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아픈데 척추 문제라고?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6 11:00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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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저림 현상 등은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는 척추관협착증 탓 

67세 여성이 허리가 아프고 걸을 때 오른쪽 다리 통증과 함께 오른쪽 발바닥에 감각 이상이 나타나 병원을 방문했다. 진찰과 검사 후에 받은 진단은 척추관협착증이었다. 척추에는 터널과 같은 구조가 상하로 연결되어 있어 척수가 지나가는 척추관이라는 공간이 있다. 인대·뼈·관절 등이 두터워지거나 변형되어 이 공간이 좁아져 척추를 지나가는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한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허리와 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85만1599명이었던 65세 이상 노인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2019년 113만2823명으로 약 33% 증가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이 발생한다. 연령별로는 7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은 60대와 50대 순이다. 

ⓒ시사저널 우태윤
ⓒ시사저널 우태윤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서서히 시작되고 심해지는 경우가 흔한데, 발생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요추 부위의 척추관협착증 증상은 발이나 다리의 저림, 이상 감각이나 힘 감소 등이다.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심해지고 앉거나 몸을 앞으로 숙이면 완화되는 한쪽 또는 양쪽 다리의 통증과 요통이다. 경추 부위의 척추관협착증 증상은 손·팔·발·다리의 저림, 이상 감각, 힘 감소, 보행장애, 목 통증 등으로 나타난다. 심할 경우 요실금 등 배뇨장애나 장에 이상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척추측만증과 같은 척추 이상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디스크가 조금만 튀어나와도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척추관협착증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관절이나 인대가 커지거나 뼈가 자라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눌러 발생한다. 교통사고나 외상으로 척추에 골절 등 손상이 발생한 때도 척추관 내 구조물에 손상을 주어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병·의원을 방문해 병력과 증상을 검토하고 진찰을 하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 확진을 위해 영상의학적 검사를 할 수 있다. 척추의 엑스선 검사로 뼈 돌기와 같은 척추뼈의 변화가 척추관 안의 공간을 좁아지게 하지는 않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하면 전산화단층촬영(CT) 척수 조영술이나 자기공명영상(MRI)검사로 디스크·인대의 손상이나 종양의 존재를 확인하고 척수의 신경이 눌린 부위가 어디인지를 찾을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진단이 나와도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주기적인 추적 관찰만으로 충분하다. 증상이 있을 때 진통제를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으며, 항우울제나 신경성 통증 치료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아프다고 안 움직이면 통증 더 심해져

척추관협착증 환자 중에는 통증 탓에 잘 안 움직여 근육이 약화하고, 그래서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근력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된다. 신경이 눌리는 부위는 자극이 되고 부어 있을 수 있으므로 눌린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 협착과 염증을 줄이며 통증을 덜어줄 수 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주사를 자주 맞으면 인접 뼈와 결합 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근력 저하, 척수 손상 증상 등이 생기면 두꺼워진 인대, 후관절 돌기 내측, 추간판 등을 절제하는 감압술을 실시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을 적절한 때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는 드물게 이상 감각, 마비, 평형감각 이상, 요실금 등이 생길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근력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꾸준히 하며, 걷기나 수영 같은 허리 근육 강화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만한 경우라면 체중 조절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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