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혁신은 사라지고 개발사업만 남았다
  •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0 12:3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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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분양 중단하고 토지임대 건물 분양 이뤄져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광명·시흥 땅투기 의혹 이후 임직원의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분양 및 공공임대주택 LH 임직원 분양, 건설관리 및 설계용역 불공정 입찰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이 부여한 특권을 남용해 부당이득을 취해 온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힐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개혁은커녕 부패한 LH 주도 대규모 공급확대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4월20일 ‘LH 건설사업 관리·용역 대다수에서 입찰 담합의 징후가 보인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 맨 왼쪽이 김성달 경실련 국장.ⓒ뉴시스
경실련은 4월20일 ‘LH 건설사업 관리·용역 대다수에서 입찰 담합의 징후가 보인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 맨 왼쪽이 김성달 경실련 국장.ⓒ뉴시스

공공성 상실한 LH, 장사논리에만 치중

국민은 LH가 2009년 통합됐을 때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통합 이후 LH는 100조원대 부채를 내세워 본연의 역할을 민간 재벌에 내줬다. 박근혜 정부에서 과천지식정보타운 시행을 대우 컨소시엄에 내줬고 알짜배기 공동주택지까지 수의계약으로 공급하는 특혜를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공공성은 회복되지 않았다. 경실련 분석 결과 수서신혼희망타운에서 원가의 2배 수준인 바가지 분양으로 한 채당 2억5000만원씩 부당이득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장사에 치중한 결과 정작 서민을 위한 국민·영구 등 장기공공주택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한 공공임대주택의 15%만 장기공공주택일 뿐 85%는 전세임대, 매입임대, 행복주택 등 가짜 짝퉁임대로 나타났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10년 주택에서도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분양전환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드러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부패, 투기행위 등도 결국은 공공성을 상실한 채 장사논리에 치중하며 땅장사, 집장사를 벌여온 결과다.

이에 대해 LH는 과다한 부채 해소와 적자 사업인 공공임대주택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분양원가 세부내역, 사업별 손익자료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LH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 경실련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판교·위례 등 LH의 수많은 신도시 사업이 집값을 올리고 공기업, 건설업계, 투기세력 등에게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투기조장책임을 지적해 왔다. 때문에 신도시가 주거안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제수용한 택지를 민간에 팔지 말고 LH 등 공기업이 직접 개발, 서민들을 위해 건물만 분양하거나 20년 이상 장기공공주택으로 공급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LH의 고장난 공급 시스템 개선은 뒷전인 채 3기 신도시 개발, 공공재개발, 재건축 사업 등 토건 개발을 남발하며 공기업 먹거리만 챙겨주고 있다.

대통령은 집값 상승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고, 총리는 해체 수준의 LH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거짓약속일 뿐이다. 아니라면 지금 당장 투기세력 먹잇감으로 변질된 3기 신도시 사업, 공공재개발 사업 등 무분별한 공급책부터 전면 중단해야 한다. 중앙정부 주도 대규모 개발을 주도해 왔던 LH도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는 만큼 해체하고 주택청 등 주거복지 전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후 공공개발은 지방정부 공기업이 주도하면 된다. 더 이상 그린벨트 파괴식 대규모 개발은 불필요하며 국공유지 등을 활용해 평당 600만원대 건물만 분양하는 저렴한 공공주택을 소규모로 꾸준히 공급한다면 집값은 안정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도 가능하다.

 

토지는 국가 소유하고, 건물만 임대 분양해야 

경실련-시사저널 공동조사를 통해, LH 직원들이 지난 10년간 공공분양주택을 매입해 시세차익만 3339억원을 챙길 수 있게 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무주택 서민들에게 돌아갈 공공주택을 LH 임직원들이 적법하게 분양받았는지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주택은 모두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민의 논밭과 임야를 강제수용해 개발,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공기업도 장사다’라는 대통령 발언 이후 분양가는 점점 비싸져 서민들의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지고, 주변 집값도 떨어트리지 못한 채 공기업과 건설사, 투기세력들을 위한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특히 불로소득 잔칫상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LH 임직원들이 무주택 서민들에게 돌아갈 공공주택을 분양받아 막대한 시세차액을 가져간 만큼 분양 과정에 대한 불법 여부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LH는 미달인 경우도 많았다고 해명하지만 분양받은 단지 중 상당수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이에 대한 전면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유주택자들이 주택을 분양받은 경우는 없는지, 실거주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

무주택 서민을 내쫓는 10년 주택이 LH 임직원들에게는 불로소득을 안겨줬다. LH 임직원들이 분양받은 주택 중에는 10년 임대주택도 포함돼 있다. 10년 주택은 참여정부 시절 목돈 마련이 어려운 무주택 서민을 위해 10년 동안 임대하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성남 판교 등에서 분양전환 가격을 최초 분양 시 제시한 주택 가격이 아닌 현재의 턱없이 비싼 시세 기준 감정가액으로 책정해 실거주해 온 입주민들이 내쫓길 처지에 직면해 있다. 반면 소득이 높은 LH 임직원들의 경우에는 내쫓김 없이 분양전환 후 막대한 시세차액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10년 주택사업이 스스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계층의 주거안전망이 아닌 공직자의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 따라서 정부는 LH 임직원 등의 분양 과정의 불법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엄중처벌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무주택 서민들이 내쫓기지 않게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전환 받도록 해서 10년 주택 정책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해야 한다.

불로소득 잔칫상으로 변질된 공공분양을 중단하고 토지임대 건물 분양이 이뤄져야 한다. 광명·시흥 땅투기 의혹 이후 공공분양 및 공공임대주택 대거 입주 등 지금의 공공주택사업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이 아닌 공기업 직원들의 투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실련은 이미 참여정부 시절 판교 개발 때부터 택지를 팔지 않고 직접 개발하는 공영개발 방식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대부분의 택지를 민간에 매각했고 아파트도 임대 아닌 분양으로 공급했다. 이러한 개발 방식으로 공기업, 건설업계, 투기세력 등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이 돌아갔고, 이번에 LH 임직원들도 아파트 분양으로 3000억원 이상의 불로소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팔지 않고 건물만 분양하거나 30년 장기임대아파트로 공급했더라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집값 안정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만일 평당 500만원대 건물분양 아파트로 공급됐더라면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해 LH 임직원들에게 기회가 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저렴한 가격에 수많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가능해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주변 집값을 떨어트려 지금 같은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하는 상황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강제수용한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토지임대 건물 분양 또는 20년 이상 장기공공주택으로 공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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