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각장서 대기오염물질 1000톤 넘게 배출
  • 구자익‧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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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는 5톤짜리 청소차 211대 규모
미세먼지 주범 ‘먼지·질소산화물·황산화물’ 817톤 이상 뿜어
“폐플라스틱·폐비닐 소각이 악성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원인”

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 등의 생활폐기물과 하수슬러지를 처리하는 소각시설을 운영하면서 1000톤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을 뿜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뿐만 아니라 물에 녹으면 염산이 되는 염화수소와 연탄가스나 담배연기에서 검출되는 일산화탄소가 대부분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2020년 12월9일 '안양시 자원회수시설'을 방문해 관계자에게 소각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인천시 제공.
박남춘 인천시장이 2020년 12월9일 '안양시 자원회수시설'을 방문해 관계자에게 소각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에서 가장 최근에 건설된 송도자원순환센터는 이미 내구연한을 초과한 청라사업소보다 염화수소를 무려 240% 이상 더 배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시가 시내에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목표로 삼은 ‘오염물질 제로화’에 허점이 없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수도권의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소각시설은 총 40곳이다. 경기도가 32곳으로 가장 많고, 서울시 5곳, 인천시 3곳 등이다. 대부분 자원회수시설이나 자원순환센터 등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상 소각로에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이다.

이들 소각장이 2019년에 뿜어낸 대기환경오염물질은 총 105만4558㎏이다. 질소산화물이 78만897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산화탄소 19만4057㎏, 염화수소 4만2991㎏, 먼지 2만2723㎏, 황산화물 5812㎏ 등의 순이다. 이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는 5톤짜리 청소차 211대 규모다. 

경기도의 소각장은 2019년에 총 75만7742㎏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 이중 먼지는 1만4289㎏이고, 황산화물은 5782㎏, 질소산화물은 55만7110㎏, 염화수소는 3만3847㎏, 일산화탄소는 14만6714㎏이다. 

먼지는 수원시자원회수시설이 가장 많이 배출했다. 무려 2226㎏에 달했다. 수원시자원회수시설은 염화수소(3976㎏)도 가장 많이 뿜어냈다. 황산화물은 성남시환경에너지시설(1651㎏), 질소산화물은 광명시자원회수시설(6만2489㎏), 일산화탄소는 김포자원화센터(1만8063㎏)가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각장별 배출량은 수원시자원회수시설이 8만27㎏으로 가장 많았고, 광명시자원회수시설(6만9888㎏)과 성남시환경에너지시설(5만9924㎏), 동부권광역자원회수시설(3만9133㎏), 안산시자원회수시설(3만6318㎏)의 순으로 분석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광명시자원회수시설은 ‘소각 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 등은 완벽하게 제거된다’고 안내해 놓고 있다. 광명시 관계자는 “대기오염물질은 법적 기준 농도 이하로 배출하고 있다”며 “오염물질이 완벽하게 제거된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양시내 한복판에 건립된 안양시자원회수시설도 3만6272㎏이나 배출했다. 먼지는 454㎏이고, 질소산화물은 2만4645㎏, 염화수소는 1861㎏, 일산화탄소는 9316㎏이다. 안양시도 ‘폐기물 소각 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폐수 등은 최신 기술과 설비로 완벽하게 제거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앞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2020년 12월9일 시민정책 네트워크 등 인천시민들과 함께 수도권의 친환경 자원환경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안양시자원회수시설에 방문했다. 당시 일정은 박 시장이 제안으로 추진됐다.  

서울지역 소각장들은 21만131㎏을 배출했다. 먼지는 5976㎏이고 황산화물은 30㎏, 질소산화물은 17만830㎏, 염화수소는 7422㎏, 일산화탄소는 25873㎏이다. 

소각장별 배출량은 마포자원회수시설(5만9031㎏)과 노원자원회수시설(5만6972㎏), 강남자원회수시설(5만2426㎏), 양천자원회수시설(3만5945㎏), 은평환경플랜트(5757㎏)의 순으로 분석됐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먼지(2216㎏)를 가장 많이 뿜어냈고, 강남자원회수시설은 염화수소(2018㎏)와 일산화탄소(7092㎏)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인천지역 소각장들은 8만6685㎏을 배출했다. 먼지는 2458㎏이고, 질소산화물은 6만1035㎏, 염화수소는 1722㎏, 일산화탄소는 2만1470㎏이다. 인천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청라사업소와 송도자원환경센터는 각각 5만3824㎏와 2만7127㎏을 뿜어냈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운영하는 송도자원순환센터는 5734㎏을 배출했다. 

송도자원순환센터의 소각로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최신 설비다. 하지만, 염화수소 배출량은 960㎏에 달했다. 내구연한(15년)을 넘기고도 20년째 가동되고 있는 청라사업소(396㎏)보다 악성 대기오염물질을 242%나 많이 배출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는 ‘오염물질 제로화’를 목표로 자원순환센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최첨단 친환경 기술을 반영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환경 선진국인 유럽보다 훨씬 강화된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악성 대기오염물질은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을 소각할 때 배출된다”며 “재용활이 가능한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을 깨끗하게 분리해 배출한다면, 악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직매립이다”며 “덜 나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면 소각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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