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키우려다 어민들 터전 ‘쑥대밭’ 만드나 [최준영의 경제 바로 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8 11:00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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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상풍력발전 규모, 영국의 1% 수준…유럽도 두 난제로 고민

지난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낸 《2050년까지의 넷제로(Net-Zero)》 보고서는 에너지 부문, 그 가운데서도 전기를 중심으로 한 구조 전반의 변화를 예고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단순히 화석연료 사용 감축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전기 수요를 충족해야 함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그 열을 활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력을 활용하려는 수요는 이미 증가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취사·난방에서는 전기 인덕션과 히트펌프가 사용되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역시 전기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태양광과 풍력발전 시설용량은 4배 이상, 그리고 전기자동차는 18배 늘어나야 할 것으로 IEA는 전망하고 있다. 10년도 남지 않은 시간을 감안하면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만 IEA는 현존하는 기술과 자본을 통해 상당부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에 1만 에이커 규모의 재생 에너지 단지 조성 계획을 밝혀 주목된다. 사진은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풍력발전단지 ⓒ AP 연합
미국이 최근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에 1만 에이커 규모의 재생 에너지 단지 조성 계획을 밝혀 주목된다. 사진은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풍력발전단지 ⓒ AP 연합

좁은 국토와 과밀 인구로 재생 에너지에 한계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 에너지 비중을 증가시켜야 하는 상황이지만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는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태양광은 토지 확보가, 풍력은 경관 훼손 및 소음으로 입지 확보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바다는 육지에 비해 비교적 쉽게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으며 소음을 비롯한 각종 민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장점으로 인해 해상풍력발전은 1991년 22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덴마크의 윈드비 해상풍력단지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설치될 해상풍력 설비용량 규모는 177GW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2019년까지 29.1GW가 설치된 것과 비교하면 연평균 17.8% 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규모다. 이와 같은 급속 확대가 이뤄져야만 IEA가 2030년까지 필요하다고 추산한 풍력발전 400GW 규모의 절반 수준을 해상풍력이 담당할 수 있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국가별 해상풍력 설비는 영국 9723MW, 독일 7493MW, 중국 6838MW, 덴마크 1703MW, 벨기에 1556MW, 네덜란드 1118MW로 주로 유럽 지역에 치중돼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풍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동안 개발에 소홀했던 미국이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2024년부터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시장을 노린 노르웨이 에퀴노르를 비롯한 석유 메이저 기업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상풍력 규모는 124MW 수준으로 영국의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전체 에너지의 20%를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재생 에너지 3020’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새로 도입될 전체 신규 재생 에너지 시설용량 48.7GW 가운데 12GW는 해상풍력의 몫이었다. 이와 같은 목표는 2030년까지 국내 해상풍력 시설용량을 12GW로 확대해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2020년 7월 ‘해상풍력 발전방안’ 발표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됐다.

해상풍력 시장은 전통적으로 덴마크 오스테드, 독일 이노지, 스웨덴 바텐팔, 스페인 이베르드롤라 등 유틸리티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해상풍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기술적 측면에서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운영의 경우 한전이 지난 4월15일 국내 해상풍력 44개 기업과 해상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전남 신안군에 1.5GW, 전북 서남권에 1.2GW 규모 등 국내에서 총 2.7GW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 기업의 투자 확대 및 운영 주체의 등장 등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조건은 점차 갖춰지고 있다.

기술적 여건과 정부의 계획 등 구축 환경은 점차 갖춰지고 있지만, 막상 해상풍력을 추진하는 사업 주체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 대부분은 기존에 어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토지 활용을 둘러싸고 대립했듯이, 바다에서도 풍력발전 확대는 기존 이용자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6일 울산광역시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 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월6일 울산광역시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 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저케이블 설치 과정에서 어민과 충돌

해면으로부터 높이 솟아 있는 풍력터빈과 수면에서 이뤄지는 어업활동은 입체적으로 조화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터빈 및 구조물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업금지구역 지정으로 어업구역은 축소된다. 여기에 더해 공사와 가동 과정에서 해저면이 교란되고, 부유 모래 발생으로 인한 어족자원의 감소 및 저서생물 서식지 파손 등으로 인한 소득 감소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어민들로서는 해상풍력발전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해외의 상황도 비슷하다. 벨기에의 경우 500m 이내에 선박 진입 금지, 덴마크는 해상풍력단지 내 저인망 작업 금지, 네덜란드는 선박 진입 금지 등의 제약조건을 부여하고 있다. 발전기 자체의 보호뿐 아니라 발전기 사이를 연결하고 육지까지 이어지는 해저케이블의 보호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어업활동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해상풍력을 추진하는 주체들은 업무협약을 통해 어선의 통항 허용과 대체어장 마련, 연안어업 구역 확대를 통한 상생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어장 축소’라는 근본적 문제의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조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어구 손실, 발전설비 훼손 등에 대해 누가 얼마만큼의 책임을 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발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상풍력 특성에 맞는 지역 지원, 주민 참여 프로젝트 등에 관한 사항과 더불어 이익 공유 가이드라인 및 주민 수용성 가이드라인 등의 방침이 제시됐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보면 가이드라인에 따른다 하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상풍력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생 에너지 확대라는 차원보다는 지속 가능한 수산업이라는 관점에서도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획으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 외국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인력구조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어업 관행의 유지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재생 에너지 보급과 해양 환경 보존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그동안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던 어업 분야의 보상 및 배상 등에 관한 절차와 기준 등도 정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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