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세 대물림의 시작과 끝은 한화시스템?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4.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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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 기업가치 올려야 승계의 길 보인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 ⓒ시사저널 고성준, 한화그룹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 ⓒ시사저널 고성준, 한화그룹

한화시스템이 한화가(家) 3세 승계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최근 단행한 조(兆) 단위의 유상증자에 3세의 개인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이 참여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유상증자를 통해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확보한 뒤,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이를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시스템의 전신인 한화S&C는 3세 승계 작업이 처음으로 시작된 계열사다. 2017년까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50%)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25%), 삼남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25%)의 지분율이 100%이던 한화S&C는 매년 5000억원 내외의 매출 중 절반 가량을 내부거래로 채우며 사세를 확장했다. 후계자가 소유한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재벌가의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한화S&C는 지난 2017년 시스템통합(SI)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존속법인 사명을 에이치솔루션으로 바꿨다. 이때 분할한 SI사업부가 지난 2018년 한화탈레스와 합병해 탄생한 것이 바로 한화시스템이다. 이런 구조조정의 결과로 김동관 사장(50%)과 김동원 전무(25%), 김동선 상무보(25%) 삼형제는 에이치솔루션 지분 100%를,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 13.41%를 보유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최근 발표한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총 1573억원을 투입해 배정 물량의 120%인 1031만2813주를 받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에이치솔루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3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에이치솔루션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현재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금융권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재무안정성에 부담을 감수하면서 한화시스템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는 건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 회장(18.84%)이 지주사인 (주)한화를 통해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다. 한화 삼형제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주)한화 지분 확보가 필수다.

현재 김 사장은 4.28%, 김 전무와 김 상무보가 1.28%씩을 보유하고 있으며, 에이치솔루션도 5.17%를 가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향후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주)한화 지분을 확보, 한화 삼형제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017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법인 성격만 남은 에이치솔루션은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에 대한 배당금이 유일한 수익원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주)한화 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상증자 참여 이후 한화시스템 기업가치가 오르면 에이치솔루션은 (주)한화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커진다. 이 경우 한화솔루션이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주)한화 지분을 매입하거나, 에이치솔루션과 (주)한화를 합병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향후 그룹 차원에서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 상승에 주력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실제, 한화시스템은 그동안 그룹 미래 성장 동력인 우주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며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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