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빠진 자산관리는 앙꼬 없는 찐빵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3 11:00
  • 호수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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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연금] 마이데이터 시행 두 달 앞으로…전문기업 솔루션 제공도 가능

두 달 후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법)가 시행된다. 이에 맞춰 연금은 마이데이터와 어떤 관련성이 있고 개인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현재 휴대폰 기기 변경 때 가입했던 요금제를 계속 사용 중이다. 중요한 것만 기억하는데, 유선통화는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하고 데이터는 100G바이트까지 사용할 수 있다. 꽤 비싼 요금을 매달 부담하고 있는데 정확한 요금은 모르고 대략 8만원대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가 가장 신뢰하고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내 휴대폰의 사용내역을 한참 보더니 뜬금없이 ‘매년 30만원을 받는다면 너는 얼마나 지불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고 가정하자. 10만원? 20만원? 매년 받는다고 하니 30만원을 지불해도 될 것 같다. 그럼 나는 어떻게 매년 30만원을 받을 수 있을까.

6개월간 휴대폰 사용 패턴을 분석해 보니, 데이터 사용은 주로 주중에 집중돼 있고 월평균 사용량이 3G바이트 정도다.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달도 5G바이트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도 데이터 전송량 기반으로 현재 사용하는 1G바이트 요금제를 100M바이트로 변경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래서 휴대폰 요금제와 인터넷 요금제를 결합·변경했더니 매달 2만5000원이 줄어들게 됐다.

마이데이터법이 시행되고 정상적으로 정착된다면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마이데이터란 무엇인가. 앞서 적은 것처럼 정식 명칭은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통제하고, 이를 신용관리·자산관리 나아가 건강관리까지 개인 생활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금융위원회)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내 개인정보는 내 것이고 그 정보를 어떻게 공유하고 활용할지를 내 스스로 결정한다는 의미다. 개인이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면 각종 정보기관과 금융기관 및 기업 등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해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내 정보를 어떻게 쓸지 나 스스로 결정

마이데이터는 연금과 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개인정보 중 특히 민감한 정보는 금융 정보다. 부동산을 제외한 개인의 모든 자산 현황과 수입·지출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중 가장 복잡한 정보는 무엇일까. 전문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지출’과 ‘연금’ 정보가 아닐까 싶다.

자산과 수입은 단기간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산 정보는 투입(투자원금) 대비 산출 정보(수익 또는 손실)가 핵심이다. 그러나 자산 중 연금 정보에는 세금 혜택 여부, 연금 수령 정보, 수령 시 세금 적용 문제, 퇴직연금 포함 여부 등 현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친다. 즉 통신요금 사례와 같이 단순히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 개인은 연금자산 관리 측면에서 마이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이 법이 시행되면 연금 정보의 취합과 정리가 쉬워진다. 사실 대다수 사람은 지인 권유나 세제 혜택 목적 등으로 복수의 연금 상품에 가입한다. 그러나 실제 가입한 상품의 세제 혜택이 얼마나 되는지, 추가적인 세제 혜택이 가능한지, 향후 받게 될 연금은 얼마인지, 연금상품 내 주식형 비중은 얼마인지 거의 알지 못한다. 꼭 연금이 아니라도 장기투자에서 자산군(주식·채권·현금)별 비중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그렇듯 중요한 자산군별 비중 관리가 안 되지만, 대부분 위험은 작고 수익은 높으면 좋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노후자금 준비를 위해 현 상태의 정확한 문제 점검은 꼭 필요하다. 종합적인 문제 점검 없이 개인 맞춤형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연금의 경우 마이데이터 시행 이전에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흩어져 있는 정보를 취합할 수 있었다. 실시간이 아니라는 점, 보험상품은 표준화가 어렵다는 등의 문제점이 있지만 해당 사이트를 통해 전체 연금 정보를 취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용한 사이트다. 국민연금 가입자 2000만 명 시대에 통합연금포털 가입자가 80만 명(2019년 기준)에 불과한 것은 우리나라 노후 준비의 심각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개인정보의 통합관리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개인 입장에서 현행 ‘통합연금포털’, 오는 8월부터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상품 중심의 기존 구매 패턴이 자기 자신의 맞춤형 기반 구매 패턴으로 변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마이데이터는 표준화된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에 연금과 같이 세부적인 추가 정보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개선점이 많다.

개인의 노후자금 목표를 기반으로 연금자산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대다수 사람은 부족한 재원으로 전 생애에 필요한 자금을 배분해야 한다. 연금 또한 그중 하나다. 내 연금 정보가 잘 정리된다고 노후자금이 필요한 만큼 준비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부족한 노후자금을 위해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할 수 있다. 투자기간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잘 운영해 자신의 계획을 가장 근접하게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기반으로 통합 맞춤형 서비스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솔루션을 찾아서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 반면 마이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연금 정보가 취합·정리된다면 전문기업을 통해 그러한 솔루션을 제공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해당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준은 단순하다. ①내 개인정보를 잘 정리하고 내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②나의 투자기간에 따라 주식형 자산 비중을 결정하는가 ③추천하는 금융상품의 보수나 수수료 등 비용은 합리적인가. 이렇게 ①~③번의 기준에 부합한다면 어느 정도 연금 관련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곳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①번을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복잡한 부분이라 지면의 한계로 기회가 될 때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하고 ②번은 투자 가능 기간이 길수록 주식형 비중이 높아야 하고 짧을수록 채권과 현금 비중이 높아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퇴라는 정해진 시점까지의 투자기간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즉 시간의 흐름에 따른 리밸런싱 과정에서 투자기간 축소가 반영돼 주식형 자산 비중은 점차 줄어들어야 한다. ③번은 금융투자협회 등에서 금융상품의 평균 비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각종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도다. 평균 비용보다 높은 비용을 부담하면 장기 투자수익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금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그리고 자산관리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이 바로 ‘정보(Data)’다. 금융에서 정보가 없으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떤 의견도 검증할 수 없다. 그리고 마이데이터가 연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간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부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철학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매년 소득세를 많이 내니까 세액공제가 가능한 연금 상품을 추천하는 형태와 같이, 개인의 단순한 니즈(욕구)를 반영해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마이데이터’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오래전부터 마케팅 관행처럼 해왔던 일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정보를 기반으로 통합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래서 마이데이터는 개인에게 자기 정보 기반의 제대로 된 서비스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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