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캠프, 정식 싱크탱크도 조만간 뜬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2 12:00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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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내는 ‘윤석열 캠프’ 사람들
MB·朴정부, 검찰, 서울대 출신 인사 다수 포진

‘윤석열 대선 캠프’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잠행을 이어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29일 처음 공식적으로 언론과 지지자 앞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서다. 대변인 선임 등은 몇 주 전부터 이뤄졌으나 “정치 선언을 하지 않았으니, 아직 캠프랄 게 없다”며 전력을 감춰오던 윤 전 총장 측이었다.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며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 뜻을 밝힌 만큼, 그의 대선 캠프도 베일을 벗은 셈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밝혀진 캠프 인사는 아직 소수다. 먼저 출마선언식에서 윤 전 총장을 바로 옆에서 보좌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캠프 총괄을 맡고 있다. 이 전 실장은 30년 넘게 기획재정부에서 일한 관료로, 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그는 인재 영입과 함께 경제정책을 두루 다뤄본 경험을 바탕으로 윤 전 총장의 경제정책을 그리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실장 영입보다 앞서 가장 먼저 꾸려진 건 윤 전 총장의 입이 돼줄 대변인단이었다. 공보 총괄은 이상록 대변인이 맡고 있다. 이 대변인은 기자 출신으로 동아일보 법조팀장을 지냈고, 국민권익위 홍보담당관에서 자리를 옮겼다. 최지현·김기흥 부대변인도 윤 전 총장의 입을 대신하고 있다. 최 부대변인은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 김기흥 부대변인은 KBS 기자 출신이다. 공보팀은 우승봉 팀장이 이끈다. 우 팀장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차명진 전 의원 보좌관, 박근혜 정부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 정책보좌관, 유정복 전 인천시장 대변인 등을 지낸 바 있다. 팀원으로는 황영철·김진태 전 의원의 보좌진을 지낸 장경아씨가 영입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30일 국회 소통관을 둘러보고 있다. 윤 전 총장 기준 왼쪽이 캠프 총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오른쪽이 김기흥 부대변인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30일 국회 소통관을 둘러보고 있다. 윤 전 총장 기준 왼쪽이 캠프 총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오른쪽이 김기흥 부대변인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

“현재 정책 자문 전문가들 선별하는 중”

X파일 의혹 등이 쏟아지자 일찌감치 네거티브 대응팀도 꾸려졌다. 윤 전 총장 처가 관련 사건을 변호하고 있는 손경식 변호사가 주축이다. 그는 윤 전 총장 사퇴 직후부터 최근까지 언론 대응 등을 도맡아왔다. 이완규 변호사도 대응팀과 함께한다. 두 사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 전 총장 징계 취소 소송의 법률대리인도 맡고 있다.

아울러 정식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막후에서 캠프 일을 돕는 이들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검찰 출신 인사들이다. 검사 시절부터 윤 전 총장과 함께 일하거나 밑에 있었던 이들이 검찰총장직 사퇴 직후부터 지금까지 윤 전 총장 일을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제승완 전 청와대 총무2비서관 등 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들의 이름도 나온다.

공식·비공식적으로 꾸려진 윤 전 총장 캠프에서 주목할 점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보수적 성향이 캠프 구성에서 드러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책이나 큰 틀의 방향에선 윤 전 총장이 지난 보수 정권들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상당하며 이를 자신의 것으로 녹이는 작업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의 모교인 서울대 라인들도 눈에 띈다. 이석준 전 실장, 최지현·김기흥 부대변인, 이완규 변호사 등이 서울대 출신이다.

정책 등 자문 그룹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석사 지도교수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은 종종 정무적 조언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론되는 여러 전문가의 견해는 6월29일 윤 전 총장이 등판해 밝히기 시작한 그의 정책 방향과 대부분 일치한다. 우선은 윤 전 총장의 오랜 친구이자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해선 잠행 기간 윤 전 총장이 만난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이 계속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김소영 서울대 교수도 자문 그룹에 합류했다고 알려졌다.

노동정책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지적하는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가 조언하고 있다. 복지정책 자문으로는 안상훈 서울대 교수의 이름이 거론된다. 그는 복지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서비스형 복지를 주장하는 학자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인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하재주 전 원자력연구원장 등이 자문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자발적 지지 전문가 모임으로 알려진 포럼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도 윤 전 총장에게 여러 조언과 제언을 하고 있다.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가 이끌고 있으며, 김종욱 전 한국체대 총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김탁 고려대 의대 교수 등이 속한 모임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조만간 정책을 구체화할 정식 싱크탱크를 출범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현재 윤 전 총장은 얼추 정책에 대한 구상은 다 갖추고 있지만, 검증 없이 곧바로 공약으로 내놓기보다는 일종의 싱크탱크인 정책 포럼을 통해 검증을 거치려 한다”며 “현재 전문가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잡고 공약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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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등 의원 25명 ‘윤석열계’도 확인

6월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엔 25명의 현역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소속 정진석(5선), 권성동(4선), 김선교·박성중·이종배(이상 3선), 김성원·이달곤·이만희·정점식(이상 재선), 백종헌·서일준·안병길·엄태영·유상범·윤두현·윤주경·윤창현·이용·정찬민·지성호·최형두·태영호·한무경·홍석준(이상 초선) 의원과 무소속 송언석 의원(재선)이다. 당에선 이들의 행사 참석을 만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25명이나 되는 의원이 모인 것이다. 국민의힘 의석 103석 중 4분의 1에 달한다. 이른바 ‘윤석열계’가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참석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초선부터 5선 중진까지 다양한 선수와 수도권·강원·충청·영남 등 여러 지역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영남 10명, 수도권 5명, 충청 3명, 강원 2명, 비례 5명이다. 일각에선 대선 캠프 구성은 물론 교섭단체 조건인 20석도 넘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윤 전 총장이 입당할 때까지 중간 가교 역할을 하며 여의도에서의 정치적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영남지역 의원은 “요즘 계파가 어딨나. 그저 지지하는 마음으로 모인 것”이라면서도 “윤 전 총장 말대로 정권교체를 위해 다 힘을 합쳐야 한다. 도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극 돕고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캠프는 광화문 이마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가 1997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며 캠프를 차렸던 건물이다. 광화문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에 대해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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