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그룹, 창업주 장남엔 ‘승계용’ 딸들엔 ‘곶간용’ 회사 있었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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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역주행하는 중견기업 내부거래 실태 ⑧ 세방그룹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뉴스뱅크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뉴스뱅크

[편집자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대물림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 공정경제가 화두로 제시되면서 정부는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부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은 아랑곳 않고 내부거래에 골몰했다. ‘일감몰아주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견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차례로 분석해 보도한다.

‘로케트 배터리’로 유명한 세방그룹는 2세 경영이 한창이다. 지휘봉은 창업주인 이의순 세방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이 넘겨받았다. 1984년 그룹에 합류해 경영수업을 받아온 그는 2013년 회장에 취임했다. 지분 승계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이 회장은 현재 ‘이앤에스글로벌→세방(주)→세방전지·세방산업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분 승계에는 일감 몰아주기가 동원됐다. 이 회장이 지분 80%를 보유한 시스템통합(SI)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이 승계의 지렛대로 활용됐다. 이 회사에는 설립 이듬해인 1998년부터 계열사들의 일감이 집중됐다. 이처럼 그룹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마련한 재원으로 이앤에스글로벌은 그룹 지주사인 세방(주)의 지분을 확보해 나갔다. 이 회사는 현재 세방(주) 최대주주(19.48%)에 올라있다.

이 회장이 세방(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재원도 상당 부분 이앤에스글로벌에서 나왔다. 이 회사는 설립 이듬해인 1999년부터 꾸준한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회장은 세방(주) 지분을 계속해서 사들였다. 이 회장은 현재 이앤에스글로벌에 이은 세방(주) 2대 주주(17.99%)다. 결국 이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세방(주) 지분 37.47%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앤에스글로벌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승계가 마무리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되레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계속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이 회장에 오른 2013년 31.23%(총매출 84억8786만원-내부거래액 26억5113만원)이던 이앤에스글로벌의 내부거래 비중은 그로부터 6년 뒤인 2019년 92.22%(68억2776만원-62억9716만원)까지 증가했다.

이앤에스글로벌이 이 명예회장의 장남에 대한 ‘승계용’이었다면, 세방산업과 세방이스테이트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딸들의 ‘곶간용’로 활용됐다. 축전지 부품 제조업체인 세방산업은 이 명예회장의 장녀 이려몽(20.7%)씨와 차녀 이상희(28%)씨가 주요 주주였다. 이 회사는 매년 매출의 80~90%를 내부거래에 의존해왔다.

내부거래 매출 대부분은 세방전지와의 거래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해 세방전지에 축전지 부품 등을 납품해 올린 매출은 311억원에 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꾸준한 현금배당을 실시하며 이려몽‧이상희 자매의 현금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만 이려몽씨는 지난해 보유 중이던 세방산업 지분 전량을 세방전지에 매각하고 주주 명부에서 이름이 빠진 상태다.

임대사업업체인 세방이스테이트도 이려몽(20.7%)씨와 이상희(28%)씨가 주요 주주 명부에 올라 있다. 세방이스테이트는 계열사를 상대로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며 전량에 가까운 매출을 올려왔다. 실제, 이 회사의 2018년과 2019년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96.81%(37억9716만원-36억7637만원)와 95.65%(27억7905만원-26억5829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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