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선언으로 장기집권 길 튼 中 시진핑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1 12: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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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연휴 맞아 중국의 전국 관광지 인산인해
中 젊은이 90%가 “서구보다 우월하거나 대등”

5월3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성도인 우한(武漢)시 황학루(黃鶴樓). 사전 예약 없이 오후 4시에 황학루를 찾은 중국인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입장객이 이미 4만8000명을 넘어 하루 최대 수용인원이 채워졌기 때문이다. 황학루는 양쯔강(長江)을 코앞에 둔 우한의 랜드마크다. 악양루·등왕각과 더불어 중국 강남의 3대 누각으로 손꼽힌다. 높이가 51.4m에 달해 중국 누각 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 따라서 5월1일부터 5일까지 노동절 연휴 내내 문전성시를 이뤘다. 황학루를 찾은 관광객들은 우한이 코로나19 발원지로, 전면 봉쇄당했던 사실조차 잊은 듯했다.

같은 날 저녁 충칭(重慶)시 훙야둥(洪崖洞). 전국 각지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 밀려든 외지인들로 훙야둥과 그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훙야둥은 산에 기대어 만든 거대한 건축물이다. 바로 앞에선 양쯔강과 그 지류인 자링강(嘉陵江)이 만난다. 큰 두 강이 합류하는 산의 도시인 충칭의 특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명소다. 그렇기에 노동절 연휴 기간 훙야둥은 밤낮없이 밀려든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아름다운 야경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몰린 관광객 대다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활보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5월3일 노동절 연휴를 맞은 중국 베이징의 만리장성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웨이보

코로나19 종식으로 ‘보복 관광’에 나서

황학루와 훙야둥만이 아니다. 노동절 연휴 내내 중국 전역의 유명 관광지는 밀려든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올해 춘제(春節) 연휴까지 여행과 이동을 꺼리던 중국인들이 일제히 ‘보복 관광’에 나선 것이다. 이는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 5월1일 도로·철도·항공·선박 등으로 이동한 중국인은 5827만 명에 달해 지난해 당일보다 119%나 늘어났다. 무료로 개방한 고속도로에는 쏟아져 나온 차량들로 곳곳이 정체를 빚었다. 기차와 여객기 표는 사전 예약 없이는 현장 구매가 불가능했다. 이름난 관광지는 2~3시간 줄을 서서 입장해야 했으나,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은 없었다.

노동절 연휴 풍경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는 여전히 쓰지만, 안 써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역 내 집단감염이 사라진 지 한 달이 넘었다. 3월30일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에서 발생한 100여 명의 집단감염이 마지막이었다. 5월5일까지 중국의 누적 확진자는 10만3713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4858명이다. 여전히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시설에 격리된 확진자가 700여 명에 달하고, 날마다 한 자릿수 혹은 두 자릿수의 확진자가 생기고 있긴 하다.

그러나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사람이거나 방역 과정에서 전염되어, 일반인들이 느끼는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은 사라졌다. 중국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안통치식’ 방역이 있다. 지난해 1월 중국은 코로나19가 퍼지자 대형마트·약국·주유소 등 기본 편의 장소와 인프라 시설을 제외하고, 전국의 경제활동을 모두 중단시켰다. 하지만 2월말까지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전면 봉쇄 직전 수백만 명이 우한을 떠나 전국 각지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지방정부는 우한 혹은 후베이에서 온 사람을 색출해 2주간 자가격리시켰다.

2월 들어서는 지역 내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지방정부가 한 가정에 한 사람만 3일에 한 번씩 외출토록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3월초까지 지속됐다. 방역지침을 어긴 사람에게는 엄한 처벌을 가했다. 강력한 봉쇄와 통제 조치에 코로나19 확진자 증가폭은 2월 중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했다. 3월 중순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중국은 해외 유입 차단에 나섰다. 3월28일부터 기존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해 외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비록 여름 들어 다시 입국을 허용했지만, 중국 비자를 받는 외국인은 극히 제한됐다.

지난해 말 3차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쓸자, 중국은 해외에서 온 자국민과 외국인을 최대 4주까지 격리시켰다. 2주간 시설 격리된 뒤에도 확진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역 내 집단감염이 일어날 경우, 관리 책임을 물어 지방정부 책임자를 해임했다. 이렇듯 ‘공안통치식’ 방역을 전개한 덕분에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켰다. 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만족도는 높다. 특히 지난해와 최근 방역에 실패한 유럽·미국·인도 등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되면서 두드러졌다. 4월20일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리서치센터는 4월9일부터 12일까지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129개 도시의 15~35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기서 ‘5년 전과 지금, 서구 국가에 대한 감정이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1281명이 현재 가진 ‘서구에 대한 인식’을 솔직하게 답변했다. ‘5년 전, 서구 국가에 대한 감정이 어떠했나’라는 질문에 37.2%는 ‘(서구 국가를) 우러러본다’, 42.1%는 ‘대등하게 본다’, 18.4%는 ‘낮춰 본다’고 각각 응답했다. 하지만 ‘현재 감정은 어떠냐’는 질문에서는 중국 젊은이들의 급격한 인식 변화가 드러났다. ‘우러러본다’는 8.1%로 급감한 반면, ‘낮춰 본다’는 41.7%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대등하게 본다’도 48.3%로 소폭 늘어났다.

중국 젊은이들이 이렇듯 서구 국가를 낮춰 보거나 대등하게 보게 된 데는 코로나19 방역 성공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중국이 서구 국가와 대등하게 된 사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복수 응답으로 53.8%가 ‘전 세계에서 괄목할 만한 중국의 방역 성과’를 손꼽았다. 게다가 40.5%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통한 중국의 글로벌 협력 성과’, 37.6%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유일한 플러스 경제성장’, 30.3%는 ‘끊임없는 빈곤 탈출 노력과 목표 달성’이라고 답했다. 젊은 세대에게 현재 시진핑 정부의 리더십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구보다 ‘인권 존중’ 우월하다고 답하기도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어떻든 상관없다’는 중국 젊은이들의 인식이 진실 부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었다. ‘중국이 어떤 분야에서 서구 국가를 뛰어넘었느냐’는 질문에, 복수 응답으로 60.3%가 ‘사회 치안’, 57.1%가 ‘인권에 대한 존중’, 53%가 ‘역사문화’, 45.4%는 ‘가치관’, 42.5%는 ‘정치’ 순으로 각각 꼽았다. 인권 침해가 빈번하고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보다 오히려 우수하다는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서구 국가가 중국에 배울 분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권에 대한 존중’이 72.1%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듯 방역에 성공해 ‘포스트 코로나’ 체제로 전환한 중국 정부는 젊은이들에게도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따라서 중국 일각에서는 내년 제20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변호사는 필자에게 “당국의 강력한 방역과 통제로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킨 경험이 중국인들로 하여금 안정된 리더십을 계속 원하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도자의 잘못된 결정으로 방역에 실패한 미국과 인도의 사례가 중국에서는 반면교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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