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충남의 발’ 충남고속 대표 공금 유용 의혹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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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돈으로 개인 물품 수억원치 구입 의혹 제기
정 대표 “이사회 정식 승인 받아 문제없어”
충남 예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충남 최대 운수회사 충남고속 ⓒ시사저널 송창섭
충남 예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충남 최대 운수회사 충남고속 ⓒ시사저널 송창섭

회사 돈으로 소매점에서 수천만원어치 농축산물‧주방용품을 산 것도 모자라 6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남 최대 운수회사 충남고속 이야기다. 이 회사 정아무개 대표는 2016년부터 약 20억원 가량의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현재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으며, 이는 회사 경영권을 사모펀드에게 넘기려는 반대파의 음해”라고 반박했다.

쟁점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사용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하는지 여부다. 회사 내부에선 정 대표의 씀씀이가 도가 지나쳤다는 분위기다. 정 대표를 상대로 충남 홍성경찰서에 제출된 고발장에 따르면, 정 대표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는 대형 마트에서 농‧축산물, 주방용품을 수차례 다량으로 구입한 흔적이 나온다. 일부 품목은 지난 몇 년 간 특정 점포에서 반복적으로 쓰였다. 가령, 수산물을 취급하는 S점에서는 거의 매달 고정적으로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이 지출됐다. 회사 관계자 A씨는 “운수회사여서 이들 품목을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 2013년에도 회사 돈 카드깡으로 벌금형

골프‧리조트 등에서 주말에 사용된 흔적도 여러 차례였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위락시설과 인천공항 면세점 등 회사 업무와는 관련성이 낮은 곳에서 사용한 기록도 나왔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 B씨는 “하루에 여러 세차장, 주유소에서 사용한 정황이 있는데,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제공한 차량의 경우 운전기사에게 별도의 차량 유지비를 지급하고 있어 이런 곳까지 법인카드를 써야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러다보니 회사 내부에선 정 대표가 이들 품목으로 이른바 ‘상품깡’(실물 상품을 이용해 불법으로 현금을 만들고 유통하는 행위)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돈다. 실제로 정 대표는 2013년 충남 서산축협 조합장 재직 시절 카드깡으로 6000여 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벌금형(업무상 횡령)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회사에서 준 급여는 대부분 개인 세금으로 빠져나가, 연간 70억~80억원에 달하는 일반관리비에서 일부 활동비로 쓰게 해달라고 이사회에 요청했고, 이를 허락받았다”고 해명했다. 참고로 정 대표의 월 급여는 약 15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아울러 서산축협 조합장 시절 벌금형과 관련해선 “직원들이 한 짓”이라면서 “당시 내가 벌금형을 받았는지 조차 정확히 기억나질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경찰 조사를 통해 명백히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 “적법하게 경비 지출…반대파 음해성 루머”

각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에서 실제로 이를 승인했는지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정 대표의 주장과 달리 회사 이사회 관계자는 “2016년 이사회에서 전임 대표에 비해 법인카드 사용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적은 있었어도, 대표이사 활동비를 회사 일반관리비에서 마음대로 알아서 쓰라고 허락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전임 대표의 경우 월급은 월 500만원인데도 법인카드 사용액이 월 300만~400만원을 넘지 않았다”며 정 대표의 행태를 비판했다. 충남고속 노조 관계자 역시 “정 대표가 자신의 법인카드를 노조원들 밥 사주는데 썼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노조는 엄연히 조합원 회비로 운영된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대표가 딱 한번 저녁을 샀으며, 비용도 많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충남고속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충남고속 회사 홈페이지 ⓒ홈페이지 사진 캡처

2020년 6월 자신의 법인카드 과다 사용이 이사회에서 문제가 되자 정 대표는 별도의 지출내역을 회사에 청구했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S야채점 한 곳에서 썼다며 회사에 제출한 영수증 금액이 무려 8100만원에 달한다. 한 회사 관계자는 “연매출이 500억원이고 한 해 영업이익은 20억~30억원에 달하는데, 지금 정 전 대표가 사적으로 유용한 자금의 규모는 회사의 한 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충남 홍성경찰서와 충남지방경찰청 등에서 수사 중이다. 홍성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충남고속은 회사 경영권을 놓고 한창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정 대표는 “오랜 기간 충남인들의 발과 같은 역할을 한 회사를 사모펀드에게 팔아넘기려는 시도를 막다보니 분쟁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척점에 있는 이들은 “지난해 12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지위를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자금과 조직을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쓰고 있다”면서 “당시 임시주총에서 자신의 세를 확보하고자 약 5억원가량의 회사 자금을 써서 주식을 매입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률상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반드시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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