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국의 코로나 참사, 모디 정부의 무책임한 정치가 불렀다
  • 김응기 신남방정책특위 자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4.30 16:00
  • 호수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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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發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도 커져
5월부터 시작되는 전 국민 대상 백신 접종에 기대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40만 명에 육박하는 인도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변종 바이러스 감염자도 속출하자 미국·중국·영국·유럽연합 등 전 세계가 인도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세계 2위 인구 대국인 인도의 팬데믹은 곧 지구촌 전체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탓이다.

하루 백신 접종 계획을 30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상향했던 지난 3월 중순만 해도 인도는 백신 강국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주변 남아시아지역연합국에 무료 수출을 단행하는 등 백신 주권으로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던 인도였다. 그런데 이제 상황은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도대체 인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4월24일 인도 뉴델리의 한 화장장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REUTERS

끝없는 종교 축제…안일한 국민 의식이 원인

그 원인을 정부의 무능, 국민의 안일한 의식 그리고 변종 바이러스 등으로 꼽고 있는데, 모든 것을 들여다보면 그 꼭지에 ‘정치’가 있다. 바로 인도의 정치 탓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폭발도 전임 대통령 트럼프의 정치적 스탠스가 이유였듯이 지금의 인도 역시 단연코 정치발(發) ‘인재’다.

인도는 내각책임제 국가로 연방 총리를 선출하는 대권 선거는 5년 주기로 치러지는데, 전국 28개 주정부 선거가 나뉘어 치러지는 통에 매년 주 단위 혹은 중앙 단위 선거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3월과 4월에 4개 주와 1개 연방직할지에서 선거가 있었다.

선거뿐만이 아니다. 종교의 나라 인도에서는 매달 어떤 명목이든 종교 축제가 어디에선가 벌어지는데, 이들 축제는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힌두교와 무슬림의 충돌이란 오랜 갈등의 역사를 가진 인도에서, 더구나 힌두교를 기반으로 정권을 장악한 지금의 모디 정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배경이 있는 인도인데, 지난 3월은 선거와 함께 ‘홀리’ 그리고 ‘쿰브멜라’라는 두 종교 축제가 겹치는 이른바 ‘트리플 워칭데이’였다.

봄을 맞이한다는 해방의 축제 ‘홀리’로 인해 거리는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뒤덮이는데, 선거를 앞둔 정치가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제하지 못했다. ‘홀리’가 끝이 아니었다. 4월 한 달 내내 열리는 힌두 축제의 끝판 격인 ‘쿰브멜라’는 핵폭탄이었다. 전국에서 축제가 열리는 지방도시로 모여들어 강물에 목욕하며 숙식하는 약 500만 명의 군중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예방수칙은 애당초 내팽개쳐졌다. 12년 만에 돌아오는 축제에서 인도인들이 경건하게 여기는 강에서의 집단 입수를 인도의 정치는 규제하지 못했다.

이렇듯 정치권의 수수방관으로 방역수칙이 실종된 선거와 두 종교 축제가 3월과 4월에 연이어 벌어지면서 코로나 감염 재확산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발생 1년이 지나면서 이를 가볍게 여기는 안일한 인식이 더해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염이 증폭되었다. 무책임한 정치권과 안일한 국민 의식이 제2의 대유행을 불러온 것이다.

인도발 확산은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이 백신으로 코로나19 감염을 통제할 수 있겠다고 여길 즈음 발생한 인도 사태의 원인이 ‘변이 바이러스’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재차 대유행으로 퍼지는 것을 세계가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기존 백신 효과를 낮추거나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각 나라가 입국자를 제한하고 항공편을 끊는 등 인도 고립에 앞다퉈 나섰다. 그러나 고립 조치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인도 지원에도 나섰다. 미국과 중국이 백신과 의료기기 등의 지원을 선언했고, 영국과 호주 등이 동참했다. 확산 원점 타격이라는 의미로 발원지에서 진정시키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정치 논리도 숨어 있다. 사실 미국과 중국 양 강대국은 인도의 환심을 얻어 그들의 상반된 욕구를 충족하려는 데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미국은 인도의 지지를 받아 4자 안보 협력 ‘쿼드’를 공고히 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목적에서 나선 것이고, 중국은 반대로 ‘쿼드’를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인도라는 거대 시장에서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비티엔 인도 법인의 직원 가족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인도 법인비티엔

백신 안전성과 효과 검증조차 부차적 문제

인도가 세계 각국의 지원을 받아들이고 이를 발판 삼아 코로나19 2차 대유행 난국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제2의 우한 바이러스가 될지는 향후 1개월이 고비다. 이 과정에서 전국 봉쇄와 같은 극단적 조치는 인도 경제가 붕괴 직전까지 갔던 전력이 있어 선뜻 취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인도로서는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그건 백신이다. 5월1일부터 전면 실시하는 18세 이상 전 국민 접종이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가 최대 관심사다. 감염자를 찾기 위해 검사를 한다든지 확진자를 중심으로 역학조사를 해서 2차 감염을 차단하는 등의 방역 시스템으로 효과를 기대하기란 인도라는 나라의 특성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재확산으로 확인한 셈이니, 백신 접종 확대가 무조건 답이라는 데 인식이 모아진 것이다. 인도는 그동안 선거를 치르느라 소홀했던 백신 생산과 접종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구의 10% 정도인 접종 인구를 하루 500만 명씩 매일 접종해 코로나 확산세를 진정시키고 전 국민 집단면역에 이르게 하겠다는 계획으로 연방정부는 주정부들에 강력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백신 수요를 충족시킬 생산이 뒤따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러시아 개발 ‘스푸트니크V’의 사용승인으로 총 4종류 백신이 승인되었고, 그 외에 대기 중인 10여 종의 백신 승인 절차도 임기응변식 해법 주가드(Jugaad·열악한 환경에서 신속하게 창의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일컫는 힌디어) 방식에서 해답을 찾아낼 전망이다. 안전성과 효과가 의문일 수도 있겠지만, 14억 인구의 인도에서 짧은 시간에 백신 접종을 마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과라는 핵심 과제조차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민간의료와 공공의료 체계 모두를 동원하는 백신 접종의 효과가 나오기까지 인도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 또한 부족한 점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 연일 ‘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식으로 요란을 떨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확진자가 갑자기 폭증하면서 병상과 산소통, 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 부족으로 사망자가 느는 고통을 겪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 현지에서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 또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풀어갈 것이란 정서가 여전하다. 인도 현지 언론은 “주 단위 행정권고나 기업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산업용 산소 사용을 의료용으로 전환하는 등 사회적 노력이 행정력과 함께 더해지면서 최악의 혼돈은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인도 자체가 워낙 큰 나라이기에 이러한 움직임이 일선 현장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뒤따를 것이란 점에서 안타까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필자 김응기는…]

1991년 인도 무역 전문기업인 비티엔을 서울과 뉴델리에 동시에 설립하면서 국내의 대표적 인도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비티엔 인도 법인 대표로 뉴델리에 머무르면서 인도 비즈니스 커뮤니티인 ‘인도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까지 한국외대 인도어과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 신남방정책특위 인도분과 자문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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