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대사에 몰려와 축의금 쓸어가는 게 말이 되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7 08:00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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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오너 2세를 경찰에 고소한 A씨 부부 심경 토로
윤 전 부사장 측 “고소 내용 전혀 사실 아니다”

‘오너 리스크’가 최근 재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회사가 설립된 지 50년도 넘은 장수기업인 남양유업의 주인이 최근 바뀌었다. 오너 일가의 일탈 등으로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미스터피자’로 잘 알려진 MP그룹도 최근 매각됐다. 마찬가지로 창업주인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오너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업의 실적은 물론이고, 생존과도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지난 3월 실시한 기업인 인식 설문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국 506명을 대상으로 ‘가장 필요한 기업인의 덕목’을 물은 결과 40.3%가 ‘정직과 도덕성’을 꼽았다.

6월25일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윤영 전 대웅제약 부사장을 경찰에 고소한 A씨의 남편 오아무개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6월25일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윤영 전 대웅제약 부사장을 경찰에 고소한 A씨의 남편 오아무개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결혼식 축의금 강탈 의혹 사건의 진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유명 제약사 2세의 결혼식 축의금 강탈 의혹 사건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영환 대웅제약 창업주의 막내딸인 윤영 전 부사장이 초등학교 동창인 A씨의 딸 결혼식장에 일행들을 데리고 와서 축의금을 강제로 가져갔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A씨는 지난 2월 윤 전 부사장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대웅제약 측은 “윤 전 부사장이 2013년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회사와 무관하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윤 전 부사장은 여전히 지주회사인 (주)대웅의 지분 5.42%를 보유하고 있다. 오빠인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11.61%), 윤재용 전 대웅생명과학 사장(6.97%)에 이은 3대주주다. 매년 수억원 규모의 배당도 받고 있다. 때문에 일부 언론은 ‘대웅제약이 제2의 남양유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윤 전 부사장과 A씨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곗바늘을 1년4개월 전인 2020년 2월15일로 돌려보자. A씨 딸인 오아무개씨의 결혼식이 이날 서울 송파구 한 호텔에서 열렸다. 윤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4시경 10여 명의 일행과 함께 결혼식장에 들어왔고, 가져온 쇼핑백에 축의금을 담아 봉투째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부사장 일행과 A씨 가족 간에 다투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윤 전 부사장 측은 언론에서 “A씨의 사인을 받았다. 합의하에 축의금을 가져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 측의 설명은 달랐다. 시사저널이 최근 만난 A씨의 남편 오아무개씨에 따르면 윤 전 부사장 일행 중 한 명이 아내를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 사인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딸 결혼식이 엉망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마지못해 사인했다고 한다.

오씨는 “그냥 축의금을 가져가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아내의 사인을 억지로 받았다.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이 결혼식장에 진을 치고 있는데 사인을 안 할 부모가 어디 있겠냐”면서 “나중에 들어보니 결혼식에 윤 전 부사장이 찾아와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아내가 걱정을 많이 했다. CCTV를 보면 윤 전 부사장 일행이 북문에서 만나 서로 인사를 하고 들어왔다. 치밀하게 계획된 행동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A씨가 결혼식 전에 윤 전 부사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 이 메시지에는 ‘O아 우리딸 OO 결혼만 하게 해주라. 정말 이것만 부탁하자’라고 적혀 있었다.

모든 것을 양보해 A씨의 허락을 받았다고 쳐도 윤 전 부사장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오씨의 설명이다. 그는 “계수도 하지 않고 봉투째 담아갔다. 축의금을 누가 보냈는지는 나중에 윤 전 부사장 측으로부터 명단을 받고 알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A씨도 편지에서 “하객들이 들어오면서 한 번씩 다 쳐다보고 수군거렸다”며 “식전 1시간이 정말 지우고 싶은 악몽이었다”고 토로했다.

물론 원인을 제공한 것은 A씨였다. 모 보험사 ‘보험왕’ 출신인 A씨는 과거 보험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친구인 윤 전 부사장에게 7억3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자가 밀리기 시작하자 윤 전 부사장은 A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A씨를 기소했다. 1심 법원은 지난 4월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에 앞선 지난 2월 A씨는 윤 전 부사장을 공동공갈, 공동강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오씨는 “빚을 갚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아내가 법정 구속돼 형을 살고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준 이자만 3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합의 과정에서 윤 전 부사장 측이 살고 있는 집과 함께 딸과 사위의 보증까지 요구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고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결혼식을 한 호텔의 CCTV 영상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A씨가 결혼식 전에 윤 전 부사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 ⓒ 시사저널
A씨가 결혼식 전에 윤 전 부사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 ⓒ 시사저널

첨예한 다툼 계속…공은 경찰로 넘어가

윤 전 부사장 측 입장은 달랐다. 윤 전 부사장의 변호인 이대복 변호사는 “고소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는 “결혼식이 2020년 2월이고 경찰 고소가 2021년 2월이다”면서 “1년이나 지난 시점에 의뢰인을 고소한 저의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 변호사는 “언론에도 이 같은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법원이 A씨에 대해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이유가 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강남경찰서에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한 상태다. 경찰 조사에서 모두 소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은 이제 경찰에 넘어간 상태다. 그동안 경찰은 윤 전 부사장과 함께 고소된 초등학교 친구 손아무개씨 등 두 사람에 대해서만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지난 6월 A씨가 봉투를 담아간 권아무개씨와 함께 신원 미상 남성 6명을 상대로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조사 또한 불가피하다. 경찰은 조만간 이들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A씨의 남편까지 고소인에 포함됐다. 강남경찰서는 조만간 오씨도 불러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첨예하게 대립된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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