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표시멘트’ 성신양회, 차남 승계 위해 사업 기회 뚝 떼줬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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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역주행하는 중견기업 내부거래 실태 ⑦ 성신양회그룹
ⓒ성신양회 제공
ⓒ성신양회 제공

[편집자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대물림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 공정경제가 화두로 제시되면서 정부는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부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은 아랑곳 않고 내부거래에 골몰했다. ‘일감몰아주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견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차례로 분석해 보도한다.

천마표시멘트로 유명한 국내 대표 시멘트 제조업체인 성신양회는 3세 경영이 한창이다. 김영준 성신양회 회장의 장남 김태현 성신양회 부회장과 차남 김석현 성신양회 부사장은 일선에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 형제에 대한 경영권 지분 승계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

다만 성신양회의 승계는 철저히 장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증여 지분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 대부분은 모두 김 부회장의 몫이었다. 그 결과 2016년 김 부회장은 김 회장(11.05%)을 제치고 성신양회 최대주주(11.98%)에 올랐다. 김 부회장이 성신양회를 통해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김 부회장은 성신양회 지분율을 13.03%까지 끌어올리며 김 회장(11.39%)과의 지분 격차는 한층 벌어진 상태다.

반면 김 회장은 차남에겐 단 한 주의 주식도 물려주지 않았다. 1999년 BW 발행에 참여해 성신양회 지분 일부를 확보한 게 전부다. 대신 김 부사장에게는 별도의 소그룹이 주어졌다. 소그룹은 김 부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진성레미컨과 성신산업, 진성레미컨의 100% 자회사인 진성그린 등으로 구성돼있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성신양회의 일감을 대신 영위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데 있다. 차남에 대한 승계를 위해 성신양회의 사업기회를 유용했다는 평가다. 실제, 진성레미컨과 성신산업의 주요 사업인 레미콘 제조는 성신양회의 핵심 사업 부문이다. 현재 성신양회 100% 자회사인 성신레미컨이 레미콘 제조 및 판매업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성레미컨과 성신산업은 성신양회로부터 시멘트 원료를 매입해 레미콘을 제조‧판매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를 두고 성신양회 오너 일가가 성신레미컨이 누릴 수 있는 사업 기회를 김 부사장 개인회사에 넘겨 사익을 취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성그린의 경우는 성신양회로부터 시멘트를 대규모 매입해 진성레미컨과 성신산업 등 계열사에 판매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성신그린 매출원가에서 성신양회로부터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안팎에 달한다. 성신양회와 다른 계열사와의 거래 사이에서 통행세를 거두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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