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행세 사기꾼의 ‘막강 인맥’ …정·관·언 ‘로비 게이트’로 비화하나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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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혐의’ 구속 수산업자, 현직 검사·총경·언론인과 친분 쌓고 금품 건네
뇌물 청탁 ⓒ연합뉴스
뇌물 청탁 ⓒ연합뉴스

현직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김아무개씨 사건이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김씨가 검찰과 경찰 고위 인사, 유력 언론인들과 유착 관계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김씨가 정치권 인사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수 백억원대 사기행각도 벌인 것으로 밝혀져 경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올해 4월 구속됐다. 김씨는 자신이 1000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고 경북 포항에 어선 수십대와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재력가 흉내를 내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시킨 오징어) 사업을 벌인다며 투자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7명의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이 116억원에 달했다. 피해자 가운데는 김무성 전 의원의 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사상 첫 현직 부장검사 압수수색…윤석열 전 대변인 수사 앞두고 전격 사퇴

이처럼 대담한 행각을 벌인 김씨에게는 보통의 사기꾼과 다른 점이 있었다. 평소 재력과 함께 정·관계 인맥도 과시했는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그 실체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씨가 현직 검사에게 명품 시계 등 금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경찰은 사상 첫 현직 부장검사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면서 이아무개 부장검사에게 제공한 금품의 종류와 금액 등이 담긴 녹취록과 다이어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를 토대로 지난달 23일 이 부장검사의 서울남부지검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부장검사는 포항지청 근무 시절 김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이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이 전 논설위원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논설위원은 야권의 거물급 인사에게 김씨를 소개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 전 논설위원은 윤 전 총장 측 대변인에 선임되고 열흘 뒤인 지난달 20일 돌연 사임했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당시 그는 사퇴 이유를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밝혔다. 이외 엄성섭 TV조선 앵커와 일간지 기자 2명의 금품수수 혐의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 부장검사와 이 전 논설위원, 엄 앵커 등 3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서울지방경찰청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연합뉴스

내사 받던 총경도 피의자 신분 전환…인맥 과시하며 사기 행각

김씨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건 경찰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품수수 관련 내사를 받던 A 총경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경찰은 증거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금품의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확인되면 이 부장검사에겐 뇌물수수 혐의를, 민간인인 언론인에겐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금품 제공 등을 통해 정관계를 비롯해 언론계 인사와 친분을 쌓고 영향력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지난해 한 생활체육단체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김씨에게 축사를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취임식 행사에 이 전 논설위원과 엄 앵커 등 연예기획사 임원진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이렇게 쌓은 인맥과 대외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수차례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여 왔다. 앞서 김씨는 법률사무소 사무장 등으로 신분을 속이고 사기 행각을 벌여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복역하다 2017년 12월 특별 사면됐다.

김씨는 또 언론을 통해 인터넷 언론사 부회장, 한국언론재단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등 각종 단체의 임원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지만, 모두 등기 임원이 아니거나 상당수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단체였다.

경찰은 김씨의 여죄를 파악하는 한편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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