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한계 분명할수록 선택 기로에 몰리는 한국
  •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9 14:00
  • 호수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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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中’ 기치 분명히 한 G7 참여가 큰 부담 될 수도
미·중 경쟁체제 전략 마련해야

제47차 G7 정상회의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취소된 이후 2년 만인 올해 6월11~13일 영국 콘월에서 개최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질병에 따른 대응, 기후변화, 각국 경제정책 조정 문제 등이 주요한 이슈였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때문이었다.

6월12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앞줄 오른쪽부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존슨 영국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연합뉴스
6월12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존슨 영국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연합뉴스

中 일대일로에 맞불 놓는 ‘3BW’ 구상 추진

첫째, 미국과 유럽의 분열 극복 여부였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이던 2020년, 미국과 프랑스는 G7 정상회의에 러시아의 참여를 지지하면서 G8로 확대하려 했다. 이에 대해 영국과 캐나다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비토권 행사를 위협했다. 이번 회의는 G7이 성원국 문제로 분열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회의였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첫 무대였다.

둘째, 호주·인도·남아공과 더불어 한국은 G7 사상 처음으로 초청장을 받았다. 비록 일본의 부정적인 태도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계획한 주요 10개 민주국가(D10) 모임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G7의 한계로 인해 한국 등이 포함된 G11(또는 G10)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방역의 성공과 반도체 등 제조업 역량으로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서방 주요 강대국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회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한국은 G7이 추진한 ‘녹색성장의 동반자(Partnering for Green Growth)’ ‘2030년 세계 목표 계획(Global Goals 2030)’에도 참여했다.

셋째, 미·중 전략경쟁의 파고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과 서방이 단합된 태도로 대중(對中) 정책에 합의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받았다. 이번 G7 회의는 전례 없이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조사 리포트 채택, 홍콩의 민주화운동, 중국 신장 지역의 이슬람인 탄압과 인권 문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 등을 촉구했다. 그리고 직접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3BW(Build Back Better World)’ 구상을 추진했다. 과거에는 중국의 내정 문제라는 이유로 공식적인 언급을 꺼렸던 사안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서방 차원의 대중 정책을 이끌어내려 했던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성공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의 뼈아픈 공격이었다.

3BW 구상은 특히 주목할 만한데,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대응적 성격이 명백한 실천 계획이다. G7 등 서방 민주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세계 중·저개발국들을 대상으로 가치에 기반하고, 수준 높은 기준으로, 투명하게 이들의 인프라 구축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중·저개발국 투자가 절정일 때인 2016년에는 그 규모가 G7 국가들의 공적원조 총합의 거의 4배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중국의 해외개발 지원은 급속도로 감소해 2019년에는 중국의 대외개발 지원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8년 수준까지 다시 떨어졌다.

그럼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중·저개발국 인프라 개발 지원은 중국과 비교도 안 될 수준이었다. 단적인 예로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및 호주 등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려는 ‘파란 점(Blue Dots)’ 프로젝트의 재정 규모는 중국과 비교할 수 없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 등 서방의 대중(對中) 전선 형성에 대단히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나타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주영 중국대사관은 “오늘날 세계 주요 문제에 대한 결정들이 소수 국가들에 의해 이뤄지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G7의 한계점을 부각하고자 했다. 또한 잘못된 비난과 거짓으로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는 공식 항의를 제출하기도 했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한국

바이든 대통령은 G7 회의에 이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지도자들과 만나 상호 방위협력을 하기로 한 나토 동맹조약을 확약하면서,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와 군사적 부상에 대해 나토가 대응하도록 촉구했다. 나토 지도자들도 중국의 야심과 공세적 태도는 ‘체제적인 도전’이라고 바이든의 요구에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중국으로서는 대단히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과거 1970년대 초반 소련(러시아의 전신)이 가장 공세적이었을 당시 미국은 소련의 우방이었던 중국을 끌어들여 미·중 준군사동맹 관계를 수립하면서 소련을 억제한 적이 있었다.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와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구도는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이런 미국의 요구를 수락할 개연성은 작지만,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고, 조만간 중·러 관계를 확인할 정상회의를 개최할 개연성이 커졌다.     

이번 G7 정상회의와 나토 주요 국가들이 보여준 대중 전선의 단합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커다란 외교적 승리를 안겨주었다. 트럼프 대통령 때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 와중에도 그리스는 여전히 중국의 투자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고, 헝가리는 중국 푸단대학의 분교를 부다페스트에 설립하는 등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중국의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

이는 독일이나 다른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은 과거 트럼프의 강한 압박에도 중국과의 협력관계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무역국가인 독일의 주력 수출품은 자동차이고, 이 자동차의 40%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되는 탓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 등 서방이 서로 합의한, 민간의 자금을 끌어들여 3BW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은 여전히 미완이다. 민간에 높은 수준의 기준을 부과하면서 어떻게 투자동기와 이윤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없어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 유럽 국가들의 향배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셈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G7 회의는 뿌듯하면서도 중요한 외교적 시험대였다. 지난 5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그간의 ‘전략적 모호성’이나 ‘친중’적인 입장을 버리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좀 더 동조했다는 평가가 존재했다. 이는 반중 전선의 기치를 표방한 이번 G7 회의가 한국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일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바이든은 한국에 노골적으로 반중 전선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가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G7 회의에서 보여준 바이든의 모습은 향후 중국과의 갈등과 충돌이 심화할수록 한국에 대한 선택의 압박도 좀 더 강화될 것이란 점을 예상케 해준다.

한국은 이제 본격적으로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다.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문재인표 외교·안보 전략은 점차 그 설 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하루빨리 우리 외교·안보 전략을 좀 더 중장기적인 미·중 전략경쟁 위주의 전략으로 재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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