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지지율 빠지는 윤석열 vs 20대 뺏긴 이재명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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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 양강구도 흔들리나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 시사저널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 시사저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다투며 양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안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의 전통 지지층에서 각각 지지율 하락세가 감지되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선 레이스 막판까지 윤석열-이재명 ‘투톱’ 구도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이 지사의 경우 20대 지지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지난 27일 발표된 원지코리아컨설팅 조사(아시아경제 의뢰, 24~25일 조사, 전국 성인남녀 1009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에 따르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앙자대결 결과 이 지사의 20대 지지율은 30.7%였다. 46.9%를 기록한 윤 전 총장에 16.2%포인트 뒤쳐졌다. 지난 1월(1월16~17일 조사) 발표된 같은 조사에서 이 지사의 20대 지지율은 41.4%였다. 두 달 사이 10%포인트 넘게 빠진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시 박수치는 모습 ⓒ연합뉴스

이 지사는 ‘친문 저격수’ 이미지 덕분에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사면초가에 처한 정부‧여당과 지지율이 반대로 가는 흐름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이미지가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문과 선을 그을지, 손을 잡을지를 두고 줄타기 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다. 여권 강성 지지층들의 이른바 ‘문자 테러’를 공개 비판하고 경기도 독자 백신 등을 언급하면서 차별화 노선을 걷는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탈당은 없다. 차별화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지사가 여권과 동조하면 할수록 20대 지지층의 이탈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20대가 이 지사에게도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로선 당내 경선을 노린다면 친문과 손을 잡아야 하지만, 대중성을 확보하려면 친문을 손절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는 모습 ⓒ 연합뉴스

전통 텃밭 흔들리는 윤석열-이재명…대권 레이스에 빨간불

윤 전 총장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보궐선거 이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승승장구 하고는 있지만, 야권의 전통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TK 지역에서 39.7%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3월 26~27일 실시된 조사에선 56.8%였다. 무려 20% 가까이 빠진 것이다.

이는 최근 야권 일각에서 사면론이나 심지어 탄핵 부정론이 제기되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보수 지지층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짙게 느낄수록, 과거 정권에 적폐청산 수사의 칼날을 휘둘렀던 윤 전 총장의 책임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국민의힘 내부의 견제 수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수사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돼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문재인 정권과 함께 소위 적폐수사를 현장 지휘했던 윤 전 총장은 ‘친검무죄, 반검유죄’인 측면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며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TK의 반감을 수습하지 못하면 그의 대권 레이스에는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인용한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각 여론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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