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수사’ 스치기만 해도 좌천되나…檢 인사 후폭풍 셋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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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인사에 檢간부 줄사표…정권수사 멈추고, 윤석열 수사 속도붙나
서초동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초동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권력수사’를 했던 검사들이 한직으로 밀려나면서 검사들의 사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주요 정권 수사를 이끈 부장검사들이 전원 물갈이되면서 수사가 사실상 좌초될 상황에 놓였다. 검찰 중간 간부 중 90% 이상이 자리를 옮긴 역대급 검찰 인사의 후폭풍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권 수사 검사, 한직 고검으로 발령…좌천성 인사라는 지적도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고검 검사로 발령받은 검찰 간부들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인 28일 사법연수원 28기 동기인 나병훈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이준식 부천지청장이 각각 사의를 표명했다. 두 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한직으로 평가받는 수원고검과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이 났다.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 난 양인철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도 이날 검찰에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의를 표한 검사들이 권력수사를 하다 고검으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맡았던 형사1부를 지휘했다. 하지만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에게 무혐의 처분 의견을 내린 변 부장검사의 결정을 지지하면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 인권감독관은 지난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연장에 특혜 의혹이 있다는 사건을 맡아 수사한 바 있다.

고검 검사는 직접 수사 비중이 작아 한직으로 분류된다. 고검은 주로 항고사건 처리와 항소심 공소유지 등을 담당한다. 특히 이번 인사에선 과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휘 아래 활약했던 특수통 검사들 상당수가 고검으로 배치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나 차장검사 등을 시작으로 검사복을 벗는 간부들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권 관련 수사도 사실상 멈춰섰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전보조치 됐다.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수사를 이끈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등 정권수사팀 사실상 해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했다. 수사팀의 부부장들도 각기 다른 검찰청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권력수사가 중단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반면,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수사는 박차가 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가 대표로 있는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의혹 사건 등을 반부패수사2부에서 수사하고 있다.

그동안 윤 전 총장 관련 수사를 맡아 온 정용환 반부패수사2부장이 직제개편으로 강력부와 통합된 반부패·강력수사1부장으로 영전하며 후임자로 조주연 정읍지청장이 보임됐다. 서울중앙지검장에 현 정부의 큰 신임을 받고 있는 이정수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된데 이어 반부패수사를 지휘하는 4차장검사에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보임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범계 장관은 “조화와 공정성을 고려한 인사”라고 강변하지만, 법조계에선 정권 보호를 위한 ‘방탄 인사’, ‘법치 파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수 성향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의 위한 변호사모임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상식과 인사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이번 검찰 인사는 법무부가 불의와 불법의 총본산임을 보여줬다”며 “인사권 행사를 빙자해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앞장서 법치를 파괴한 박 장관은 그 인사 농단에 의한 엄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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