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혹독한 구조조정 1년, 결과는?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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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체질 개선…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사업 재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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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은 지난해 4월27일 자산 매각을 골자로 한 3조2000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했다. 탈원전 정책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두산중공업에 3조6000억원의 긴급 지원을 받는 대가였다. 이후 두산그룹은 클럽모우CC(1850억원)와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모트롤BG(4530억원) 등 계열사를 차례로 매각했다. 지난 2월부터는 구조조정의 마지막 절차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놓고 재계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자칫 성장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구조조정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올해 1분기 연이은 호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룹 지주사인 (주)두산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39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순이익도 전년 동기 적자(-3799억원)에서 흑자(4023억원)로 전환했다.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의 흑자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 3721억원, 당기순이익 248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9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이밖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도 올해 1분기 최근 10년 사이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처럼 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두산그룹도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난해 재계 15위였던 두산그룹은 자회사 매각으로 순위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두산그룹은 풍력·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을 통해 위상을 재건해 나갈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자구계획안을 이행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병행해왔다. 두산중공업은 기존 주력 사업이던 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해상풍력, 수소, 가스터빈, 차세대 원전 등 4대 성장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 전환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난해 김포열병합발전소(3600억원)과 폴란드 폐자원에너지화 플랜트(2200억원), 네팔 수력발전(4000억원), 창원 수소액화플랜트(1200억원)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의 비중을 전체의 6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지난 20일 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 등 계열사 전문 인력을 모아 수소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했다.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과 활용 등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사업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 작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앞서 성공적으로 체질을 개선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소비재 기업이던 두산그룹은 1990년대 오비맥주, 처음처럼, 코카콜라(판매권) 등을 선제 매각하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해 중후장대형 기업으로 변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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