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로하는 ‘웃픈 착함’ 이야기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4 11:00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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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식 노마드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창비교육 펴냄 | 272쪽 | 1만5000원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창비교육 펴냄 | 272쪽 | 1만5000원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대표는 창업을 같이 한 카카오나 배민의 대표들의 가장 큰 특징을 착함이라고 말한다. “김범수가 한번은 친구에게 40억원이 넘는 돈을 사기당했다. 그때 대응을 말할 때 그가 말했다. ‘다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착했다.” 어떻든 이들 기업은 그 분야에서 정상에 도달했고, 그들은 수조원의 부자가 됐다. 그 착함이란 무엇일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세상에 발을 내디딘 저자가 그 착함에 대한 정의를 꼼꼼하게 내린 책을 내놓았다.

저자의 길을 보면 얼핏 고전 평론가라는 유일한 직업을 만든 고미숙을 닮았다. 우선 국문학을 전공하다가 교수의 길을 접었다. 이후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 《대리사회》와 한 시대의 개인들을 규정하고 통제하는 언어에 대한 《훈의 시대》를 썼다. 이번 책은 헌혈, 달리기, 소심한 고소, 동명이인 찾기 등의 경험을 통해 세상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작고 착한 삶을 보여준다.

그는 착함을 타고난 것으로 보았다. 아홉 살 때 옆집 여자아이가 자기보다 시험을 잘 봤다고 엄마에게 “엄마, 나 옆집 여자애한테 또 졌대!”라고 당당하게 자랑해 지청구를 들은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세상은 남의 잘된 일을 같이 좋아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사돈이 땅을 사도 배 아픈 게 현실이고, 세상 대다수 어른이 경쟁에서 이기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허삼관 매혈기》를 읽을 때처럼 웃음이 나오는데, 가장 대표적인 글이 직접 경험한 헌혈의 기록이다. 어릴적 혈관을 찾지 못한 간호사로 인해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가 있지만 작가는 고등학교 때 그 시간 동안 쉴 수 있다는 작은 유혹에 빠져 헌혈을 시작한다. 이후 거창한 목적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온라인에 올려서 제법 비싸게 판 소녀시대 포스터 등의 에피스드도 나온다. 그러면서 “다시 헌혈을 하고 있는 건 여전히 나의 피보다 가치 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나 “자신의 연약한 시절을 기억해 내는 동시에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음표를 만들어낸다” 같은 문장을 토해 낸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아이의 치료로 인해 쓸모를 잃은 후코오카행 항공권의 재활용 이야기다. 저가 항공권이니만큼 환불 수수료가 얼마 나오지 않자, 작가는 여권 영문 스펠링까지 같은 동명이인을 찾기 시작한다. 그의 이야기는 SNS를 통해 알려지고, 결국 다양한 부가이익까지 더해져 또 다른 김민섭이 무사히 여행을 다녀온다. 이 기억에서 사실 착한 한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속에서 연대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작가가 교통사고로 인해 자신에게 폭언을 한 상대방을 고소하는 힘든 절차를 이야기한다. 합정동 길에서 접촉사고가 난 후 상대방은 작가에게 폭언을 하고, 자기 가족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 쉽지 않은 고소를 시작한다. 그 목적도 ‘나와 닮은 사람 지키기’니 당연히 착한 사람의 여정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연결된 이 시대 안에서, 당신과 내가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답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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