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수사팀장 물갈이, 결국 ‘권수완박(권력 수사 완전 박탈)’인가
  • 조해수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5 12:26
  • 호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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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권 비리 수사는 꿈도 꾸지 마라, 수사하면 바로 옷 벗기겠다'는 협박"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아닌 ‘권수완박(권력 수사 완전 박탈)’일까. 법무부의 6월25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수사를 맡았던 팀장(부장검사)들이 전원 교체됐다. 반면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은 검찰 간부들은 핵심 요직을 꿰찼다. 야당에서는 “정권 말 친문 방탄 검찰을 만들고 있다”며 “‘정권 비리 수사는 아예 꿈도 꾸지 말라, 수사하면 바로 옷 벗기겠다’는 협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보다 앞선 6월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친정부 검사의 대표격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임에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반면 대척점에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한동훈 검사장 등은 비(非)수사 부서로 좌천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월24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원전·김학의·靑기획사정 수사부장 전원 교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중간간부 90% 이상 교체’를 공언했다. 이 말 그대로, 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고검 검사급 652명과 평검사 10명 등 모두 662명이 자리를 옮겼다. 그 중에서도 문재인 정권과 관련한 수사팀의 부장검사들은 교체 1순위가 됐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을 수사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 2부장으로 이동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청와대의 기획 사정 의혹 사건’을 수사한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다.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관련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구속수사한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에 임명됐다.

이들은 아직 필수보직 기간인 1년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6월29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인 ‘직제개편안’ 탓에 필수보직 기간은 무시됐다. 직제개편이 있을 경우 필수보직 기간과 상관없이 인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 사건은 일찌감치 기소를 마치고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월성 원전 수사팀은 이미 지난 5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을 ‘월성1호기 가동을 중단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려 원전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다.

김학의 전 차관 수사팀 역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수사팀은 불법 출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 윤대진 검찰국장 등도 불법출금에 관여했음을 적시했다. 이 밖에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봉욱 대검 차장검사 등도 언급했다.

청와대 기획사정 수사팀의 경우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뿐 아니라 고 장자연씨에 대한 윤지오씨의 거짓 증언 사건 등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여기에도 이광철 비서관, 이규원 검사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은 취임 후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이들 사건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검찰총장은 물론 검찰 조직 자체가 “이광철 비서관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검찰 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대검은 오히려 일선 검찰청에 “하반기 인사이동 전 장기 미제 사건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라”고 6월23일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이 결정을 내려주지 않아 기소조차 못하고 있는데,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할 수 있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면서 “앞선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월성 원전 수사 지휘부를 노정환 대전지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으로 바꿨다. 김학의 사건의 경우 신성식 수원지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으로 교체했다. 이제 수사팀장까지 바꿨으니 수사가 어떻게 될지...”라고 말을 흐렸다.

ⓒ시사저널 최준필·박은숙·연합뉴스

친정부 검사들, 줄줄이 영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 대검 참모였던 검사들도 모두 지방으로 내려갔다. 손준성 수사정보담당관은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이창수 대변인은 대구지검 2차장으로, 박기동 형사정책담당관은 원주지청장으로, 전무곤 정책기획과장은 안산지청장으로 발령났다.

이밖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여주지청장은 수원고검 검사에, ‘조국 무혐의’를 주장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따지며 ‘상가집 항명 파동’을 일으켰던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는 같은 검찰청 인권보호관으로 임명됐다.

반면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은 줄줄이 영전했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임명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감찰·징계를 주도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각각 성남지청장, 서울중앙지검 4차장에 올랐다. 윤석열 전 총장 장모와 아내사건을 수사했던 정용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반부패수사1부장으로 영전했다. 이 밖에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은 중앙지검 2차장에, 진재선 서산지청장은 3차장에 임명됐다.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1~4차장이 모두 교체된 것이다. 

‘조국 흑서(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오는 7월 출간 예정인 《무법(無法)의 시간》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책에서 “이광철 비서관이 ‘검찰이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 특수수사권을 남겨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뜻’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검찰 특수부 해체’가 갑자기 결정됐다는 것이 권 변호사의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검수완박’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추진되고 있는 ‘검수완박’을 내건 검찰개혁은 정말 ‘권수완박’을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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