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SM 갈등, ‘한류 K팝 플랫폼’ 계획에 찬물 끼얹었다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9 15: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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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피일 미뤄지는 창원문화복합타운, 6월 개관도 물 건너갈 위기
창원시 “SM 측 사업 진정성 의심”…SM엔터 “협약 변경 위법”

새로운 K팝 문화를 창원문화복합타운(일명 창원SM타운)을 통해 확산하려던 경남 창원시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의 운영 참여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SM엔터가 사업 근간인 실시협약을 부정하면서 공연 등 콘텐츠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SM엔터의 참여를 전제로 창원문화복합타운 운영을 추진 중인 창원시는 적잖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창원시는 올해 6월 창원문화복합타운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차 변경 확약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SM엔터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6월 개관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창원시에서는 SM엔터 측과의 사업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에 위치한 창원문화복합타운(창원SM타운) 전경. 2020년 완공됐으나 창원시와 SM엔터 측의 갈등으로 개관이 미뤄지고 있다.ⓒ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에 위치한 창원문화복합타운(창원SM타운) 전경. 2020년 완공됐으나 창원시와 SM엔터 측의 갈등으로 개관이 미뤄지고 있다.ⓒ연합뉴스

창원시 “SM엔터 측의 개관 지연 의도 다분”

4월27일 창원시와 창원문화복합타운 위탁관리운영협약을 체결한 ㈜창원문화복합타운은 운영법인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창원시에 운영이행보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창원문화복합타운은 보험가입금액 20억원, 보험기간 5년의 보증보험증서로 진행하려고 했다. ㈜창원문화복합타운은 이행보증보험증서 발급을 위해 사업 시행사인 ㈜아티움씨티, 그리고 운영 참여자인 SM엔터와 SM타운플래너(SM엔터 자회사)에 연대보증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티움씨티만 이에 응했고, SM엔터와 SM타운플래너는 연대보증 결정을 미루고 있다. 

창원시 입장에선 창원문화복합타운 개관 목표를 오는 6월로 잡고 있는 만큼 운영이행보증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탁관리운영협약은 창원문화복합타운을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법을 명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창원문화복합타운이 오는 2026년 4월까지 5년간 창원문화복합타운의 건축물 등을 관리하고, 각종 문화예술 공연·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5년 단위로 20년간 위탁운영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SM엔터 등이 연대보증에 동의해야만 운영법인으로서 권한 행사에 돌입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창원시와 SM엔터는 창원문화복합타운의 조건부 기부채납 위법성 여부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18일 창원시의회는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창원문화복합타운 민간위탁 동의안과 창원문화복합타운 관리운영 조례안 등 2건을 원안 가결했다. 당시 정의당 소속 시의원 2명이 사업 추진 과정의 불투명성과 SM엔터의 콘텐츠 개발 필요성 등을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냈으나, 표결 끝에 가결됐다.

창원시는 SM엔터 측이 공모지침이나 실시협약을 부정하면서 고의로 개관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원협약과 변경확약의 기부채납 관련 규정의 직접 당사자는 시행사인 ㈜아티움씨티와 창원시라는 것이다. 또한 공유재산법상 기부자와 기부를 받는 당사자도 ㈜아티움씨티와 창원시인데, 여기에 직접적 당사자도 아닌 SM엔터 측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실시협약 등에 의한 운영 참여자인 SM엔터와 SM타운플래너는 기부채납 절차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창원시의 입장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우리와 시행사 간에 변경확약서 기준에 따라 기부채납 절차나 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행정 절차가 완결됐다면, 이를 가지고 SM타운플래너가 이의를 제기할 사항은 결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SM엔터 측은 사업 정상화 협의 과정마다 논점을 바꿔가며 새로운 논란을 제기해 왔다”면서 SM엔터 측이 과연 이 사업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현안을 SM타운플래너의 동의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도록 하면서 2차 협약변경과 공동합의문도 거부했다. 그 결과 정상화 협의 기간만큼 사업이 지연됐다”며 SM엔터 측에 보다 성의 있는 자세로 콘텐츠 제공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문화 콘텐츠 관련 업계에서도 SM엔터가 콘텐츠 제공과 관련해 말바꾸기를 거듭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SM엔터는 2015년 사업 참여를 검토할 때 공연장·카페·스토어·식당·스튜디오 등 시설을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이듬해 2016년 공모와 실시협약 체결 때는 이 시설을 위탁운영하는 것으로 검토했고, 호텔·컨벤션 등 비(非)SM시설은 시행사가 운영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더니 2017~18년 운영법인 설립 주주 간 합의 때는 SM 직접 운영 포기와 SM시설 프랜차이즈화를 들고나왔다. 공연장·스토어 등에 물품만 공급하겠다는 것과 스튜디오는 폐쇄하고 뮤지엄을 오픈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결국 현재 SM엔터가 말하는 콘텐츠는 SM 소속 연예인 사진과 IP 사용으로 범위가 축소됐다. 시설은 2015~17년 공연장·카페&스토어·스튜디오에서 2019~20년 뮤지엄·아카데미·미디어 등으로 확대됐다. 올해 현재 홀로그램 공연장·스튜디오 이외에는 기획, 설계, 운영 프로그램, 운영 가이드라인 등 사업계획조차 없어 시행사가 인테리어 공사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키즈·호텔·오디션·아카데미 등은 SM 브랜드를 사용할 수도 없다. 

 

정의당 “창원시의 밀어붙이기식 진행 반대”

사정이 이쯤 되자 창원시 일각에서는 SM엔터와의 사업에 대한 무용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창원시 고위 관계자는 “창원시가 원하는 것은 한류 문화가 되는 K팝 플랫폼이고, SM엔터가 창원문화복합타운에 그것을 심어 달라는 것”이라며 “단연코 SM엔터만의 건물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 방탄소년단(BTS)을 찾는 시민 요구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내에서는 창원시의 밀어붙이기식 사업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4월29일 “시민단체 고발과 경남도·창원시 특정 감사 등을 통해 창원문화복합타운 관련 불법과 특혜가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창원시가 대책 없이 6월 개장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창원시의 사업 진행 과정에서 관리운영 방식 변경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SM엔터 참여도 없는데 운영협약을 체결한 창원시의 행태에 크나큰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창원문화복합타운은 창원시가 안상수 전임 시장 때 지역 한류체험공간을 만들겠다며 추진한 민간투자 사업이다. ㈜아티움씨티가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35-2번지 일대 창원시 땅을 사들여 최고 49층짜리 아파트·오피스텔을 지었다. ㈜아티움씨티는 그에 따른 분양수익과 자기자본 등으로 호텔·공연장 등 한류체험공간 등을 갖춘 지하 4층, 지상 8층짜리 ‘창원문화복합타운’과 근처에 차량 510대가 주차하는 공영주차장을 지어 창원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본지는 이 사업과 관련된 SM엔터의 입장을 듣기 위해 협약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한 한지섭 SM타운플래너 대표이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전화·문자 등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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