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경영권 승계 안 한다” 밝힌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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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논란 중 불거진 회삿돈 유용 의혹 ‘치명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사내 메일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홍 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뒀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를 둘러싸고 불거진 회삿돈 유용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홍 상무는 남양유업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돼왔다. 그는 2012년 남양유업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오다 2017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특히 올해 초에는 마케팅전략본부와 기획본부가 합쳐져 신설된 기획마케팅총괄본부의 수장으로 전진 배치되며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불가리스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4월 홍 상무의 회삿돈 유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홍 상무가 남양유업이 리스한 외제차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각종 가족행사 비용도 회사에 청구해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홍 상무는 그동안 남양유업이 리스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혼다 오딧세이, 도요타 시에나, 레인지로버 등 고급 외제차를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들 차량이 업무용이 아닌 자녀 등교용 등 사적 용도로 이용됐다는 점이다.

이들 차량의 리스비는 매달 12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대당 4~5년 단위로 계약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홍 상무는 차량 리스 비용으로만 5억원 이상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리스 차량의 운전 직원도 남양유업이 고용해 비용을 지불했다. 홍 상무는 또 자녀 생일 등 개인적인 행사에 사용된 비용도 남양유업에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불가리스 사태에 회삿돈 유용 논란이 더해지면서 홍 회장은 경영권 승계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홍 상무는 현재 보직 해임돼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현재 회삿돈 유용 논란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이 불거지게 했다는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우선 홍 상무를 보직 해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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