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주류업계에 경고장 날린 사연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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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이은 경쟁사 홍보물 훼손‧절도 사건 겨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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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주류업계에 경고장을 날렸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경쟁사 홍보물 훼손·절도 사건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서 비롯된 주류업체 간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국세청의 이번 경고가 건전한 주류 거래 질서 확립의 계기가 될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세청과 주류거래질서확립위원회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한국주류산업협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무학 등 주류업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국세청과 위원회는 건전한 주류 거래 질서 확립을 주문했다. 업계는 이를 최근 벌어진 주류업계 간 소송전에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주류업계에서는 최근 홍보물 훼손·절도 사건이 이어졌다.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마케팅 경쟁이 과열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음식점 주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영업 현장의 갈등이 폭발했다는 평가다.

최근 갈등은 무학과 오비맥주가 지난 4월 자사의 홍보물을 무단으로 훼손하고 수거해갔다며 하이트진로 직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업체는 하이트진로 직원이 경상남도 사천시(무학)와 경기도 성남시(오비맥주) 일대 음식점에 설치된 입간판 등 홍보물을 수고하고 하이트진로 홍보물을 설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무학과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를 업무방해와 절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여기에 하이트진로도 응수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인천시에서 오비맥주 직원이 하이트진로 홍보물을 제거하고 자사 포스터를 붙이는 영상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를 고소한다는 방침이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주류업체 간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비방전의 역사는 깊다.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산그룹 계열사이자 업계 1위이던 오비맥주는 두산전자가 낙동강에 페놀을 방류해 수돗물을 오염시킨 ‘페놀방류’ 사건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하이트진로(당시 조선맥주)는 이때 ‘맥주를 끓여 드시겠습니까’라는 광고로 오비맥주를 정조준했다. 이때 하이트진로에 인수되기 전인 진로가 비방전에 가세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본격화했다. 이런 비방광고와 관련해 하이트진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또 2007년에는 오비맥주가 외국계 자본의 투자를 받은 것을 두고 하이트진로가 ‘외국자본의 먹튀’ 사례라고 광고를 하다 또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2014년 오비맥주의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산화취’ 논란과 관련해 하이트진로의 직원이 비방글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주류업계는 영업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분쟁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영업현장에서 상호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주류업체들이 수사 의뢰와 고소를 주고받는 등 강수를 배경과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치열해진 맥주 시장의 경쟁과 연관 짓는 시선이 적지 않다. 2019년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1위와의 격차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맥주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카스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카스를 위협하는 대표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음식점 내 주류 판매율가 부진해진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물론 다른 맥주업체들의 경쟁과 점유율 싸움이 극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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