량 결함에 대한 책임은 모두 감수하겠으나 비이성적 불만까지 타협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씨의 ‘기습 시위’와 관련해서도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테슬라의 입장 발표는 중국 내 공분을 샀고, 중국 당국과 다수의 관영매체는 테슬라의 오만함을 강력 비판했다. 아울러 중국 소비자들도 테슬라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이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악화된 중국 내 여론에 테슬라는 2차례 사과문을 발표했고, 주행 데이터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섰다. 테슬라는 주행 데이터 분석 결과 해당 차량에 브레이크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테슬라 측은 “장씨의 차량은 사고 직전 시속 118.5km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았고, 긴급제동 장치가 작동한 가운데 차량 속도는 충돌 직전 시속 48.5km까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충돌은 브레이크를 밟고 곧바로 일어났고, ABS 브레이크가 기능하기 시작한 이후 충돌까지 걸린 시간은 1.8초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테슬라의 해명에도 중국 내 여론은 여전히 호전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일방적인 주행 데이터 공개를 통해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과 같은 ‘무(無)타협’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주행 데이터 ‘조작설’과 주행 데이터 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으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던 테슬라는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됐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계획에 ‘빨간불’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상하이 공장의 생산·판매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추진 중이던 공장 확장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中 군대·국영기업, 테슬라 차량 사용 제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올 1분기 순이익(4억3800만 달러)을 견인한 중국 내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 푸둥린강개발구의 테슬라 상하이 공장 2기 사업장 인근 부지 경매도 유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당국도 이번 ‘기습 시위’와 관련해 ‘단호한 경고’ 조치를 취한 것은 물론, 테슬라 차량의 배터리 발화·급발진 등 문제에 대해서도 웨탄(約談·예약면담) 형식으로 공개 소환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군대와 항공·우주 등 주요 분야 국영기업 종사자에 대해 테슬라 차량 사용을 제한하며 사실상의 ‘보이콧’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조만간 상하이 생산공장을 폐쇄·퇴출시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태도 변화에는 악화된 여론과 미·중 갈등 등 대외적인 이유가 크지만, 중국 전기차 기업의 성장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중국 전기차 기업 차량의 판매량이 최근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고, 전기차 생산·개발 기술력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테슬라의 중국 시장 진입이 절박했던 이유가 사라졌고, 오히려 자국 전기차 기업 성장의 장애물로 인식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업계 부동의 1위인 테슬라가 중국에서 고전하면서 국내 완성차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침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올해 중국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상하이모터쇼에서 아이오닉5·EV6·G80 세단 전동화 모델을 공개하며 중국 시장 공략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완성차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과 테슬라의 위기 상황은 별개 문제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 여론에서는 국내 완성차 기업이 테슬라보다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테슬라 차량의 대체재 이미지는 작다”고 말했다. 또 가성비 등에서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고, 어느 때보다 높아진 중국 내 ‘애국 소비’ 분위기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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