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압승의 나비효과…장관 후보자 낙마로 이어질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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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서 與 강행에 野 동의 없이 통과된 장관 29명
보선으로 민심 등에 업은 野, “이번엔 다르다” 자신

4일 막을 올린 인사청문회 정국은 여야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통한다. 지도부 교체로 전열을 재정비한 여야가 처음으로 맞붙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여권으로선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안정적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반면, 야권으로선 4‧7 재보궐 선거 압승 이후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야당 동의 없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인사는 29명이다. 정치권에선 이번에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과 1~2명 정도는 낙마할 수 있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번 청문회 정국에서 과연 어느 쪽이 승기를 거머쥐게 될까.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與野 ‘힘겨루기’ 장 된 임혜숙·노형욱·박준영 인사청문회

‘슈퍼 화요일’로도 불리는 이날 여야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안경덕 고용노동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거센 공방을 주고받았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은 오는 6~7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야권은 임혜숙·노형욱·박준영 후보자 낙마를 노리고 있다. 임 후보자는 이화여대 교수 재직 시절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과 함께 국가 지원금을 받아 참석한 해외 세미나에 성인인 두 딸을 데리고 간 외유성 출장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해외 체류 기간 본인과 배우자 및 두 자녀의 위장전입 논란, 이중국적 두 자녀의 의료비 혜택 논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임 후보자는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표절논란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외유성 출장 논란 등에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노 후보자의 경우 1년 전 아내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돼 논란에 휩싸였다. 또 2011년 공무원 특별공급제도를 통해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고 실거주하지 않다가 6년 만에 3억원 가량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 자녀의 서울 강남 학군 진입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노 후보자는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경위와 상관없이 송구하다. 앞으로 더 깊게 성찰하고 행동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사과에 나섰다. 

박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부인의 도자기 대량 반입 의혹으로 고성이 오갔다. 박 후보자 아내는 남편이 주영국 대사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고가의 도자기와 장식품 등을 관세를 내지 않고 대량 반입한 후 카페를 열어 허가 없이 판매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밀수’로 규정하고 매섭게 몰아쳤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께 송구하다”며 “관세청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치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 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 연합뉴스

“1~2명 정도는 낙마할 것” vs “5명 무조건 임명” 관측 엇갈려 

현 정부 들어 정부·여당은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추미애·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29명의 장관급 후보자가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됐다. 야권은 인사청문회 때마다 ‘송곳검증’을 예고하고 ‘무조건 낙마’를 경고했지만, 여당의 강행 기조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7 재보궐 선거 압승을 계기로 민심을 등에 업은 야권이 후보자 낙마를 몰아붙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민의힘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강경 투쟁 기조를 밝혔다. 이번 인사청문회 정국은 그의 대여 전략을 평가할 첫 시험대인 셈이다. 김 권한대행은 일찍이 “아무리 국민이 반대해도 코드만 맞으면 무조건 (임명을) 하겠다는 표리부동 행태가 계속되면 국민의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청문회는 요식행위가 아니다”라는 강공 태세를 분명히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해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예방해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 때문에 여권이 이번에도 ‘야당 패싱’을 이어가기엔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운전대를 잡게 된 송영길 신임 당 대표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후보자 5명 가운데 1~2명 정도는 낙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여권의 처지도 여유로운 분위기는 아니다. 이번 청문회 정국에서 낙마자가 발생한다면 정권심판론과 맞물려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후보자를 떨어뜨릴지, 5명 전원 통과를 관철시킬지를 두고 민주당 내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청문회 정국은 이날 밤 늦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후 청문회 결과를 담은 보고서 채택 여부를 여야 합의로 결정하게 된다. 여야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보고서 채택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문 정부에서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인사는 최소 30명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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