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갇힌 국민의힘 지지율…김기현표 ‘대여투쟁’의 딜레마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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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 정국 ‘강경’ 모드에도 지지율 내리막길 걷는 국민의힘
‘투사’ 기치 내건 김기현에 ‘발목잡기’ 역풍 우려도

인사 청문 정국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으로 여야의 대치 전선은 정점에 이른 형국이다. 야당은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안에까지 반기를 들었고, 일부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을 열어뒀던 여당은 다시 고심에 빠졌다. 문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개입에 여야 모두 한 발도 물러나기 힘든 상황에 처한 셈이다.

문제는 대치가 길어질수록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의 경우 일방적 인사 강행에 ‘독주’라는 꼬리표가 붙을 테지만, 야당 역시 “발목 잡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특히 4·7 재보궐 선거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투사’ 이미지로 새롭게 국민의힘 운전대를 잡게된 김기현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선 대여 투쟁 기세를 높일수록 지지율은 떨어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 같은 난국을 어떻게 해쳐나갈 수 있을까.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 등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 등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文대통령 개입에 스텝 꼬인 인사정국…野는 “물러날 수 없다”

11일 김기현 원내대표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김부겸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를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 측이 문 대통령의 장관 후보자 3인(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태도 변화 없이는 김 총리 후보자 인준 절차에도 협력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면서다.

당초 국민의힘은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 입장을 보여 왔지만,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회견을 기점으로 ‘비협조’ 태도로 돌아섰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해당 발언은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여당을 감싸고 야당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면서, 국민의힘 내에선 “물러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노골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행적을 고려하면 청문보고서 재송부는 임명 강행의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 당시부터 투사 이미지를 부각해 온 김 원내대표로선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현 당선 이후에도 지지율은 ‘뚝뚝’…돌파구 찾을까

그러나 동시에 국민의힘이 인사 청문 정국에 비협조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4·7 재보궐 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만큼, 인사 청문 정국이 장기화할수록 비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여당의 강행 기조에 어차피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런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투쟁 수위를 높이면 어렵게 끌어안은 중도 민심의 환멸을 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리얼미터 여론조사(YTN 의뢰)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7재보선이 치러진 4월 1주차 조사에서 39.4%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주차 37.1%, 3주차 36.6%, 4주차에 37.3%로 소폭 상승한 뒤 5월 1주차 35.3%까지 떨어졌다. 30%대 후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반면 민주당은 5월1주차 기준 2.4%포인트 상승한 30.2%를 기록하면서, 양당 간 격차는 5.1%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발생한 3월1주차 이후 가장 좁은 격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리얼미터
ⓒ 리얼미터

이런 가운데 여야는 오는 14일까지 인사 청문 정국의 해법을 마련할 시간을 벌게 됐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문 대통령이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재송부 기한을 14일로 못 박으면서다. 이날을 포함해 닷새의 시간이 생긴 셈이다. 2라운드에 돌입한 인사 청문 정국에서 여야가 시한 내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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