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으로 병역 거부했는데 성범죄자”…대체복무 첫 기각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sisa4@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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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 “디지털 성범죄는 전쟁행위와 폭력성 유사…거부 사유 모순”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대법원 1·3부(주심 박정화·민유숙 대법관)는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2명에 대해서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연합뉴스
지난 2월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종교적 신념 등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첫 기각 사례가 나왔다. 기각 사유는 해당 거부자로부터 아동 디지털 성범죄 전력이 확인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역 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는 3월 말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대체역 편입 신청을 한 A씨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이웃을 사랑하고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행하면 안 된다는 양심을 형성했고, 이에 따라 군 복무를 할 수 없다"며 대체역 편입을 신청한 것으로 심사위는 전했다. A씨는 어린 시절부터 성경을 배우고 집회참석 등 꾸준히 종교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A씨가 지난 2019년 11월 아동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 행위로 형사재판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A씨는 경찰수사 및 대체역 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본인 종교의 교리에 어긋난다며 후회·반성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심사위는 "전쟁에서 성폭력이 군사적 전략으로 널리 활용됐다는 점에서 여성과 아동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 행위를 전쟁행위와 유사한 폭력성을 드러낸 것으로 봤다"며 "'이웃을 사랑하고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신청인의 군 복무 거부 신념과 심각하게 모순된다고 판단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한편 2020년 6월 말 출범한 심사위는 현재까지 대체역 편입 신청을 받은 2116명 중 1208명을 대체역으로 인용·결정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신청건의 경우 기각 1명, 서류 미제출로 인한 각하 2명, 철회 24명이며, 881건은 처리 진행 중이다.

대체역 인용 사유별로 보면 1204명이 종교적 신념을 사유로 인용됐으며, 나머지 4명은 개인적 신념을 사유로 대체복무가 인용됐다. 이 4명에는 동물권 활동가로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비건'을 실천하는 등 양심에 부합하는 활동이 확인된 현역병 입영대상자 등이 포함됐다고 심사위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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